관세율 못지않게 수출입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 고려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장벽 강화 움직임은 전 세계 경제, 특히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 부과 등의 정책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이는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 자동차 분야에서도 상호 특혜 관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러한 협정 역시 정치적, 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라 재협상되거나 새로운 압력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을 둘러싸고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요 시장인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서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본 글에서는 한-미 FTA 자동차 분야의 협정 내용 변화, 특히 자동차 안전기준과 관련된 사항을 중심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상황과 향후 고려사항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 있어 미국 시장의 절대적 중요성
미국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최대이자 핵심 수출 시장입니다. 이는 산업 전체의 성장과 고용, 연관 산업에까지 직결되는 구조로, 미국 시장의 변화가 곧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 비중은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 시장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완성차 부문에서는 이 비중이 45.4~50.6%로 더 높으며, 전기차 역시 대미 수출 비중이 35~45.5%에 이릅니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은 미국에 153만 5천616대의 자동차를 수출한 반면,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은 4만 7천190대에 불과하여, 자동차 분야에서만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거의 50조원에 달합니다. 이러한 무역 불균형은 향후 통상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의 압력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미 FTA와 자동차 안전기준 변화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기간 중(’17.1.20~‘21.1.20)에도 자동차 관세 부과 위협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는 기존 한-미 FTA 틀 내에서 일부 내용이 개정되었습니다. 이 개정 과정에서 자동차 분야의 핵심적인 변화 중 하나는 미국산 자동차 안전기준의 인정 범위 확대였습니다. 국가별로 상이한 자동차 안전기준은 기술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를 완화하는 것이 FTA 협상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미 FTA는 거슬러 올라가면 1998년 한국-미국 양해각서("별표4")에서 시작되어 제조사별 연간 6,500대까지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충족하는 차량을 한국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간주하여 별도의 국내 안전기준 시험 없이 수입 및 판매를 허용했습니다. 이는 미국 제조사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 한국의 복잡한 안전기준 인증 절차를 상당 부분 면제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기준 적용의 특례'는 자동차관리법 제114조에 따라 FTA에 의한 면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후 한-미 FTA 추가 협상을 통해 이 허용 대수는 제조사별 연간 25,000대로 확대되었습니다 (’11. 2). 그리고 2018년 개정 협상을 통해 다시 제조사별 연간 50,000대까지로 확대 개정되었습니다 (2019. 1). 이러한 수치 증가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한국 시장에 더 많은 차량을 미국 안전기준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의 시장 개방 요구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러한 기준 인정 확대는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주로 미국 제조사의 한국 시장 진입 장벽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FTA와 국내 자기인증제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한미 FTA는 관세 철폐로 인한 수익성 개선, 미국 시장 진출 확대 등 국내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가능성과 자동차 분야의 상당한 무역 불균형은 여전히 한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자동차 안전기준 인정 범위의 지속적인 확대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협상 결과가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통상 이슈나 FTA 재협상 논의에서도 안전기준과 관련된 사항이 또 다시 핵심 쟁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은 단순히 관세율뿐만 아니라, 한미 FTA의 전반적인 동향, 특히 자동차 안전기준의 제개정 사항,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외 리콜현황과 상호 인정 범위 변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합니다. 이는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변화하는 통상 환경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한미 FTA와 안전기준 변화는 신기술 도입, 법규 의무화 등과 함께 자동차 산업을 바라보는데 중요한 요소임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