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가 동시에 멈췄다

바이두 로보택시 대란이 드러낸 자율주행의 진짜 취약점

by 조성우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낼지 걱정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1일 중국 우한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가 전혀 준비하지 못한 질문을 던집니다. 차 한 대가 사고를 내는 것보다, 100대가 동시에 멈추면 어떻게 됩니까.


문제는 알고리즘이 아니었다


바이두의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Apollo Go)는 이날 우한 시내와 고속도로 곳곳에서 동시에 멈춰섰습니다. 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90분 동안 최소 16대가 도로에 정지해 있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교통경찰은 피해 차량이 최소 100대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차량 한 대의 알고리즘 오류가 아닙니다. 중앙 시스템 하나가 흔들렸을 때, 연결된 모든 차량이 동시에 쓰러지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이른바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입니다. 개별 차량의 결함보다 훨씬 무서운 이유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규모가 도시 전체로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웨이모도 지난 12월 샌프란시스코 정전 사태 때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고속도로는 다른 게임이다


웨이모 사태에서는 대형 충돌 사고가 없었습니다. 바이두 사태에서는 세 건의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이 차이는 기술력의 차이가 아닙니다. 운행 영역의 차이입니다.

일반 시가지에서 차가 갑자기 멈추면 후속 차량에게 반응할 시간이 있습니다. 고속도로 1차선에서 차가 갑자기 멈추면 뒤따르는 차량은 선택지가 없습니다. 이번 사고에서 한 운전자는 앞차가 피하려고 급차선 변경을 하는 바람에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추돌했다고 전했습니다.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었습니다.


기술적 완성도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고속도로 상용화는, 실험의 무대를 시민의 목숨 위에 올려놓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웨이모 역시 지난해 11월 공식적으로 고속도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우한만의 교훈이 아닌 이유입니다.



SOS 버튼이 먹통인 순간, 기술은 공포가 된다


차 안에 갇힌 승객들의 경험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한 승객은 90분간 차에 갇혀 고객센터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SOS 버튼을 눌렀더니 ‘사용 불가’ 메시지가 떴다는 사례입니다.

비상 시스템이 시스템 장애와 함께 무너진 것입니다.


사람이 기계의 오작동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고립감입니다. 자율주행 기업들이 센서와 알고리즘에 쏟는 투자의 일부를, 사고 발생 시 승객과 연결되는 비상 대응 체계에 써야 한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증명합니다. 차량 시스템과 완전히 독립된 통신 채널, 작동 조건에 의존하지 않는 물리적 비상 탈출 안내가 필요합니다.


신뢰는 사고 한 번으로 무너진다


우한은 중국 내에서 로보택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도시였습니다. 바이두는 이 도시를 거점으로 수백 대를 배치하며 데이터를 쌓아왔습니다. 그 전략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주행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하려면 실제 환경에서의 운행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술의 보급 속도와 시민의 신뢰 구축 속도는 같지 않습니다. 기술이 앞서가고 신뢰가 따라오지 못하는 순간, 규제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우한 시민들이 느낀 공포는 바이두 한 회사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율주행 산업 전체에 대한 회의감으로 번집니다.


자율주행의 과제는 ‘운전을 잘하는 것’에서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시스템 전체가 흔들렸을 때 도시가 멈추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산업이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100대가 동시에 멈춘 우한의 도로는 그 질문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현장이었습니다.

Frank Landymore, “Dozens of Robotaxis In China Stop Dead in the Middle of Roads and Highways, Causing Crashes,” Futurism,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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