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칼럼
올 한해 대한민국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작년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이 약 512조원이다. 정말 큰 금액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4이 조금 넘는 13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운용중인 곳이있다. 바로 우정사업본부다. 우정사업본부는 우리가 알다시피 우체국이다.
처음에는 우편 업무를 체신부에서 직접 전담했지만 김대중 대통령 때인 1999년 5월, 제2차 정부조직 개편을 논의하면서 우체국을 독립된 조직으로 만들기로 하고 2000년 7월 1일 우정사업본부를 독립 직제로 개편해 출범시키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IMF 등의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 변화에 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로 조직구성도 경영기획실을 새롭게 두는 등 민간기업과 유사한 조직으로 탈바꿈한다.
2000년경 인터넷의 보급과 이메일 사용이 증가하며 우편으로 움직이던 서신의 사용량은 줄어들고 있었다. 민간기업의 형태로 만들어진 뒤로 공무조직이라기보다는 기업의 경영기법을 도입해서 마케팅을 통한 수익률 개선과 우정사업부분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도 대처했다.
특히 우체국의 금융 사업부분에 공격적으로 진출해서 보험과 예금으로 많은 자금을 유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국영금융기관이여서 민간 금융회사들처럼 예대마진을 위한 단순한 대출업무나 카드 업무는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기존의 민간 회사들과 제휴를 통해 이러한 제약을 돌파했다. 민간 카드회사와의 제휴로 신용카드를 발급했고 증권사의 증권계좌 개설을 대행하면서 수수료로 수익률을 올리게 된다. 이러한 수익사업을 통해 우정사업본부는 꾸준하게 흑자경영을 하면서 적자를 내는 선진국들의 우정서비스와는 대조를 이루었다.
이러한 노력과 국민의 사랑 때문이었을까? 2010년에 우체국에 예치된 예금과 보험료 등으로 우정사업본부가 운용하던 자금이 80조원에서 2019년에는 130조원에 이르고 있다. 우체국은 2019년 7월을 기준으로 약 700조가 운용되고 있는 국민연금 다음으로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 국가기관이다. 금융시장에서 큰 손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성적표에서는 그 만큼의 역량을 못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우정사업본부의 자산운용에 최근 여러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자산 운용을 담당하던 공무원의 비리가 발생하고 연이어 자산 운용을 하는 조직도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자 이러한 의견들을 막으려는 조직적인 대응들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신협을 비롯한 민간 금융회사들은 이자와 원금에 대해 5000만원까지 보호가 되는 안전장치들을 갖고 있지만 우정사업본부에 맡겨진 예금이나 보험은 그러한 제한 없이 원금과 이자에 대해 공적자금으로 보장을 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독립적인 직제를 가진 조직이라고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운영하는 산하 정부기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우정사업본부는 본래 목적인 수익성 향상 같은 경영성과를 높이려는 노력보다 방만한 운영으로 조직을 불리고 이권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불법적인 로비까지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우정사업본부가 우리에게 보이는 모습은 정부기관이지만 들리는 소식은 비리와 관리 부실 같이 민간 기업들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다. 그 출발은 물론 여러 번의 실수다. 업무특성상 전문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자산운용에 순환보직이라는 제도가 적용되면서 전문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들에 의해 자산이 운용되는 것을 보완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발생할 수 있고 그 손실에 대해서 국가가 보장하는 우체국예금과 보험의 특성상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에 해당 부처의 애정 어린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