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칼럼
주식시장은 무엇을 먹고 성장하는가?
화초가 자라는 화분에는 물을 준다. 물론 가끔은 영양주사를 맞기도 한다. 화초의 뿌리는 흙속에서 뿌리를 뻗어 몸을 지탱하기도 하지만 흙과 수분을 흡수하며 생명을 유지하고 자란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은 무엇을 먹고 성장할까? 기업의 주식을 거래하는 곳이다 보니 성적표인 실적에 따라 성장과 하락을 오가는 게 기본이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는 ‘어닝(Earning)’을 중요하게 본다. 기업회계와 주식시장에서 어닝은 순수익을 의미하는데 그 과정은 복잡하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물건을 판매하면 매출이 발생한다. 매출은 순수한 수입이 아니다. 부수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제품생산을 위해 들어가는 재료비와 운송비와 같은 원가뿐만 아니라 직원이 있으면 급여 같은 인건비와 제품을 보관할 장소에 대한 임대료가 든다. 매장이 있는 경우 매장의 운영비도 소요된다. 거기에 부과 되는 각종세금까지 납부를 마친 최종금액을 우리는 순수익이라고 한다. 이러한 여과로 만들어진 어닝에 기반을 둔 게 주식시장이다.
이러한 어닝을 발표하는 시점은 기업마다 다르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들은 자신들의 실적을 1년에 4회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시기상 2번의 반기보고서와 그 사이에 2번의 분기보고서를 발표한다. 2분기와 4분기에는 반기보고서를 발표하고 1분기와 3분기에는 분기보고서를 발표한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 장사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기업에게는 목표치가 있고 투자자에게는 기대치가 있는데 이러한 기대보다 기업의 실적이 훨씬 좋게 나왔을 때를 우리는 ‘어닝 서프라이즈(Surprise)’라고 한다. 이러한 어닝 서프라이즈는 기업의 실적이 잘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이 좀 더 중요하다. 시장상황이 좋을 때에는 이익을 보더라도 더 많이 봐야하고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덜 봐야 한다. 반대의 개념이 ‘어닝 쇼크(shouk)’다. 투자자가 기대했던 것보다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손해일 때는 당연하지만 이익을 보더라도 기업이 포함된 산업의 업황이 호황을 맞아 어닝을 100억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어닝이 80억이 나왔다면 아무리 수익을 봤더라도 투자자는 그 기업이 장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기업들의 이러한 어닝은 각 분기와 반기가 끝난 지 45일 이내에 발표한다. 그래서 1분기의 실적은 5월 중순 안에 상반기와 2분기의 실적은 7월 중순 안에 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으로 발표되는 각 기업의 실적은 투자자가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할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가늠자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규모가 작고 산업계가 많지 않을 때에는 실적에 기반을 둔 건전한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규모가 커지고 산업계가 다양해지면서 여러 가지 제도적인 뒷받침들이 만들어졌고 과거의 실적이 아닌 미래의 기대로 투자되는 기업들이 생기면서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데 다양한 관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다보니 기업의 실적보다 정보가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들보다 빨리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모의하여 허위정보를 만들기도 한다. 실적이 좋아도 허위정보로 주가가 떨어질 수 있고 실적이 나빠도 미래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이에 정보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지만 정보로 돈을 잃는 사람도 있다. 가끔 정보가 있는 경우 특정 종목을 매입하고 그 주식을 담보로 증권회사에서 대출까지 해가며 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수익을 낼 때는 상관없지만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면 일정비율이상 떨어졌을 때 대출해준 증권회사는 원금을 회수한다는 것이다. 이게 반대매매다.
그 결과 주식이 하락할 때 진정한 바닥은 반대매매 되는 계좌들이 늘어나는 때라는 속설이 생겼다.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손해 본 누군가의 눈물과 비명을 질러야 바닥을 딛고 다시 상승한다는 것이다. 욕망에 의한 상승보다 어닝으로 상승하는 건전한 시장을 다시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