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칼럼
2020년 7월 1일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시간이 되었다. 개인들에 따라 희노애락이 서로 달랐을 날이었지만 하반기를 시작하는 날 못지않게 금융역사에 있어서는 새로운 기념일이 되기에 충분했다.
6월 30일 오후 3시에 열린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에서는 작년부터 시작된 ‘라임 사태’와 관련된 내용이 다루어졌다. 평소와 다름없는 회의였지만 언론에 많은 지면을 할애 받아 왔던 사건이었기에 국민적 관심이 매우 컸다. 이날 회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부실이 발생한 금융상품을 판매한 판매사가 투자했던 금융소비자에게 지급해야할 배상비율이었다.
분조위는 그동안 있었던 금융사건에서 다양한 판단을 했었다. 2014년 동양그룹의 기업어음(CP)을 불완전판매해서 문제가 되었을 때 배상비율을 70%로 결정했다. 작년 12월 12일에 열렸던 분조위에서는 키코(KIKO) 상품을 판매했던 6곳의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긴 했지만 배상비율이 투자액의 15~41%로 결정되면서 ‘있는자’ 편에 섰다는 평가가 있었다. 또 작년 하반기에 있었던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사태와 관련되어 열렸던 12월 분조위에서는 투자자손실액의 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려 역대 최고 수준의 배상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투자경험이 없는 고령(79세)의 난청 치매환자가 받은 80%였기에 상황에 대한 판단을 조금이라도 판매사의 편에서 해석한다는 여론이 늘 있어왔다.
30일에 열린 분조위에 쏠린 관심은 남달랐다. 라임 자산운용은 주식을 비롯해 다양한 대체투자 상품에도 투자가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그런 자산들 중에서 무역금융펀드인 플루토 TF-1호와 관련된 내용을 비공개로 다루었는데 판매사가 상품을 판매할 때 부당권유와 판매상품과 판매대상에 대한 적정성 등에 대한 과실유무에 분조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주목받았다.
그 결과는 다음날인 7월 1일 오전 10시 경 금감원 브리핑으로 나왔다. 투자자들이 금감원은 108건의 분쟁 조정을 신청을 받았고 그 중에 대표성을 띌만한 4건을 골라 심의를 했다. 그리고 모든 건이 투자자의 착오에서 비롯된 계약이라 보고 계약 취소와 함께 판매사는 투자자에게 원금 100%를 반환하라는 심의결정을 내렸다. 단 라임자산운용에서 이루어진 전체투자가 아닌 무역금융에 대해서만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부분적이다. 그리고 펀드가 부실해진 것을 인지한 2018년 11월 이후에 가입한 투자자에게 적용된다. 물론 이러한 내용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결정을 위해 심사숙고 할 수 있는 20일간의 시간도 판매사에게 주어져 있다.
그렇지만 이번 결정은 대한민국의 금융 분쟁 역사상 정부가 처음으로 판매사의 100%과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운용사와 판매사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가 보호되지 못했다는 점과 그동안의 기업 위주의 해석에서, 보호받지 못했던 소비자위주의 해석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정은 앞으로 계속될 금융 분쟁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금융상품을 운용하는 운용사도 신중할 수 있고 그동안 판매수수료만 받고 결과는 ‘나몰라’라 했던 판매사도 상품의 판매 자료와 운용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위해 제대로 현장실사를 하며 바르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결정으로 금융회사들의 경각심은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부실한 자산운용사들의 정리도 어느 정도 이뤄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투명해야할 금융시장에서 거짓 정보로 선량한 투자자들을 속이는 사기는 그 대가를 치른 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사모펀드는 우리의 우량기업이 외국계 헤지펀드의 표적이 되면서 이에 맞설 힘을 키우고자 운용사의 설립기준을 등록제 전환과 자기자본을 10억 원까지 낮추게 됐다. 그래서 전체 규모도 2015년 200조원에서 2019년 400조원을 넘어 외형의 성장을 이루었다. 문제는 그만큼 부실도 늘었다는 거다. 이에 정부 당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와 함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