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계경제와 금융의 패권

by 필립일세

2020.7.23


세계경제와 금융의 패권




끝을 모르는 금고, 마르지 않는 금고를 가지고 있다고 불렸던 서독도 통일이후에 동독을 감당하느라 많은 애로가 있었다. 유럽은 2008년 9월에 발생한 미국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적인 풍파를 견디고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 2010년에 발생한 그리스의 재정위기 때 지원된 1100억 유로 중에서 EU가 지원한 800억 유로의 중심에는 독일이 있었다. 이후에 더욱 번진 PIGS(포르투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사태 때에도 문제해결에 앞장섰던 독일로 인해 유럽은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유럽의 여러 경제위기 때마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리더십을 보여준 독일은 EU의 핵심국가로 부상하게 된다.







독일이 유럽에서 과감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경제 때문이다.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독일의 경제성장은 부국의 길을 걸으며 튼튼한 재정을 구축하는데 기여를 했다. 이런 경제의 중요성은 독일로 하여금 법으로 규정하는 조직을 구성하게 한다. 1963년에 만들어진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는 5명의 경제전문가로 구성이 됐다.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거시경제를 전망하여 현재의 정책을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독립적인 자문기구다.







이들은 2015년 7월 28일에 유로존을 강화하기 위해 발표한 특별보고서에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채무국이 유로존을 탈퇴하도록 허용해야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었다. 유로의 부실을 야기할 수 있는 채무국에 대한 경고였다. 물론 2012년 여름에 투기세력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공격했을 때 발생한 막대한 피해를 언급하면서 채무국의 유로존 탈퇴는 가능성 언급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힌 독일경제연구소의 마르셀 프라처 소장처럼 반대 의견을 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의 특별보고서는 당시 독일의 분위기였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로 당시와 상황은 크게 변화된 것이 없지만 입장면에서는 조금은 달라진 부분이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칼은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에는 벨기에와 프랑스까지 위험국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남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유로존의 국가들과 은행들이 은행채나 국공채를 서로 사주면서 상호간의 연계성이나 유대는 좋아졌지만 동시에 위험에 노출되는 익스포져(노출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지금상황은 어느 한 국가에서 위험이 커져 무너질 경우 채권을 매입한 다른 국가나 다른 은행들에게 영향을 주어 부실로 인한 손실이 연결될 수 있다. 이로 인한 파급이 현실화되면 유로존의 유지 자체가 문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18일(현지시간)에 첫 대면회의를 시작해 이틀간의 일정으로 끝날 예정이었다. 사안의 심각성은 모두가 인식했지만 회의는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각국 정상들이 보조금과 대출금 비율과 각 국가에게 할당될 비율을 비롯한 안건들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 연장의 연장이 이어졌다. 닷새에 걸친 정상회의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로 발생된 침체를 극복하고자 시작된 ‘경제회복기금 계획’에 합의하고 7천500억 유로(약 8천6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세부내용에 반대하던 독일도 찬성하며 기금 중 대부분을 부담이 적은 대출로 대체하기를 원하던 반대파 네덜란드나 오스트리아와 북유럽 국가들을 설득했다. 결국 기금 중 3천900억 유로(약 4천400억 달러)는 상환을 안 해도 되는 보조금 형태로 조성되고 나머지도 이자율이 낮은 차관형태로 제공된다.







달러가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줄어드는 세계경제에서 유로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굳건히 자리를 지켜야한다. 달러가 잃은 영향권을 유로만 차지할 수는 없겠지만 유로의 영향력이 넓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강한 유로는 2차 대전 이후 달러에게 넘겼던 세계경제와 0금융의 패권을 유럽이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이다. 이를 위해 독일의 리더십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채권시장에 ‘기대’를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