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는 없었다.
지금 더 걷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무너진다.
2021년 6월 소비라이프 게재
자본주의 경제와 신자유주의의 표본으로 오랜 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던 나라 미국. 그러한 미국이 우리나라에서는 복지 때문에 망한 나라로 언급되는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같은 정책을 내놓았다. 복지를 위해 증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류언론은 그에 대해 보도만 할 뿐 이렇다 할 논평은 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 정부가 이와 같은 정책을 내놓았다면 사냥감을 발견한 언론에 의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좌파식 선동정치라는 낙인을 찍음과 동시에 퍼주기로 치부되어 온갖 비난과 비아냥이 쏟아져나왔을 것이다.
그런 낙인을 찍어 비난하려는 시각이 미국에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가진 자’가 아닌 ‘못 가진 자’를 위해 지출하려는 목적으로 향후 10년간 3조6000억 달러(한화 약 4000조 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러한 증세안에 야당인 공화당은 반대했지만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공화당의 눈치를 볼 생각이 없을 것이다. 바이든은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으로 경제의 균형을 찾겠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한 재원은 상위 1%에 대한 증세다.
군사력과 경제체제, 정치시스템을 비롯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선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나라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오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트리클다운 효과)’를 부인하고 있다. 스스로가 우리나라의 보수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종교처럼 다르던 신자유주의와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세웠던 낙수효과는 전시관에 잘 보존된 ‘쓰레기’였던 것이다. 경총, 전경련과 같은 재계를 비롯해 여러 토론 프로그램에서 경제 분야의 지식인들이 주장하던 낙수효과는 그들이 믿는 큰형님 미국에 의해 부정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낙수효과는 무엇인가? 경제 주체인 가계와 정부, 기업 중 정부가 기업의 성장을 돕는다면 기업이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많은 일자리가 국민에게 전해져 기업이 이룬 부를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논리다. 우리나라 상위 1%의 사람들이 4%의 친위대를 이용해 95%의 서민이 가진 종잣돈과 호주머니를 털어가면서 주장한 논리다. 95% 중 50%는 아직 이를 믿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나라 미국이 이런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그들의 부는 ‘극상류층’에 쏠려있다. 법인세인상과 상위 1%에 대한 증세는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세금인상 폭과 범위에 대한 조정은 있을지언정 방향성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초유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극한 상황에서는 극한 처방을 내놓는 것이 당연하지만 과거를 부정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낙수 경제가 발생한 적 없다.’는 바이든의 언급은 그동안 유지되어오던 미국의 정책적 오류를 인정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같은 미국의 부자들은 이전부터 부자 증세를 부르짖어왔다. 돈을 내놓을 테니 정부가 걷어가라고 말이다. 그들은 안다. 지금 자신들이 이룩한 부(富)를 내놓지 않으면 자신들에게 부를 안겨준 자본주의 시스템이 무너지리라는 것을 말이다. 돈 같은 경제적인 가치는 여러 사람이 쓸 수 있도록 순환되어야지 한곳으로 몰리면 뇌출혈처럼 터지게 된다.
바이든이 말하고 있는 증세는 부유층과 기업이 국가를 위해 부담해야 할 ‘정당한 몫’이다. 1980년대 레이건이 시작한 미국의 신자유주의와 낙수효과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착복하던 우리나라의 모리배들 주장이 얼마나 허황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부자 감세와 법인 감세로 많은 이익을 착복하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들의 논리적 근거가 사라져버린 이때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 못지않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지금 개입해야 한다.
태풍 뒤에 풍어가 온다고 한다. 큰바람이 불어 바다 깊은 속까지 뒤집어야 바닥에 가라앉은 영양 염류가 떠오르고 이를 먹이로 하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들어오면서 이를 먹이사슬로 하는 다양한 종류의 어류까지 유입되는 것이다. 우리도 풍어를 위해 바닥부터 뒤집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