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소유물이 아니다. 독립된 개체다.
오너일가보다는 삼성이 살아야한다.
2017년 2월 17일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오랜 세월 성역으로 여겨졌던 재벌가 대표 삼성가의 이재용 부회장(이하 이재용) 구속이었다. 삼성그룹은 이병철 회장의 ‘사카린밀수 사건’부터 이건희 회장의 ‘삼성 X파일 사건’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너의 구속을 막아왔다. 희생양은 아들부터 시작해 그들을 따르던 여러 가신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2016년 10월 24일 시작된 국정농단 사건 의혹의 불씨가 삼성그룹으로 번지며 오너가의 적장자 이재용 구속으로 이어졌다. 개별사건으로 치부되던 과거의 사건들과는 달리 정치 권력의 최고자리인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돈과 이권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국민의 분노를 샀다.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공적 금융기관인 국민연금을 동원한 사실이다. 국민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연금 재원의 손실발생을 알면서도 특정 오너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당시 대통령은 지시했다. 오너가는 이익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금전적인 이득을 제공한다.
얼마 뒤 3월 10일 대통령도 파면되고 이어진 수사로 인해 3월 31일 13가지의 혐의로 구속된다.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으로 국민의 공분을 잠재울 수 없었다. 이에 관련된 삼성은 돈을 매개로 부정청탁과 비리를 저지른 일개 사기업이었고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했다.
병실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일선에 섰던 이재용은 삼성의 의사를 결정짓는 최고자리에 있었고 대통령과 있었던 모든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수혜자였다. 그의 구속에 언론은 삼성의 경영위기를 집중보도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그가 풀려나게 하려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호락호락한 기업이 아니다. 오너 없다고 무너질 동네 가게도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 수재가 모인 집단지성 표본이다.
집단지성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삼성의 위기론’을 보란 듯이 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삼성전자는 2017년 동안 매출 239조 6천억 원으로 사상 최고매출액을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53조6천억 원을 기록해 삼성에 위기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성장도 뛰어났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영업이익률도 22.4%를 기록했다. 오너의 부재는 삼성이 얼마나 튼튼한 기업인지를 보여주는 기회였던 셈이다.
2017년 5월10일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풀려난 이재용은 2018년 2월 5일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경영일선에 복귀했지만 2021년 1월 18일 다시 법정 구속되었다. 여러 보수언론에서 또다시 삼성의 위기를 언급했다. 삼성이 진행하는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의 주요의사결정에 차질이 발생할 거라는 의견을 담은 기사와 칼럼, 논평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재용의 첫 구속 이후 총수중심에서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을 맡기는 체제로 개선했다.
풀어주고 싶은데 국민적인 비난을 의식해서일까? 청와대가 직접 나서지 않았지만 침묵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침묵도 정치행위기에 책임이 있다. 2021년 2월 1일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박범계는 취임 직후부터 가석방의 심사기준을 완화를 추진했다고 한다. 그가 임기를 시작할 무렵 이재용은 이미 구속상태였다. 완화된 심사기준에서 가석방 심사대상자를 형기의 복역률 ‘80%이상’에서 ‘60%이상’으로 낮췄다. 왜 하필이면 70%가 아닌 60%일까?1차와 2차를 합쳐 560일의 형기를 복역한 이재용은 형기복역률 61%로 완화된 기준 덕분에 겨우 겨우 커트라인을 넘겨 꿈에 그리던 집밥을 먹게 되었다. 만약 기준이 70%였다면 11월 이후에 가석방을 신청하거나 복역률 75%가 넘는 시점인 성탄절에 가석방될 수 있었다. (복역률 60%라는 기준은 기왕 빼내주는 거 선심쓴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지만씨 덕분에 중학교입학시험폐지, 고교평준화가 진행되었다는 풍문이 있듯이 이재용씨 덕분에 앞으로 많은 재벌과 정관계인사를 비롯해 수많은 경제범들과 잡범들이 그혜택을 받을 듯하다. 이와같은 영향력은 예수나 부처에 비길만 하다.)
삼성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체질을 개선하며 대응하는 생물로 진화했다. 삼성그룹의 핵심인재들과 전문경영인은 아버지가 이건희가 아니었을 뿐 이재용보다 뒤처지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세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 사람들이다. 이들이 삼성에 있는 한 삼성의 위기는 허언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삼성을 북한과 동일한 조직으로 보는 오류를 범하는 것과 같다. 삼성은 북한이 아니다. 삼성 오너의 부재는 뛰어남을 검증받은 엘리트들이 충성에 목매야하는 수고를 덜고 자신의 역량을 각 분야에서 펼쳐보이며 삼성이라는 거대한 생명을 더욱 진화시킬 가능성이 높기에 이번 가석방이 삼성에게 독약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