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돈이 필요했다.

국가의 재정을 위해 전매되었던 술, 소금, 쇠

by 필립일세

국가의 재정을 위해 전매되었던 술, 소금, 쇠






진나라가 BC207년에 통일제국 15년의 짧은 치세로 문을 내리고 초(楚)항우(項羽)와 한(漢)유방(劉邦)의 대결에서 승리한 유방은 한나라 대륙의 새로운 통일국가로 세우고 치세를 열었다. 중화의 이념아래 세운나라다보니 사방(四方)에 대해 교화의 대상이나 복속의 대상으로 보았다.






개국 초기부터 계속되는 원정이 있었지만 문제와 경제에 이르러서는 백성들의 살림에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무제에 이르러 고조선과 서역에 이르는 무리한 원정들이 계속되면서 국고가 바닥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진행되던 대외원정을 멈출 수는 없었다.






상황을 타개하고자했던 무제는 상홍양이 제안한 전매, 균수, 평준을 포함한 재정정책을 펴게 된다. 세율이 일정했기 때문에 지방에서 거둔 세금은 일정했지만 수도와 거리가 지방마다 차이가 있어 이를 운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조금씩 달랐다. 이것을 균등히 한다는 뜻의 균수(均輸)는 국가가 조세로 거둔 각 지역의 산물을 무조건 수도로 가져오지 않고 해당산물을 필요로 하는 일부는 다른 지방으로 운송해서 판매하여 얻은 수익을 국가가 갖는 것이었다. 지역의 환경과 생산물이 다른 상황에서 잉여상태 물자를 필요로 하는 다른 지역으로 유통시켜 산물이 균등하게 배분되도록 하는 정책이었다.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게 목적이던 평준(平準)은 균수법으로 지방에서 움직이던 물건의 일정량을 국가가 보관하고 있다가 산물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르면 공급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물량이 많아 가격이 떨어지면 일정량을 거둬들여서 물건가격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는 환경이나 계절적인 요인으로 물건가격이 오르내리며 백성의 살림살이가 힘들어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아보려 했던 노력이다.






전매(專賣)는 삶에 꼭 필요한 물건,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 이런 생필품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소주를 만드는데 쓰이는 주정이나 담배는 대표적인 전매상품이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바닥난 국고를 다시 채우려고 고심하던 무제는 상홍양의 제안에 솔깃했다. 무제는 전매제안을 수용하고 술, 소금, 철에 대한 전매정책을 시행한다.






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서 지리지에 따르면 염관은 27개, 군국에 36관, 철관은 40개, 군국에 48관을 설치했다고 한다. 기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염관은 30~40여 곳, 철관은 40~50여 곳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매제가 유지되면서 소금과 철을 직접 관리한 덕분에 생산원가에 비해 8~12배의 이익을 남길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지만 추진하던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이 워낙 크다보니 부족한 재정을 모두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BC110년에 국가의 재정과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균수와 평준을 시행하기로 한다.






이 모든 게 재화를 적절하게 배분하면서 지역마다 다른 물가를 안정시키고 국가의 재정을 채우는 일거다득(一擧多得)의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서 상행위를 하였다는 점에서 시장주의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다만 과도하게 세금을 높여 다수 백성의 생활을 더 어렵게 하지 않고 소수의 상인들이 취하는 이익을 국가가 가져가 더 큰 이익으로 상인들에게 돌아갔다는 점에서 또 다른 효과를 유발시켜 경제적 이득을 보게 했다는 견해도 있다.






국가가 했던 상행위로 얻은 이익은 부족한 재정을 채워 서역을 개척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로인해 안전이 확보된 상인들은 비단길(Silkroad, 실크로드)을 이용해 한나라의 상품을 서역에 팔아 더 큰 이익을 남겼다. -세계사에서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그 외의 대외원정을 통해서도 한나라가 영향을 미치는 강역이 넓어졌다는 것은 상인들의 활동영역도 넓어져 또 다른 돈벌이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전매의 시행은 상인을 압박해 권리를 축소시키거나 빼앗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지적보다 국가의 재정을 넉넉하게 채울 수 있었고 빈부격차가 줄어들어 사회적인 인심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는 점을 부각해도 좋을 것이다.






전매는 단순히 국가가 장사를 하는 행위가 아니라 국가의 부를 살찌게 하는 재정행위의 일부다. 춘추전국시대의 소국이었던 제나라를 강국으로 부상시킨 관중도 전매를 활용해 부국강병을 이루어 제나라를 성장시켰다. 현대에는 전매라는 완곡한 표현과 국유화라는 거친 표현을 두고 상황에 따라 활용하고 있다. 간격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전매를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정보가 돈이다-로트쉴트, 로쉴드, 로스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