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BIS자기자본비율과 지급준비제도를 조절해도 나쁘지 않아
금리인상이 답인가?-②BIS자기자본비율과 지급준비제도를 조절해도 나쁘지 않아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하 물가)을 조절하기 위해 아메리카에서 쏘아올린 금리인상의 포탄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6월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에서 금리를 예상과 달리 자이언트스텝(0.75%p)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첩보를 접한 유럽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언론은 몇 차례의 가공을 통해서 포장된 정보를 과도하게 제공하면서 정보를 소비하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작금의 경제상황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우리의 시야를 가리기에 충분하다. 언론은 방송보도와 신문기사를 통해 원유가격과 원자재가격, 곡물가격을 언급하며 물가인상을 이야기한다. 자칫 원유, 원자재, 곡물의 가격이 오르기에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는 오판을 쉽게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물론 고정된 수요가 있다고 가정하고 원유의 채굴량이 감소하고 원자재의 생산이 감소하고 곡물의 작황이 좋지 않는 등 공급이 줄어서 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 반대로 고정된 수요에 공급이 늘어서 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우리가 맞이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상황인식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인식해야할 경제상황과 연관된 금융현실은 공급의 변화에 따라서 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물가가 오르는 것은 원유가격이 오르거나 금을 포함한 원자재가격도 오르고 곡물가가 올라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공급과 수요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통화량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물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간결하게 말하면 오로지 통화량이 과도하게 증가했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전쟁은 핑계일 뿐이다. 이미 밀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으로 인해 많은 곳에서 밀농사를 짓고 있다. 앞으로 밀은 생각보다 가격이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곡물가격과 연동되는 사료가격도 예상보다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통화다. 통화량을 줄인다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고 경기침체의 정도를 줄일 수 있다. 통화량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인데 꼭 금리를 인상하는 것만이 방법일까? 금리인상은 전 세계 가계(일반서민)에 파급효과가 굉장히 크기에 최대한 늦춰야하는 방법임에도 연준은 금리인상을 선택했다. 자본주의를 꽃피우고 이끌어가는 맹주답게 자본을 가진자만을 위하는 선택에 필자는 솔직히 실망했다. 아메리카는 자본주의의 맹주이지만 민주주의의 맹주이기도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속성상 다수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함에도 결정적인 선택을 할 때마다 아메리카는 항상 민주주의를 위한 선택보다 힘의 우위를 가진 소수를 위하는 자본주의만을 위한 선택을 해 왔다.
언론에서 계속 주입식으로 언급하며 우리를 세뇌시키고 있는 금리인상이 아니라면 넘쳐나는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까? BIS자기자본비율(이하)을 올리고 지급준비율을 올리는 방법이다. 금융위기가 언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은행을 거래하는 금융소비자를 위한다면 은행의 안정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뱅크런’ 같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이하)을 올려 준비금을 더 늘리고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런 정책은 자연스럽게 통화량을 은행이 흡수하도록 하기 때문에 통화량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인상해야할 금리의 인상폭은 줄어들고 전 세계 가계의 부담은 감소하게 된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금리인상을 선택했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명료하다. 첫 번째는 은행의 돈벌이를 위해서다. 은행의 유일한 돈벌이는 대출이다. 금융소비자가 예금을 맡기면 일정 금리의 이자를 맡긴 이에게 주고 은행이 더 높은 금리의 이자를 받으며 대출을 해준다. 여기서 발생하는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에서 이자만큼은 은행의 수익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은행은 돈을 싸게 빌려와 돈을 비싸게 빌려주는 돈놀이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예금자가 돈이 맡기면 바로바로 대출자를 찾아 돈을 빌려줘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는데 bis자기자본비율과 지급준비율을 높여버리면 은행이 수익을 내는 도구가 줄어들고 수익도 감소하게 된다.
결국 은행의 수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아메리카는 가계에 적용되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은행이 거둔 수익은 결국 은행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자본가에게만 돌아간다. 연준이 권력을 이용해 금리를 올리고 서민의 이익을 소수에게 집중시켜주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을 아메리카 정부는 방관하고 있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금리인하 뒤에 오는 금리인상기에는 가계가 계속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위기가 올수록 서민만 가난해지는 이유다.
또 하나, 위에서 언급한 비슷한 이유로 금리가 높아질수록 경제적으로 약한 고리를 가진 국가가 위기를 맞는다. 특히 세계통화시장에서 달러($, USD)와 경쟁관계를 가지고 있는 유로(€, EUR)존은 달러의 금리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 경제의 독립성이 강한 다(多)국가 연합체인 EU는 구성 국가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같은 권역에 있는 국가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조금씩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연합 내에서 구성원의 경제 위기가 심해지면 통화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달러의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달러패권이 유지될 수 있는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가장 안정된 경제구조를 갖춘 도이치와 가장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국가들과의 금리 격차(특히 이탈리아)에 집중하고 있다. 연준의 회의가 열리기 전 ECB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이탈리아를 비롯한 PIGS회원국 국채금리의 급등에 따른 대응을 하기위해 시장의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다. 유럽 금융시장에서 투자자 공포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도이치와 이탈리아의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지금 현재 2020년 5월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상태였다.
6월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0.16%p 상승하며 3.94%까지 올랐다. 이는 2014년 이후 최고치로 도이치 10년물 국채금리가 1.6%에서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금리차이가 2.4%포인트까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5월 이후 가장 큰 차이로 벌어진 상태다. 이탈리아는 부채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유로존의 아킬레스(이하 약한 고리)로 불리고 있다.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높다보니 두 나라간의 국채금리 스프레드(차이)는 유럽 금융시장에서 ‘시장의 스트레스’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라고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약한 고리로 불리는 그리스도 10년물 국채금리가 이날 4.46%까지 올라갔고 포르투갈·에스파냐도 국채금리가 2.9% 수준까지 올라 유로존 금융시장의 스트레스는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주도하는 아메리카의 연준을 바라보는 유럽의 시선이 고울 수 없다. 유럽 금융계의 공공연한 적이다.
유럽금융시장 입장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아메리카 연준의 행태는 적의 공격으로 간주된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ECB도 어쩔 수 없이 7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는 했지만 부채가 많은 국가를 지원할 방침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금리가 크게 오르면 채권거래시장은 참여자들에게 불안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앞서 언급한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인상되는 상황을 야기하고 스프레드가 더 벌어지게 만들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금리가 4%를 넘어설 경우 심각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에 유로존 참여 국가와 세계금융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금리 스프레드(격차)가 벌어질수록 유로 존은 불안해지고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어렵게 모여 만든 유로는 해체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물론 유로존이 해체되도록 만들지는 않겠지만 힘은 약화 시킬 수 있다. 연준은 그럴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강한 상대가 사라지면서 아메리카의 입지는 더욱 강해지고 패권은 흔들리지 않고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분산됐던 힘을 연준의 방향을 거스르는 유일한 상대로 부상한 중국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상은 많은 나라를 힘든 환경에 놓이도록 만들었다. IMF의 지원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누군가의 불리(不利)는 누군가의 유리(有利)를 만든다. 만고의 진리다. 이 상황을 만든 아메리카에게는 상대를 공격해 항복을 받아내기 좋은 여건이 조성됐다. 필자의 일방적인 생각이겠지만 이번 금리인상은 아메리카가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경제적인 경쟁자들의 힘을 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연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능적으로 잘 활용할 것이다. 진행 과정에서 희생되는 우방 따위는 소모품 보듯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버티고 살아남은 국가들만이 또 다른 열매를 취할 수 있을 거라 본다.
7월에 열릴 FOMC에서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자이언트 스텝이냐 빅스텝이냐의 선택만 남겨둔 상태다. 캐나다처럼 울트라 자이언트(1.00%p금리인상)까지 언급되는 지금 FOMC의 결과에 따라 세계의 금융시장이 좀 더 오랜 시간동안 큰 혼란을 겪을 거라고 예상된다. 많은 국가들이 힘들겠지만 우리만큼은 이겨내야만 한다. 그렇기에 정부당국은 정신 똑바로 차려서 금융시장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이번 금융시장의 혼란을 잘 넘겨야만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한국은행을 필두로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알아서 정신 차리고 협력해서 잘 버텨내야 하는 이유다. 우리 독자분들도 잘 버티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