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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Sep 02. 2022

21C 현대인이 19C 비더마이어 시대를 살게 된 이유

21세기 현대인이 19세기 비더마이어의 시대를 살게 된 이유     






 사회를 유지하는 구성원들의 유대감은 중요하다. 생각과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지만 침체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구성원들이 가진 생각과 여론의 방향은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역동적이고 활기찬 사회를 만든다. 반면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질 때 공동체적인 유대감은 사라지고 자신만을 위한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가 발달한다. 지금의 금융현실은 후자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가가 있었다. 그는 계급사회였던 당시 유럽의 평민출신으로 민중을 위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지도자가 탄생했다면서 나폴레옹에게 호감을 표시하던 인물이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의 황제로 등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그는 실망과 함께 나폴레옹을 위해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교향곡의 앞장을 찢어버린다. 앞장에 적혀있던 곡의 제목인 ‘보나파르트(Bonaparte)’는 사라지고 ‘에로이카(Eroica)’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는다. 작품번호55 교향곡 제3번 내림 마장조(op.55 Sinfonie Nr.3 Es-dur)는 이런 이유로 보나파르트가 아닌 영웅이란 이름을 갖게 된다. 






 이곡을 작곡한 이는 여러분이 어느정도 예상했듯이 음악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이다. 곡의 제목이 바뀐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베토벤은 나폴레옹에 대한 기대가 컸다. 당시 계급에 의해 유지되던 당시 사회를 변화시켜주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희망에 부풀었던 베토벤의 기대는 또 다른 군주의 출현으로 무너졌다. 당시 유럽사회에 불만이 많았던 베토벤은 더 이상의 불필요한 기대에 살기보다 음악에 몰입을 선택하였다. 






 그와 상관없이 1789년에 시작된 프랑스혁명의 자유, 평등, 연대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나폴레옹은 유럽을 누비며 바쁘게 살았다. 1813년 10월 16일~19일까지 있었던 라이프치히전투 이후로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쇠락하면서 이듬해 4월 나폴레옹은 엘바로 유배를 가게 된다. 물론 1815년 2월에 나폴레옹은 섬을 탈출해 약 한 달 뒤 파리에 입성하지만 백일천하로 마무리된다. 이후 세상은 기존 지배층들에 의해 나폴레옹 이전시대로 회귀하기 위한 ‘빈 회의’가 계속되었고 유럽은 다시 왕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그들의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세상은 조금 변해있었다. 세상에 전파된 프랑스혁명의 사상은 사라지지 않았고 누적된 불만은 1848년 3월 도이치의 혁명이 발발하면서 또 다시 세상에 대한 새로운 변화의 시계열이 시작된다. 






 빈회의 이후 3월 혁명(도이치)까지의 시기를 사가들은 반동시대 또는 복고시대라는 칭호로 부른다. 이 기간 동안 과거로 회기를 원하던 다수의 유럽 지배층의 뜻대로 정치체제가 유지되었다. 여기에서 시민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자유, 평등, 연대를 외치며 반발하던 ‘청년도이치’세력은 정치와 사회, 노동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저술을 비롯한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반면, 어차피 바뀌어도 잠시일 뿐 다시 회귀할거라고 체념하는 사람도 많았다. 후자는 정치와 인권 같은 사회적 혼란에 대해서 관심을 접고 개인에 대한 삶의 영역에만 집중하였다. 이미 나폴레옹으로 인해 변화를 겪었던 이들은 변화와 혁명이 혼란만 가중시키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대응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그런 활동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무시당하고 핍박을 당했음에도 안정적인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갈등의 분란을 일으키려고 하지 않았다. 소소한 삶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작은 만족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기쁨을 누리려는 시민들이 주를 이루었다. 개인적인 만족과 삶의 안정을 추구하던 이들을 당시 도이치사회에서는 ‘비더마이어(Biedermeier)’라 불렀다. 






 어차피 세상의 변화는 쉽지 않다는 것을 진리로 삼았던 이들의 19세기적 사고방식이 21세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 되었다. 어쩌다가 시민들의 사고가 복고된 것일까? 19세기 도이치인의 사고가 오랜 세월동안 산 넘고 바다건너 21세기 사는 우리에게 뒤늦게 전파된 것일까? 지금 우리사회도 기대가 사라진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필자는 이를 자산과 금융의 문제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빈부의 격차는 호황일 때보다 불황일 때 더욱 벌어진다. 불황일 때 살기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빈자의 자산을 부자가 사들인다. 시간이 지나 호황이 찾아오면 부자의 자산은 더욱 증가한다. 이런 것을 반복해온 자본주의 사회는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을 줄이려면 빈자들에게 금융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금융시스템은 어느덧 신용도가 높은 부자들에게만 유리해져 있다. 






 정부는 기울어진 상태를 바로잡기 위해 적절한 개입으로 금융시장 활용의 균형을 맞춰야함에도 운동장의 기울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정책들을 내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기에 국민들이 길들여진 바보 같아 보이기에 이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생각의 깊이가 깊지 못해 잠깐은 속을 수 있지만 영원히 속지는 않는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뒤늦은 깨달음은 깨닫기까지의 값비싼 비용을 치른다. 혹독한 후회를 통해 얻다 보니 피해가 크다. 그래서 아쉽다. 이번에도 국민은 정부정책으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큰 피해를 입을 거 같아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많은 수의 국민을 위한다기보다 반대편에 있는 소수의 상위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내고 있다. 






 국민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채가고 있다. 소수의 자본가에게 활용도 높은 국유지를 매각하려는 정부, 주가조작 같은 부자들의 금융범죄를 비호해주는 언론과 수사 권력의 현실, 수출하는 기업의 수익을 위해 수입 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감내해야하는 가계 등에서 우리 사회가 다수보다는 소수를 위해 구성된 사회라는 것을 말이다. 그로인한 피해도 크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삶의 질, 핸드폰·주택·차량 등 모든 경제활동이 채무가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 금융시스템, 근로로 얻는 값진 소득보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탕주의. 사회의 균형을 잡아주는데 있어 금융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오히려 상황이 더 심화되도록 가중시키고 있다.  






 문제를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바른 목소리를 냈을 때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낸 사람이 감내해야할 무게는 작지 않다. 사회에서는 공산주의자,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이런 환경은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사회의 자체적인 정화기능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 살아가기 시작한다. ‘비더마이어’적인 사고다.   






 능동적인 대응을 통해 갈등으로 인한 불안과 핍박보다는 수동적인 적응과 순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안정과 평안을 추구하던 비더마이어는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이기도 하지만 병으로 인해 찾아오는 고통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지면서 병증이 깊어지고 마침내 고칠 수 없을 정도로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는 말기 환자적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는 자리에 누워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를 죽이고 있는 지금의 금융시스템을 지난정부도 바꾸지 못했고 지금정부는 바꿀 생각이 없다. 그들은 이미 소수의 부자들과 카르텔이 형성되어있는 기득권이기 때문이다. 






 정치에만 관심을 두는 국민이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사면초과다. 다만, 국민이 정치보다 경제와 금융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인 요구를 한다면 조금씩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해본다. 혁명까지는 아니어도 정부가 제자리에서 놀지 않고 한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조그마한 노력만 기울여준다면 좋겠다.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개혁으로 변화된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기울어진 운동장의 각도가 조금은 줄어든 환경에 사는 비더마이어가 되었으면 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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