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지출을 옭아매니 공기업이 부실화된다.
한반도 운하 사업은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다. 당시 들어선 정부는 ‘MB노믹스’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던 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려고 했다. 시도는 좋았었지만 자연 생태계 파괴와 환경 오염에 대한 국민의 반발로 인해 좌절되었다. 이후 토목사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은 정부는 규모를 축소해서 홍수와 가뭄을 통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치수를 위한 ‘4대강 사업’을 진행하였다. 강바닥을 파내면서 유량을 늘렸지만 유속이 빨라지면서 생태계는 변하였다. 또 보를 통해 막힌 강줄기는 물이 고이도록 만들었다. 고인 물속에는 유기물의 증가와 용존산소량이 증가하였다. 동시에 여름의 일사량이 증가하면서 수온이 상승했다. 물은 즉각 반응을 보였고 4대강 곳곳에서 발생한 녹조현상으로 인해 ‘녹차라떼’라는 조롱이 언론을 통해 이어졌다.
이때 발생한 공사비에 대해 2016년 환경부의 발표에 의하면 변동될 수 있는 금융비용 약 4.4조 원을 제외하고 4대강 사업에 사용된 총사업비는 22조 원이라고 밝혔었다. 이 중에는 원금 상환액이 6.4조 원(정부 2.4조 원, 수공 4조 원)이 포함된다고 했다. 2018년 감사원의 발표에서는 이와는 조금 달랐다. 2008년 USA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는, 민간자본을 유입시켜 4대강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던 정부의 방향성에 제동을 걸었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인해 민간자본을 유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수자원공사(이하 수공)에서 9개 공구에 대한 2.8조 원을 투입해 수공에서 먼저 진행하면 나중에 정부가 해당 비용을 국고로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약속을 믿었던 수공은 정부가 원했던 대로 4대강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그것은 당시 정부의 눈속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약속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2009년 8월 예산을 조율하는 기획재정부에서 정부의 재정부담을 이유로 4대강 사업은 수공이 국가사업을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공의 자체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하도록 강요했다.
당시 대통령실에서 국가의 채무증가는 있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고 다음 달에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는 사업의 주체를 정부가 아니라 수공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을 확정했다. 결국 나머지 24개 공구에 대한 사업비 5.2조 원마저 수공이 떠맡게 된 것이다. 정치인의 치적을 위해 엉뚱하게 빚을 안게 된 수공은 이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8조 원의 공사채를 발행해야 했다. 결국 4대강 사업은 정부에서 진행하고 싶었던 정책이었지만 정부의 채무를 줄이기 위해 공기업에서 공사채를 발행하는 상황으로 변해버렸고 결국 공기업이 정치에 의해 어떻게 부실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 중에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이후 수자원공사는 정부를 믿고 투입했던 원금 약 8조 원을 보전해달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정부는 미루고 미루다가 4대강 사업이 완료되었던 2015년에 사용한 원금의 30%인 2조 4천3백억 원만 보전해준다. 이에 70%인 5조 5천억 원은 손실처리 할 수밖에 없었고 고스란히 수자원공사의 손실로 남게 된다. 수자원공사 창사 이래 최대 적자였다. 수자원공사는 2034년까지 다른 사업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으로 부채비율을 47.3%까지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1980년대 초 부족한 주택을 늘리기 위해 민간건설사의 참여를 인정해 시작된 아파트 건설에서 민간은 막대한 이익을 누렸다. 우리는 그들이 누렸던 많은 이익을 지켜봐 왔다. 그리고 헛발질도 말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가져야 할 과실은 소수의 민간기업에 돌아갔고 민간기업의 이익은 공기업의 부실을 만들어 냈다.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하는 중이다.
2023년 1~5월까지 공기업의 채권 발행 규모는 11년 만의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 6월 27일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5월 말까지 공사채(특수채)의 채권순발행금액은 18조 1,068억 원이라고 한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을 받던 2012년의 같은 기간에 채권순발행금액이 24조 703억 원였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2013년 이후로는 1~5월 사이 공기업 채권순발행금액이 10조 원을 넘긴 적이 없다. 2022년에 벌어졌던 공사채 대란으로 14조 7,151억 원일 발행했고 2023년에는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3조 3,917억원(23%)이나 더 증가하면서 11년 만에 최대금액의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공기업의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증거다.
정부가 재정을 축소하면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올해 2023년 정부가 재정 지출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공기업의 모든 사업을 자체 사업으로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기료와 관련해 적자를 보고 있는 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실을 정부가 공기업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 적자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직원들에게 급여와 수당을 동결하기에 이르렀고 한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의 원인이 되었고 우수 인재가 한전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들이 떠안는 자체 사업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재무 건전성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결국 공사채를 발행해 금융시장에서 민간자본을 유입시키려다 보니 정작 민간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유입시키려고 할 때 제대로 모이지 않는 ‘구축효과’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정부가 금융시장과 국민에게 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수공의 사례에서 이미 경험했던 것으로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금융시장에서 자금모집에 대한 왜곡을 불러온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이는 정부가 금융시장의 관리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게 하나 있다.
한전은 계속된 손실이 누적되고 있지만 민간 발전 기업인 GS, 포스코, SK, 율촌 등은 계속된 이익이 누적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역대최대치의 흑자를 보고 있는 이들 민간 발전회사들의 이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공기업에게 떠넘기는 것은 물론 소수의 민간사업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공익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정부가 못한다면 국회가, 국회가 못한다면 언론이 나서서 관찰하고 감시해야 한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직후부터 정부의 재정을 관리한다는 미명 아래 방관하고 있는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언젠가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 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에 대해 일시적으로라도 국유화내지는 민간업자들의 면허를 정지시켜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권력, 공권력이다. 그리고 소수보다는 다수를 위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개념이다. 정부가 사고(思考)를 멈춘 비정상적인 정부가 아니라 정상적인 정부이기에 이런 기본에 충실하였으면 한다.
참고사항-국유화는 좋은 것이다...자본주의를 꽃피운나라인 아메리카에서도 씨티그룹과 GM을 국유화했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다시 체력을 회복시켜 민영화시켜놓은 성공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