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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Jul 25. 2023

북부 이탈리아 상인을 상징했던 롬바르디   

금융은 새로운 영광과 부흥을 만들어낸다. 

북부 이탈리아 상인을 상징했던 롬바르디  





   

 중세가 암흑의 시대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신에 대한 배려만 있을 뿐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을 비판하는 학자들의 표현이었으리라. 모든 것이 신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인간 세계 현실의 삶을 위한 경제적인 부분이 쇠퇴했고 인간이 추구하는 지동설 같은 지식은 무시당했으며 신화가 추앙받았을 뿐 인간의 문화적인 성장도 부족했다. 이것이 신만을 추앙했던 가톨릭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중세의 잔재는 오늘날까지 여전히 남아 존재하면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크고 작은 갈등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중세에도 사람은 살아야 했기에 작게는 주변 도시 간의 상업이 꾸준히 이어졌고 크게는 나라나 문명 간의 교역도 유지되었다. 지리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환경 탓에 중세유럽에서도 여전히 지중해를 중심으로 교역이 이루어졌다. 이 중심에는 여전히 로마의 후예였던 이탈리아반도의 여러 도시와 공국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동양과의 교역이 주(主)였다. 당시만 해도 재화는 아시아(이하 동양)에서 만들어진 것들의 품질이 더 좋았다. 아라비아를 통해 지중해를 거쳐 동양의 앞선 기술로 만들어진 다양한 재화는 이탈리아에 도착한다. 그리고 유럽의 각지로 팔려나갔다. 이 중에는 도자기와 비단 같은 재화도 있었지만 유럽에서는 구하기어려웠던 향신료의 인기가 많았다. 인도, 말레이,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던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 무역을 이탈리아 상인들이 독점하면서 거상(巨商)으로 성장했다. 이때 이들이 주로 활동했던 이탈리아 북부의 베네치아, 제노바, 밀리노, 피렌체 등이 주요 도시로 성장한다.






 서양과 동양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던 이탈리아 북부의 여러 도시는 중요도가 두드러질수록 번창했다. 이런 거래를 통해 여러 화폐가 사용되면서 이들 도시에서는 자연스럽게 금융업이 성장하게 된다. 거상들이 거래하는 금액도 크고 다양한 곳과 거래를 하다 보니 거래에 사용하는 화폐가 다양하고 복잡했다. 금(金), 은(銀), 동(銅)으로 만든 화폐는 물론이고 귀금속까지 화폐로 역할을 담당했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화폐를 사용했고 화폐마다 각 귀금속의 함량이 달랐다. 당연히 교환 비율도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를 합리적으로 교환하기 위해서는 많이 다뤄본 경험 많은 전문가가 필요했다. 이런 이유와 배경이 모여 거래가 많던 이탈리아 북부에 근대적 의미에서의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은행들이 처음에는 화폐를 교환해주는 단순한 업무를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래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결제업무까지 보게 된다. 이를 위해 서류상 결제업무까지 도입되는데 받을 돈과 지급할 돈을 서로 상계해서 남은 돈만 거래하도록 편의를 봐주게 된다. 이를 위해 ‘계좌’라는 개념이 만들어졌고 어음이라는 것이 생겨나게 된다. 당연히 계좌 간 이체도 발생했고 거래를 마치고 계좌에 남은 적립된 돈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이자도 생겨났다. 일종의 예금과 대출이었던 것이다. 환전, 어음과 수표의 발행, 예금과 대출 등 오늘날 은행에서 진행되는 여러 업무 형태가 이 당시에 생기다 보니 근대적 은행의 시발점을 이탈리아의 북부 도시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은행들은 이탈리아 외의 다른 나라나 도시에도 사무소를 설치하면서 더욱 성장하게 된다. 유럽 금융의 중심으로 불리는 런던의 금융중심 지역을 ‘롬바르드 스트리트(Lombard Street)’로 부르게 된 계기도 이탈리아계 은행 사무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롬바르드는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6~8세기 사이에 북부 이탈리아를 다스리던 게르만 종족의 일족이다. 그래서 롬바르드는 북부 이탈리아를 상징하기도 한다. 






 롬바르드라고 불리던 이탈리아 상인들의 활약이 대단할수록 이들은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이들처럼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이런 환경은 결국 동양으로 가는 길을 육지가 아닌 해상경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된다. 이는 조선업의 발달과 나침반을 이용한 항해술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유럽이라는 좁은 지역을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유럽의 외연이 확대되는 배경이 된다. 당연히 유럽의 상업과 자본이 발달하는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고 세계의 거리가 점차 좁혀지는 과정에 들어서도록 했다. 






 롬바르드에서 시작된 은행업은 자본의 집중화를 통해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는 물론 네덜란드와 잉글랜드로 이어지는 해양 세력의 성장을 도왔고 산업혁명으로 이어져 유럽이 동양과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아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오늘날 USA라는 나라가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도 은행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금융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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