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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Jul 27. 2024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는 군주제와 같다.

소수를 위한 세제 개편안은 시민권력에 대한 명백한 반역이다.

2024-07-27     pm22:24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는 군주제와 같다. 






독점적인 권력을 누리던 프랑스의 절대왕정이 갑자기 무너졌다. 무너진 이유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생한 충격 때문이었다. 빵을 원했던 사람들의 봉기가 직접적이었다. 왕정이 무너진 것은 권력이 부족했다거나 군대의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절대적으로 독점된 권력을 사용하면서 다수의 시민을 위하기보다는 억압하는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귀족과 성직자는 면세를 받다 보니 나라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세금은 농‧상‧공업에 종사하는 시민에게 걷어야 했다.






절대권력은 가난했던 다수의 시민에게 과도한 세금과 십일조를 담당하도록 요구했었다. 소수의 귀족과 성직자만이 누리던 면세 혜택을 일반 시민이 받기 위해서는 돈으로 신분을 사야 했다. 당시의 일부 학자는 가난한 시민에게 세금을 징수할수록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개념을 내세웠다. 이런 논리를 지배층에서 받아들이면서 약자였던 시민에게 세금을 많이 징수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학자의 주장과 지배층의 믿음은 배고품을 참다 못해 일어난 시민의 봉기를 통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인내의 임계점을 벗어난 시민의 분노는 도화선을 타고 혁명으로 이어져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소수의 귀족과 성직자를 위해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다수 시민이 겪는 현실을 알지 못하던 권력은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최근 정부에서 24년 세제개편 안을 내놓았다. 세수 결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세제 개편안이라 행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세제를 손보고 수정했는지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필자도 그래서 지켜봤다. 긍정적인 기대는 없었다. 부자 감세가 예견된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 선을 그을지가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필자가 생각했던 막장의 깊이는 얕았고 행정부가 내놓은 막장의 깊이는 예상외로 깊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행정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껏 USA와 유럽을 비롯한 모든 나라가 그랬다. 행정부가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재정수입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의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계속된 세수 결손으로 정부의 재정, 즉 곳간의 빈 공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번 행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을 보면서 이번 정부는 ‘세수 결손을 막으려는 의지가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정부의 재정이 바로 서야 올바른 금융정책을 펼 수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에 따른 경기침체로 환율까지 움직이고 있다. 이런 때 외부충격에 노출된다면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많은 시민이 지금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고된 삶을 살 수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았을 때 역대급이었던 2023년에 벌어진 세수 결손 못지않은 상황이 올해도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을 알면서 행정부는 재정수입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오히려 상속‧증여세를 사례로 들면서 ‘시대반영’이라고 말한다.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이런 오만방자가 어디 있는가?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금융은 넘치는 곳의 자본을 부족한 곳에 가도록 만들어 자본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감독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세금은 행정부의 주요 수입원임과 동시에 ‘부의 쏠림’을 분배를 통해 사회적인 갈등을 용이하게 줄여주는 금융과 같은 주요 정책 수단의 일부다. 세금을 거둔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한다.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알 수 있다. 예산은 정부가 다수의 구성원을 위해 사용되는냐 소수의 기득권을 위해 사용되는냐를 볼 수 있는 결정적인 지표다. 그런데 지금의 행정부는 세금을 거두는 것부터 소수의 기득권에게는 감세라는 혜택을 주고 다수의 시민에게는 부가가치세를 통해 납세를 요구한다. 여러분은 이 정부의 방향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는가?






행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 사태’때 보다 상대적인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을 낮추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은 전 세계의 서민이 당하고 있다. 조금씩 잦아드는 인플레이션으로 상황이 나아지면 금리를 낮춘다고는 하지만 금리를 낮춘 이후 어떤 변화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향후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겠다고 한다. 부가가치세의 인상은 잦아들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가가치세는 물건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다. 구조상 부가가치세가 오르면 물가상승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소비는 지금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소비시장의 하락을 불러와 경기의 장기적인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서 이미 검증된 사례가 다수 있다. 그런데 경기가 활성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왜 굳이 지금 부가가치세를 올리려고 할까? 그만큼 세수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시민이 소비생활을 하기에 다수의 시민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걷어가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진 자에 대해서는 덜 가져가려고 노력한다는 게 이번 세제개정안의 문제다.






지금의 행정부는 재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수의 시민에게 적용되는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여 세금을 더 거둬가려고 하나 재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소수의 시민에게 적용되는 상속‧증여세(이하 상증세)는 덜 거둬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했으니 지금부터는 상증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나라에 내는 세금 중에서 사회적인 부의 분배에 가장 기여도가 높은 것이 바로 상증세다. 시민들은 각자가 가진 기술과 환경, 교육의 정도와 함께 노력과 운에 따라 부를 이룬 규모가 다르다. 그래서 그 부를 이루고 유지하는데 있어 나라가 제공하는 외부로부터의 안전이나 사회가 제공하는 내부의 안정과 같은 시스템에 대해서는 부의 규모가 클수록 더 큰 혜택을 보게 된다. 결국 자본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가진 게 많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누리는 혜택에 걸맞은 규모의 세금을 내는 게 맞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는 이런 환경을 유지하도록 기여한 일반 다수 시민에 대한 공로는 무시하고 소수 기득권을 위해서만 법과 제도를 적용하려고 한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상속세의 대상이 된 피상속인(사망자)의 수가 2014년에는 7,542명이었다. 그들이 사망하면서 누군가에게 상속한다고 결정된 재산에 대한 결정세액은 1조7,453억 원였다. 2015년에는 그 수가 6,592명으로 줄었으나 결정세액은 1조8,439억 원으로 늘었다. 이런 추세로 피상속인의 수는 오르내렸으나 결정세액은 꾸준히 늘어났다. 2021년에는 피상속인의 수가 14,951(전체 사망자 317,680)명이었으나 4조9,131억 원이었고 2022년에 그 수가 더 늘어 15,760(372,939)명과 19조2,603억 원이었다. 2023년에는 19,944(352,700)명이었으나 결정세액은 12조2,901억 원이었다. 이를 기초로 살펴보면 10년 사이에 피상속인은 2.6배이상 증가했으나 결정세액은 6.99배 이상 증가했다. 1인당 결정세액도 2014년에 평균 2억3,141만 원이었던 액수가 2023년에는 6억1,623만 원으로 2.6배 이상 상승했다. 모든 언론에서 말하는 대로 자산가치가 상승하면서 대상자가 늘어났던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통계의 결과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우리 사회에 빈익빈 부익부의 정도가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피상속인에 의해 상속이 발생하는 빈도가 증가하는 비율에 비해 상속하는 재산에 대한 결정세액이 더 증가한다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사회적인 불평등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지표다. 증여세도 마찬가지다. 증여세를 내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그 액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청년이 시작하는 출발점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과 운동장이 기울기가 커져 간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증세는 세상을 읽어주는 지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지표들의 기준인 세율과 공제액을 동시에 바꿔서 피상속인의 수와 결정세액을 줄인다는 것은 사회적인 지표를 적극적으로 왜곡하려는 행위다. 예전 MB 정부 시절 물가 지표의 여러 항목 중에서 상승률이 높았던 금을 빼고 물가를 산정해 물가상승률을 왜곡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모든 법과 규정, 규칙은 사회는 물론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개정되고 변화되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에 맞게 다수의 의견에 맞아야 하고 사회의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타당한 논리를 넘어 합리성까지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세제 개편안에서 논쟁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상증세를 납부하는 대상이 되는 시민’은 감세로 보호해야 할 사회적인 약자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인 격차로 발생할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위해 납세에 충실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행정부는 이들에게 감세의 혜택을 주려는 시도를하고 있다. 행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은 안정적이었던 우리 사회인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사회의 구성원 간의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와 상호 간의 신뢰에 균열을 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모여있는 입법부 국회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정부를 향해 명확한 국민의 의사 전달하고 국회가 갖고있는 재정 감시권한으로 행정부를 견제하여야 한다.






다시 한번 더 언급하자면 행정부가 시행하겠다고 새롭게 제시한 세제 개편안은 실행과 동시에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면서도 실행하려 한다. 이는 가진 게 많아 누리는 게 많은 자에게 그에 걸맞은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 기존의 세제안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더불어 대규모의 세수의 결손을 유도하여 정부가 해야 하는 업무인 민주 복지 사회 구현은 물론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경제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동력이 상실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R&D예산을 축소하면서 ‘이‧공계 인재 유출’이라는 심각한 현상을 만들어내 대한민국 미래의 성장동력을 훼손했다.






2023년에 이미 59조 원이라는 세수가 결손나자 행정이 펼쳐지는 곳곳에서 예산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나고 있다. 각 부처와 지자체에 지급하는 예산을 줄이면서 학생에게 무상 지급되던 혜택이 예산 부족으로 사라지고 있다. 보육과 부족한 자금은 금융이나 외환위기 때 환율방어를 위해 사용해야 할 ‘외국환평형기금’과 여러 공공기금의 여윳돈을 모아둔 ‘공공자금관리기금’ 등에서 빌려 사용하고 있다. 지금의 행정부는 나라의 위기를 막고 공공을 위해 사용해야 할 기금을 사용하면서까지 소수의 자본가를 위해서 법과 제도를 바꾸고 있다. 행정부는 왜 자신을 지지해준 다수의 시민을 위한 정책과 행정을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일까?






세수 결손으로 인해 정부가 해야 할 복지는 하나씩 멈춰가고 있다. 새로운 세제개편안은 누리는 것에 걸맞은 세금을 내도록 시민을 독려해야 할 행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납세를 방해하겠다는 정책이다. 세제 개편안에 담긴 상증세 같은 감세 요인은 지금보다 더 큰 폭의 세수 결손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할 것이기에 정부의 예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이로 인해 국민에 대한 복지는 감소는 물론이고 R&D 예산과 같은 미래성장동력도 더욱 감소해 미래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우리는 왜 식견이 부족한 정부를 눈앞에 두고도 가만히 있는 것인가? 우리에게 프랑스와 같은 열정이 부족한가? 아니면 지혜가 없는가? 아니다.






다수의 시민을 위하는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다수의 자본을 위한 국정 행위는 프랑스 왕정의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현 행정부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은 시민이 말없이 계속 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보다는 다수의 자본에 충성하려는 현재의 행정부의 말로(末路)가 프랑스 왕정의 말로처럼 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그보다 앞선 행동으로 현 행정부 수반이 자신보다 먼저 현명한 행동을 했던 이들을 본받았으면 한다. 험난한 외교와 경제, 대북 문제 등의 국정을 해결할 자신이 더 이상 없다면 국가를 위해 시민을 위해 지금이라도 ‘리처드 밀허스 닉슨’이나 ‘이승만’처럼 자신의 거취를 남에 의해서 결정되어지기 전에 스스로 결정하는 것도 ‘결자해지’하는 차원에서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단 늦을수록 불리하기에 빠른 선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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