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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워서 마시는 술?

추울 때는 데운 술이 최고

by 필립일세

데워서 마시는 술?


우리는 우리 문화보다는 해외의 문화에 대해 좀 더 잘 안다. 이유야 가지각색이지만 해외 문화 중에서도 백인 문화가 좀 더 보다 많이 알려진 게 사실이다. 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청주보다는 포도주를 좀 더 잘 알고, 소주보다는 위스키나 브랜디, 칼바도스, 진, 럼, 데킬라에 대해 좀 더 잘 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면서 마시는 음료가 있다. 포도주로 만드는 음료로 술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뱅쇼(프, Vin Chaud)와 글루바인(도, Glühwein), 멀드와인(잉, Mulled Wine)은 포도주로 만든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각 지역에서 포도주에 향신료나 약초, 허브, 시나몬 등을 넣고 끓인 후 설탕이나 꿀을 넣어서 맛을 내는 겨울 음료다. 끓이면서 알코올은 공기 중으로 사라지다 보니 어른은 물론 노약자와 술을 못하는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이 음료를 겨울에 마시고 있다. 알코올이 거의 없어 술이라고 볼 수 없으나 포도주의 색과 향이 남았기에 일반적으로 과실주를 의미하는 와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데워서 마시는 음료이다 보니 겨울철 음료로 알려져 카페나 제과음료점을 통해 알려져 젊은 층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이런 식의 음료를 포도주로만 만들어 마시지는 않는다. 비어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글뤼비어(도, GlühBier)’, ‘멀드비어(잉, Mulled Beer)’라고 한다. 특징이라면 와인과 비어 모두 물 끓이듯이 끓이는 게 아니라 따뜻하게 데우는 정도로 중탕을 시킨다는 거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술이 우리의 역사에서도 존재한다. 과실은 아니나 곡식으로 이런 종류의 음료를 만들어 마셨다. 우리는 이 술을 ‘자주(煮酒)’라고 한다. 물론 용도도 서양의 경우와 같다. 고려시대부터 만들어 마셨다고 알려진 이 술은 의학서적으로 알려진 동의보감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잘 빚은 청주나 탁주에 열을 내는 후춧가루나 계피(시나몬), 대추, 생강, 칡 등을 넣어서 중탕해서 마시는 술로 추운 날씨에 떨어진 신체의 온도를 서서히 데우는 게 특징이다.






그 외에도 데워마시는 술이 있다. 탁주나 술을 짜고 남은 지게미를 활용한 모주다. 지게미에 물을 넣거나 탁주에 계피와 대추, 생강 등의 약재를 넣고 약한 불로 데운다. 끓이기보다는 중탕이다. 겨울철의 별미로 특히 추운 날씨에 만들어 마시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해 첫 차례를 지내고 마시는 도소주(屠蘇酒)도 빼놓을 수 없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건강을 지켜줘 장수하게 된다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청주로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1년간의 무병(無病)을 위해 가족들이 함께 마시는 술이다. 다만, 도소주는 가족이 같이 마시다 보니 한가지 원칙이 있었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먼저였다는 거다. 나이가 어린 순으로 마시는 술이다 보니 ‘마지막에 마시는 연장자의 처량함이 느껴진다.(실학자 이익)’고도 말하는 게 도소주다.






이렇듯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추운 겨울에는 건강을 지키려고 마셨던 일종의 의약품이었다. 발효로 만들어져 마시기에 안전했던 술에 여러 약재를 넣어 건강을 지키는 음료를 만든 모습은 동양이나 서양 모두 안전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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