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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Dec 16. 2019

불황에도 연말술자리는 이어진다.

맛집에서 이어지는 음주토크 생방송 

맛있는 술 이야기     

불황에도 연말술자리는 이어진다.


 겨울이라고 하면 항상 솜털 같은 함박눈과 매서운 추위가 떠올랐지만 이제 한국의 겨울은 한 가지를 더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미세먼지’다. 이웃나라의 경제성장과 계절풍은 언젠가부터 봄의 황사가 아닌 겨울의 미세먼지와 더불어 전 국민의 마스크생활화를 만들어냈다. 쌀쌀함이 시작되는 2019년 12월초 저녁수업을 마치고 안개가 낀 듯 희뿌연 가로등의 안내를 따라 매서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신호등을 건넜다. 종로의 골목에 들어서자 그 안은 음식점들의 간판 불빛과 거나하게 한 잔을 들이킨 남녀들이 내뿜는 담배연기로 자욱하다.

 지하철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다가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불을 밝힌 가게 안을 바라보았다. 서민들의 경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연말은 연말이다. 회사원들이 주로 다니는 종로의 골목들은 ‘맛 집’들로 소문난 곳이 많다보니 주변의 여러 음식점에 테이블은 빈 곳이 없다. 빼곡하게 메운 사람들을 보면서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을 이야기소리와 즐거움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들이 앉은 테이블에는 음식과 함께 갈색과 녹색으로 물든 병들과 투명한 유리잔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자리에 앉은 이들의 이야기꽃이 시들지 않게 적절히 적셔주기 위해서 준비가 되어있는 음료와 도구들이다. 

 식사와 함께 가벼운 반주가 이어진다. 역시 연말이라는 분위기가 주는 특별함 때문일까? 오랜만에 같이하는 식사자리에서 그동안 절제하던 가벼운 반주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주로 동네주민, 직장동료나 연락되는 친구들과 모여 식사와 음주를 하던 연말모임이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통신시설의 발달과 SNS와 같은 소통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좀 더 많은 사람과 좀 더 많은 모임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연말모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바쁘게 사느라 잊혔던 지인들과의 자리도 있지만 취미생활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지인들과의 모임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 직장의 문화나 모임 구성원의 성격에 따라 아직도 술을 강제로 권하거나 잔을 돌려가며 마시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그렇다보니 예전보다 마시는 술의 양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추세는 기존의 많이 마시기 위한 술보다는 한잔을 마셔도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술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단순한 희석식 소주보다는 증류식소주나 리큐르를 찾거나 국내대기업의 맥주보다는 마이크로 브루어리에서 만든 주류나 수입주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음식점들도 이러한 주류들을 메뉴에 올려 판매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그 외에도 대형마트에는 다양한 종류의 술들을 판매하며 애주가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며 입맛을 다시게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그동안 빼앗겨왔던 ‘주류선택권’을 찾아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주어진 대로만 마시던 시대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 마시는 시대로 말이다. 물론 변하는 과도기다보니 완벽하지 않아 속도는 더디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조상들로부터 이 땅에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단 한 번도 없었던 술에 대한 세금을 내고 있는 우리가 이 시대를 살면서 술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는 의무는 지면서도 그에 합당한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야 조금씩 우리는 술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외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통해서 익숙해진 수입주류에 대해 인식으로 수입주류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면서 다양한 ‘주류선택권’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권리를 좀 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변하는 흐름에 맞춰 술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전달도 무척 중요하다. 술을 일상적으로 접하면서도 우리가 잘못알고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무딘 감각을 가지고 있다. 술을 공부하면서까지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왜곡된 것을 바로잡고 오해로 빚어진 것을 바로 알리는 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와 더불어 무조건 마시기만 하는 잘못된 술 문화를 지양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술을 조절할 수 있는 올바른 음주문화를 지향해야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무시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가까운 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으며 마시는 술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현명한 음주 습관과 음주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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