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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Sep 11. 2021

와인이 진정한 화학주다.

모든 술은 고귀하다. 다만 거품이 있을 뿐이다.

와인이 진정한 화학주다. 



    

 영혼을 깨우는 음료, 신의 물방울, 문명의 술... 모두가 와인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사람들은 그 외에 더 다양한 표현으로 역사 속에서 자신이 마셨던 와인을 찬양해왔다. 그들이 칭찬을 넘어 찬양해왔던 와인은 지금의 와인과는 조금 다르다. 당시에는 첨가물을 거의 넣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과학이 덜 발달한 덕분에 넣을 첨가물에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보관에 신경을 써야만했고 냉장시설이 없던 당시 현실에 맞게 토굴을 파 지하저장시설을 만들어 보관했다. 




 수많은 역사속의 인물들이 찬양하던 와인은 지금과 달리 내츄럴 와인이었다. 로마제국당시에는 납으로 만든 납당을 넣기도 했지만 일시적이었고 와인 문화권에서는 전 시기에 걸쳐 넣어봤자 자연에서 얻은 꿀이나 송진 같은 첨가물을 넣었다. ‘거의’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다른 첨가물을 거의 넣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와인은 어떨까?







 자연 상태에서 맺은 과실을 으깨고 술이 되는 과정까지는 과거의 전통대로 만들어지지만 여과를 통해 병에 담기는 순간까지 수많은 첨가물과 기준치이하의 화학물질이 첨가되면서 우리는 역사 속 위인들이 마셨던 와인과는 전혀 다른 와인을 마시게 된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와인은 그리스인들이 심포지엄에서 마셨던 와인이 아니다. 시저나 나폴레옹이 마셨고 돔 페리뇽이 마셨던 와인이 아닌 자연첨가물과 인공첨가물이 믹싱된 와인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화학주로 잘 알려진 소주. 소주는 진화하고 있다. 화학공식에 기반을 둔 인공감미료대신 자연에서 추출한 감미료를 넣은 소주가 늘어나고 있다. 처음부터 화학주가 아니었지만 일부 술 교육 강사들에 의해 씌워진 화학주라는 오명을 벗고자 부단히 노력한 결과물이다. 오히려 우아하게 포장되어져 우리 생활 속에 침범해있는 와인병속에는 겉에 표기된 아황산과 소르빈산 외에 수많은 첨가물이 믹싱(범벅)된 상태다. 경우에 따라 소주보다 많을 수도 있다. 







 아황산은 산화방지와 갈변억제가 주목적이고 박테리아와 미생물, 효모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다량 섭취했을 때 호흡기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와인 한 병 정도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소르빈산은 효모의 개체가 늘어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효모는 당을 먹으며 증식하기 때문에 당도가 높은 와인에는 소르빈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소르빈산은 자칫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수도 있어 아황산염을 같이 사용한다. 




아황산




 환경변화에 따라 작은 영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어 기준치이하라지만 겉에 표기된 아황산과 소르빈산의 극소량에도 반응하는 경우 와인을 마시고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와인을 마실 때에 디켄팅을 하는 이유는 이러한 성분들이 공기 중에 휘발되기 때문이다. 황은 술의 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황산이 증발되도록 산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르빈산




 이런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첨가물을 사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생산하는 와이너리에서 돈을 벌기위해서다.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존료를 넣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판매하기 위해 장기보관과 장거리이동을 위한 보존료첨가다. 교회마저 신앙이 아닌 종교로 변질되고 자본이 신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와이너리가 이윤을 추구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놀리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겠는가?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소주보다는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마신다는 고귀하신 스놉(snob)들이 넘쳐나는 거 같아 제대로 된 사실을 지적해야 스노비즘(snobbism)에 찌들지 않을 듯 하여 잠깐 언급한다.




소르빈산





 최근에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자 유럽은 내츄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다. 일부 의식 있는 와이너리에서 첨가물사용을 줄이려하지만 포도 작황을 위해 농약을 사용한다면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첨가물을 넣지 않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많은 이가 와인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격을 나누려하지만 그것마저 와인을 팔기위한 마케팅일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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