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라임사태 2막

2월에 닥칠 폭풍

by 필립일세

금융의 질풍노도 – 폭풍전야의 라임사태

2019년 10월 2일 사모채권펀드 3개 270억에 대한 환매가 미뤄졌다. 이어 10일에 사모채권과 메자닌에 투자된 55개 펀드 6천억 원의 환매가 연기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펀드환매연기는 어느새 1조원을 넘어 2조원을 향하고 있다. 16개 펀드의 환매가 추가로 미뤄질 것이라는 라임의 1월 15일 보도 자료는 그 규모가 점점 증가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결국 환매가 미뤄진 규모는 173개 펀드 1조 6679억 원이다. 2018년 초에 운용자산이 1조원을 넘어서고 4월에 2조원을 넘어섰듯이 환매가 미뤄지는 금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때 운용자금 6조원을 육박하며 여의도 증권가에 돌풍을 일으켰던 ‘라임은자산운용’은 환매연기를 시작으로 금융권 뉴스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2014년 9월 5일 국회에 제출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어려움 끝에 이듬해 7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모펀드의 변화는 시작됐다. 사모펀드는 의결권 행사나 경영참여보다 투자자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목적인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와 기업을 인수해 성장시키고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 구분된다. 법을 개정한 원래의 취지는 모험자본을 모집을 위해 PEF를 활성화하여 기업의 초기성장 지원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시장에서 융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헤지펀드가 활성화됐다. 물론 PEF도 성장했지만 헤지펀드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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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를 타고 업계 1위까지 성장한 라임의 펀드는 알려진 대로 주식같이 거래가 쉬운 자산이 아니다. 대부분 사모사채, 무역금융과 전환사채(CB)같은 만기가 3~5년인 채권들이여서 빨리 팔기위해 급매물로 내놓게 되면 자신이 보유한 기준가격보다 낮게 팔아야한다. 환매를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환매를 연기한 것인데 그마저도 펀드의 이름과 성격의 차이가 의미 없을 정도로 자산이 섞이다보니 이런 혼란은 더욱 커졌다.








펀드라는 것은 그것을 운용하는 매니저와 펀드의 성격에 맞는 자금의 적정규모가 있다. 그래서 투자에 대한 철학이 있는 매니저들은 손님들의 환매로 자금의 결원이 생겨 추가적으로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관리하는 펀드에 적정선 이상의 자금을 가급적이면 받지 않는다. 그러나 라임은 너무 많은 운용자금을 받아버렸고 검증된 투자처가 많지 않아 투자되고 남은 돈은 갈 곳이 없었다. 남은 자금은 만기가 짧아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곳까지 손을 뻗었다. 적정규모를 넘어서까지 돈을 받게 되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된다. 결국 검증되지 않은 투자처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메우기 위해 부실자산을 털어내야 했다. 사태초기에는 유동성과 레버러지를 위해 활용하던 총수익스왑(TRS)을 금융회사들이 회수하면서 유동성이 사라지고 수익률까지 손실을 봤지만 코스닥의 부진으로 인한 펀드의 부실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발전했다. 그 시작은 라임에서 꾸준히 전환사채를 매입한 코스닥상장사인 ‘리드’의 전·현경영진이 800억원 가량의 회사 돈을 횡령하면서다. 여기에 잠적한 이종필부사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투자자들은 불안은 펀드의 부실이 아닌 회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런 부적절한 내용의 단초가 윤곽이 드러나며 지금까지 이르렀다.








서서히 성장하지 못하고 갑자기 늘어난 운용자금 덕에 올라선 1등의 자리는 라임에게 청소년과 같은 질풍노도의 상황을 만들었다. 의식의 성장은 없이 몸만 커버린 어린이 말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발육제를 누가 주었을까 생각해보니 바로 16개로 알려진 판매사다, 금융상품 판매사는 항상 갑이다. 그 이유는 판매채널과 구매할 소비자를 갖고 있어서다. 특히 은행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 그들이 가진 힘이다. 이들은 잠자고 있는 계좌잔고를 어떻게 해서든 깨워 수수료를 발생시켜 자신들의 수익으로 만들어야 했다.








금융회사들은 이익을 내야하는 일반기업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이익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은 당연하다. 이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 계좌잔고를 깨울 먹잇감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의 눈에 띈 먹잇감이 바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들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눈을 뜬 돈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판매사들 권유에 불나방처럼 라임으로 달려들었다.








이 때 운용자금을 많이 모으려는 운용사 욕심일지 수수료를 많이 챙기려는 판매사 욕심일지 모르겠으나 소수가 가입하는 폐쇄형으로 만들어야할 사모펀드를 불특정다수가 가입할 수 있게 개방형으로 만들었다. 또 주식보다 안전하지만 무역금융이나 사모채권과 만기가 3~5년인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펀드인데도 1년 만기나 중도환매가 가능하도록 만든 상품구조는 일반적이지 않다. 결국 두 가지 조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되면서 ‘펀드런’을 자초하게 됐다.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보다 수익률이 좋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들의 배에 기름을 채워주는 좋은 놀이터가 됐다. IMF의 무리한 자본시장개방요구에 이렇게 되었지만 이제와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보니 상장시장에서 자본의 우위를 가진 외국인을 상대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상장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공모펀드보다 다양한 투자처가 있는 사모펀드가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에 생긴 DLF사태와 조국 전 장관과 연관된 일들이 오해를 불러 일으켜 사모펀드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씌워놓았지만 실제로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의 인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옥석을 가려가며 여러 가지 안전장치들을 보유한 좋은 사모펀드를 찾아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 삼일회계법인이 진행하는 평가를 기준으로 ‘상각’을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금융감독원의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상각은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어려울 때 손해보고 털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펀드가 상각되는 비율만큼 손실이 발생해서 펀드에 가입된 투자자들의 손실은 회복이 어려워진다. 금감원의 이런 모습에 DLF사태와 라임사태로 불거진 자신들의 감독책임문제를 빨리 잠재우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이라면 ‘꼬리자르기’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면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이 최대한 빨리 빌린 돈을 갚도록 유도하고 무역금융의 실태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 사무실이 아닌 국내외 현장에서 업무를 봐야한다. 일개 운용사의 일탈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사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뒷짐 지고서 사람들 불러가며 보고만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말이다. 대한민국 금융 산업의 활성화와 기업의 초기성장을 돕기 위해 시작된 사모펀드함(艦)은 이제 시험대에 와 있다. 우리나라 헤지펀드 400조원 시장에서 5조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회계법인의 보고를 기초로 2월 이후에 손쉽게 상각으로 처리를 한다면 정부기관의 감독능력은 무능일 뿐만 아니라 기관의 존재자체가 의미없을 것이다. 그저 허울 좋은 철밥통 하나가 더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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