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위시 (自今爲始)
2023년 1월 2일(월) 아티스트 조민서의 기록.
우리 게임의 러프한 캐릭터 컨셉을 잡고 팀원들과 함께 논의했다. 우선 총 3가지의 방향성이 있는데,
1번째 컨셉은, 리소스 교체하기 편하고 내가 작업하기에 용이한 방향으로 잡아봤고,
2번째 컨셉은, 베리에이션 작업하기에는 조금 까다롭지만 캐릭터의 개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잡아봤고,
3번째 컨셉은, 귀여운 것 중에서도 내가 잘 그리지 않는 스타일을 도전적으로 시도해 봤다.
1) 상의, 하의, 신발, 모자 등 옷을 입힐 수 있는 스킨 비즈니스 모델을 감안해서 너무 가분수 형태를 지양하고 기본적인 캐릭터의 비율 살려서 작업을 하자는 의견과 2) 유쾌한 메시지를 던지는 디자인 기본 프린시플(Principle)에 맞춰 논의해 본 결과, 최종적으로는 2번 컨셉이 선정되어 디벨롭되고 있다.
사족을 붙이자면, 캐릭터를 창작하고 그리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정말 오랜만에 외부의 입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고민하며 제작을 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작업에 몰두했던 것 같다. 대중적인 키티와 같은 이미지와는 다른 형태의 귀여움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뿌듯한 작업물 중 하나이다.
꼭 우리 게임 캐릭터를 활용해 인형으로 제작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판매해 봤으면 좋겠다.
2023년 1월 6일(금) 리더 이종창의 기록.
우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어떠한 플레이어들을 노리고 기존 아이디어를 잘 갈고닦을 것인가?
새해를 맞이하여, 첫 번째 프로토타입 V0.1을 제작하기 위한 첫 번째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둥글둥글한 키워드지만 이때 나눴던 내용을 정리하자면,
- 등수가 몇 등이든 간에 아쉬움을 제공하고 한 판만 더해보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을 갖출 것
- 스트리밍, 방송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리액션하기 용이한 디자인을 갖출 것
- 맵의 형태가 계속해서 가변적으로 변경하여 플레이어가 특정 상황에 익숙해지지 않고 매 판 가벼운 전략들을 짤 수 있도록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것
- 적극적인 공격으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에게 더욱 높은 이점을 제공할 것
- 스팀 플레이어들을 타겟으로 하는 만큼 게임성이 너무 가볍지 않을 것
이때 정리된 대들보는 오늘날까지 대부분 잘 이어져오고 있다.
2023년 1월 12일(목) 아티스트 조민서의 기록.
스파인을 활용해서 어떻게 하면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총을 들고 쏠 지 연구했었다.
첫 번째 스파인 제작이었는데, 생각보다 스파인이 쉬웠다.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재미가 있네. 뼈 심는 게 되게 재밌었다.
2023년 1월 14일(토) 프로그래머 현명한의 기록.
첫 번째로 게임 전반적인 뷰를 체크해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흔들리는 나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모종의 이유로 추가되지 않았지만..
민서님의 첫 번째 스파인 작업이었는데, 생각보다 퀄리티 있게 작업하셔서 깜짝 놀랐다.
2023년 1월 17일(화) 리더 이종창의 기록.
첫 번째 빌드를 플레이하고, 추가 수정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잠시 손이 비어 읽고 싶었던 토스의 <유난한 도전> 책을 읽게 되었다.
<유난한 도전> 책을 읽다가 대규모 장애가 발생했던 시기를 회고한 단락이 있는데, "속도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다른 중요한 일들을 미뤄두었던 토스팀의 일하는 방식이 장애를 낳았다. 지금까지 빠른 속도는 토스의 경쟁력이었지만, 이제 그 이면을 직시해야 할 때였다."라고 기록이 되어 있다.
내가 몸 담았던 이전 조직에서도 토스와 같이 속도가 최우선 가치였는데, '속도'와 '완벽함'이 두 가지중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뉘앙스가 매우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양 끝단에 있는 이 두 가지중 어떤 걸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떤 속성을 어느 비중으로 얼마큼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빠른 속도와 완벽함은 상황에 따라 적절히 유동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완벽하게.
2023년 1월 20일(금)의 기획자 이서연의 기록.
민서님이 회사에 가져온 필름 카메라로 우리 팀 첫 사진을 찍었다.
내일부터 설날 시작되는데, 이렇게 사진 찍으니 명절 가족사진 같다는 느낌이 드네.
점점 인원이 늘어날 테니,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의 기록을 계속 남겨야겠다. 나중에 사진 이어 붙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