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되지 말고 000가 되자.
인간관계에 대한 강의를 하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요청입니다. 사실 제가 마음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찾아보았던 것도 바로 무례한 사람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그래서 방법적인 측면을 물어보신다면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이 매우 많습니다. 침묵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방법이라던가, 되묻는 질문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해명하도록 하는 방법이나 말이 아닌 제스쳐로 상대방보다 우위에 포지셔닝 하는 방법 등과 같은 것들 말이죠.
그런데 이런 방법들이 모든 사람에게 정답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계속해서 들었습니다. 같은 단어라고 하더라도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자기 확신이 있느냐에 따라서 전달되는 느낌이 매우 다를 수 있거든요. 과연 스킬을 안다고 해서 잘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공부할수록 무례한 사람을 다루는 것은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마음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허를 찌르는 방법을 배웠다 하더라도 자존감이 단단하게 세워진 상태가 아니라면 결코 상대방을 제압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께 무례한 사람을 상대하는 단편적인 기술보다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힘을 길러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서 '관찰자 기법'을 제안하고자 해요. 쉽사리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관찰자로서 상황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선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관찰기법을 통해서 여러분이 자신의 상황을 메타인지 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나의 의도는 제외하고 행동만 객관적으로 관찰해 보자.
보통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가 힘든 이유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아닐까요?.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마음(의도)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기반으로 관찰하라'고 주장합니다.
"(재미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유머를 던졌는데 ->아무도 웃어주지 않아서"
"(채택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상사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 형편없다며 거절당해서"
"(상대가 고마워하기를 바라며) 호의를 베풀었는데 -> 받기만 하고 인사도 없어서"
"(프로젝트를 같이 잘 해보자는 의도로) 일을 나누어 주었는데 -> 팀원이 일을 못 맡겠다고 해서"
보통 YES를 이끌어 내고 싶었던 상황에서 NO를 받게 될 경우에 좌절하게 됩니다. 우리가 한 행동에 숨겨진 '의도'를 상대가 받아주지 않았을 때 좌절과 무기력, 때로 분노가 일어나게 되지요. 그리고 이런 나의 의도와 정성에 대해 거절한 상대방에게 다양한 해석을 덧붙이게 됩니다.
내 부탁을 잘 들어주지 않으면 '인색한 사람', 농담에 잘 웃어주지 않으면 '차가운 사람', 제안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꽉 막힌 사람', 호의를 베풀었는데 이용만 하면 '이기적인 사람'으로 말이죠. 이런 일들이 쌓이면 나는 예의 없고 계산적이고 꽉 막힌 사람에게 둘러싸여 당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피해자 모드가 되면 절규하고 분노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제외하고 현상을 관찰하라고 말했다죠. 사람들은 무언가를 할 때 내 마음 상태가 어떤지에만 신경이 쏠려 있는데 정작 상대방의 행동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내 마음 상태가 아니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나의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재생되듯이 사람들은 어떠한 촉발 요인으로 인해서 유발된 행동을 반사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 행동주의 심리학자가 하는 말입니다.
주도권은 내가 가지고 있다
'나는 a를 만들려고 b로 행동했는데 c가 나왔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세상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곳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a라는 의도를 지워봅시다. 'b를 행동했더니 c가 나왔다', 의도를 빼면 행동과 결과라는 단순한 인과만 남게 됩니다.
주관적 해석이라는 기름기를 쏙 빼고 객관적인 눈으로만 상황을 바라보게 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집니다. 상대방의 반응이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아니라 '나의 행동'이라는 '촉발 요인에 대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상대방의 행동을유발하는 촉발제를 가지고 있었기에 주도권이 나에게 있는 것이지요.
과학자가 되어서 나를 둘러싼 상황을 관찰해 봅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주도권을 인식하고 주인으로서 행사하기 위해서는 나의 행동이 무엇을 유발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노래를 틀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버튼을 눌렀는데 만약 그 버튼이 재생 버튼이 아니라 멈춤 버튼이라면 아무리 눌러도 음악은 재생되지 않겠죠. 이때 음악이 재생되지 않는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내가 누른 버튼을 확인하고 제대로 된 버튼을 찾아서 누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재생버튼을 누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