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쓴 책

선한 권력의 탄생

by 마음정원사 안나

가끔 이 책은 정말 가슴으로 썼구나 하는 것이 느껴지는 책들이 있다. 분명 종이 위의 글씨를 읽었을 뿐이었는데 가슴이 깊이 따뜻한 열감이 올라오게 하는 그런 책들 말이다. 최근에 읽은 '선한 권력의 탄생'이 그런 책이었다. 이 저자는 교수인데 사회 현상을 그저 연구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가슴 깊이 느끼며 연구를 한 것이 느껴졌다. 저자가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된 데에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발령으로 가난한 동네에서 살게 된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다.


그가 본 가난한 자들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게으르거나 무능력하지 않았다. 그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보다도 노력하고 있었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더 도와주려고 했다. 오히려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집단들이 도덕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들은 난폭 운전을 하고, 성적 충동을 자제하지 않고, 거짓말과 속임수를 일삼으며, 무례한 소통을 한다. (184P) 권력이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자신의 도덕적 과오를 보지 못한다. (185P)


나는 운전을 하면서 유독 특정 수입 브랜드의 운전자들이 광폭 운전을 한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누적된 경험치다) 그것이 단지 브랜드 특성이 driving fun을 내세우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말데로 그들은 더 부유하고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더 과속을 해도 되고, 가끔은 신호를 어겨도 된다고, 본인들에게 걸리적거리는 별것 아닌 차량들에게는 경적을 울려서 경고를 줘야 한다는 오만한 태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에 따르면 권력이란 공동의 선을 위해 일하고 공감하며 소통할 줄 아는 사람에게 사람들이 부여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근데 권력을 갖게 되면 사람들은 공감 능력을 많은 경우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남들보다 본인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주어진 힘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건 나 포함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사람은 부유하면서 동시에 가난할 수 없고 가난하면서 동시에 부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이 있을 때의 나와 권력이 없을 때의 내가 서로 모순 없이 일관되게 행동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래서 사람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198P 그 사회에서 가장 취약하고 힘이 없는 구성원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가를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다. 주변의 힘없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살핌으로써 우리는 좋은 일에 우리의 권력을 사용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200P 나는 카요 드라이브에 살던 나의 이웃들이 무엇 때문에 난치병에 시달리고 끝내 일찍 세상을 떠났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일상의 차원에서 힘이 없을수록 우리는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큰 애들은 작은 애들을 괴롭혔고, 잘 나가는 애들은 생활 보조를 받는 다른 애들을 아주 못되게 괴롭혔다. 학교 선생들은 궁핍한 처지의 학생들을 가혹하게 다뤘으며 체벌도 서슴지 않았다. 내 친구의 부모님들은 불안한 일자리와 일정치 않은 수입으로 힘들어했다. 힘이 없으면 만만치 않은 온갖 종류의 위협에 맞닥뜨려야 한다. 특히 권력을 가진 이들로부터 말이다.


200~201P 갖은 위협에 노출된 힘없는 자들일수록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카요 드라이브에 살던 나의 이웃들이 겪은 일상적이며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 불면증, 억제할 수 없는 분노, 과도한 음주와 흡연 등의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만성화된 위협과 스트레스는 우리 뇌에서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추구하는 일을 관장하는 부위를 망가뜨린다. 힘이 없으면 사회에 기여할 여력이 없다. 카요 드라이브에서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는 것을 힘들어했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우울증이 널리 퍼져 있었다.


201P 권력이 없으면 심신은 큰 고통을 받고 수명도 단축된다. 이것을 보면 카요 드라이브의 내 이웃들이 왜 희귀한 질병에 시달렸고 요절했는지 알 수 있다.


216P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 무력감 즉, 가난은 뇌 발달을 저해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그 영향을 전반적으로 미칠 만큼 지속적인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버클리 대학 교수로서 이런 낮은 자세로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책을 썼다는 것이 정말 놀랍고 존경스럽다. 그는 정말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연구를 하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이렇게 나에게 큰 울림을 준 책을 읽으면 마치 저자와 서로 아주 잘 아는 사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래서 가끔은 저자들에게 메일을 보내서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ㅋㅋㅋㅋ 하게 된다. 내가 감사의 편지를 쓰면 아는 체 해줄까나?^^ 진심으로 감동받은 책의 저자들을 (그러고 보니 대부분이 심리학과 교수였네) 불러 모아서 함께 하는 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ㅋ 어마어마한 발상을 해 본다. 혹시 모르지 않나. 상상한 게 이루어 질지도 ^^ 생각은 자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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