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 리뷰에 별점을 메기지 않는 이유

경험은 상대적인 것이다

by 마음정원사 안나

예전에 화장품 좋은 게 있으면 입이 마르도록 사람들에게 권유했다. 너~~무 좋다고 이렇게 흡수가 잘되는 화장품이 없고 발색이 잘되는 게 없다. 이건 정말 강추다!!! 나의 피부 고민을 극적으로 보완해주는 제품에 대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친구들에게 적극 전달했다. 덕분에 회사 동료 중에 내가 권한 화장품을 산 친구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종류의 화장품을 실험적으로 써 본 나는 그 놀라운 효력이 종종 1년을 못 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놀랍던 발색력도 찰떡같던 흡수력도 1년이 지나면 예전 같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피부가 적응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제품이 변한 거라고 했다. 나로서는 겨우 발견한 솔루션이 의미가 없어지면 다시 새로운 제품을 찾아 나서야 하는 수고로움이 든다. 그래서 그것은 실망스러우면서도 아쉽고 귀찮은 일이었다. 이것이 화장품 제품력의 한계라고 철떡 같이 믿고 있던 나에게 어느 날 동갑내기 친구가 충격적인 한마디를 해 주었다. "그건 니 피부가 늙어가서 그래." 피부가 노화가 되어가니 예전에 뽀송했던 시절에 잘 맞던 화장품이 이제는 잘 안 맞는 것이다. '띵요~~~~' 그렇지. 화장품도 연령대 별로 따로 나오는데 나는 내 연령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 못하고 화장품이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다며 원망하고 있었다니. 사람은 하루에도 수만 개의 세포가 죽고 새로 태어나니 1년 전 내 피부와 지금의 내 피부는 분명 전혀 다른 세포들의 합일 것이다. 그러니 변한 피부환경에서 예전과 같은 효력이 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 같았다.


결국 같은 화장품이라도 내가 변하면 평가가 전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최고일 수도 있지만 어떤 때는 그저 그런 제품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뒤로는 누군가에게 내가 경험한 제품을 너무 강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최고라고 느낀 것에 그 사람도 동일하게 느낀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최고인데 상대에겐 별로일 수도 있고, 나한테는 별로인데 그 누군가에게는 최애템이 될 수도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가끔 어떤 책을 읽다 보면 중간에 덮고 싶어 지는 경우가 있다. 아니, 도대체 번역이 왜 이렇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떨 때는 너무 많이 들어본 사례들만 가득해서 도대체 책을 쓴 건지 사례집을 모아 놓은 건지 분간이 안 갈 때도 있다. 독자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특히나 그것이 최근 읽었던 책에서 나왔던 사례와 똑같은 경우는 실망이 커진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섣불리 이 책을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내가 덮어 버리려고 했던 책 중에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너무나 감동적이었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그 저자를 존경하는 분으로 꼽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바로 며칠 전 같은 인용을 한 책을 읽지 않았다면 오늘 읽었던 그 책이 최고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최고라고 생각한 책에서 다른 누군가는 이미 여러 번 들어 본 뻔한 이야기의 반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실망하면 서평을 쓰지 않을지언정 악평은 하지 않고자 한다. 모든 것은 주관적이고 나로 인해 그 책에 대한 평가가 화석처럼 내려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너무 실망하면 서평을 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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