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만추를 노래하던 하늘이
내방 창문에서 명백하다
잠들기 전의 그리고 잠에서 깬 각각의 하루들은
17도의 기온차이로 얇은 티셔츠가 걸린 어깨에서 시리다
창문 앞을 지키는 의자에 오래 걸려있던
패딩조끼가 시린 그것을 감싸고 창밖으로 나선다
아버지의 톱질로 가지를 버린 대추나무는 버린만큼 맨살을 내놓고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가만하다. 그밑으로
김장에서 솎아진 배추겉잎들은 벌써 텃밭의 검은 땅속으로 깊숙하고
마당 넘어로 아직 잎들을 가지에 달고있는 나무들,
옆으로 걷는다. 내머리 위로 파리하게 매달린 나뭇잎들 아직
차가운 햇살을 자신의 목에 매달고 있다. 내 말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그것들의 순간과 순간들,
그곳에 단지 내버려둘뿐인.
멀리 산등성이에 서 있는 나무들, 모두 잎을 떨군.
그 사이로 멀리 보이는 하늘
그 사이로 더 멀리 불어가는 바람
불어가는 바람을 타고 가을이 사라지고 있는 오늘, 의
발길은 아스팔트 위에서 엷은 얼음막을 두른 낙엽을
지나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