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깊어지는

by hechi

액셀에서 떼어진 발은 10년 전일까 우연하게 찾아가진 중랑캠핑장에 놓여졌다. 그곳은 구리시와 망우리의 경계에 있다. 그때는 적극적으로 찾아진 곳이었으나 이번에는 그냥이었다. 오전에는 비가 심상찮게 쏟아졌는데 같은 곳에서 하늘은 하염이 없다. 심상찮은 비를 맞은 단풍들과 은행잎들이 그렇게 그곳에서 내팽겨쳐저 공원의 산책길은 때가 낀 비단이다. 잔디 위에서 진흙을 피한 노랑과 붉음을 손에 쥐려다가, 만다. 십여분을 걸어 만난 물, 작은 물길 그 위에 붉음을 띄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비쳤다. 다시 십여분을 돌아가 잔디 위에서 붉음과 노랑을 하나씩 퍽 어울리는 커플로 집어들고 다시 십여분을 걸어가서 작은 물길 위에 띄우려고 했으나,


노랑과 붉음은 얕은 물길 속 그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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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_내가 가장 불편해 하는 것은

나에게 한해서는 나에게는 크지 않아


매번 누군가와 사이가 뜰 때 서먹거려질 때 그럴 때

내가 뭘 잘 못해서 그런거지 하는 그런 때. 아,


나도 너도 서로 무엇을 잘하고 잘못하고에서가 아니라


그냥 사소한 것들 날씨가 흐려서 또는 해가 심하게 뜨거워서 비가 와서 기분이 좋을 수도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쓰레기여서 방금 점심으로 먹은 도시락이 맛 없어서 저녁에 먹을 술 한 생각에 설레서 그저 너의 의도 없을 말투가 거슬려서 나의 호의를 알아보지 못해서


그런 것들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일어난 일어나는 일어날 서먹들. 그렇다면,


나는 충분해 나는 최소한 예의가 없지는 않아 나는 날 믿어, 타인과의 관계들에서.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가 고독할 때, 그때 내가 나와 단 둘이 고독할 때, 그때의 예의가 필요하다 사랑과 더불어 엄격도 필요하다.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편하게만 굴어서는 안된다. 나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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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서 핸드폰은 그것들을 이리저리 찍고찍고 녹화하면서 액정에 속엔 붉음과 노랑 위로 비치는 저것들이 떨어진 저것들을 떨어뜨린 빈가지가 하염없는 하늘 밑에서 물결을 따라서 출렁이는 빈가지들을 바라보면서 그 안에는 상상을 껴안고 상징을 만들고 실재를 몰라보는,


내 두 눈을 역시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두 눈이 그만 돌아가는 길을 찾을 때, 노랑과 붉음은 이제 그곳에서 편안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왜인지. 너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지 않아도 되는 것/일, 내 언어에 포섭되지 않아도 되는 것/일, 어떤 인정도 요구되지 않는 것/일. 드디어 호흡은 사라지고 드디어 머묾이 이루어지는 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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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을 타고 오르는 시작을 우연하게 본 시절이, 아마 모든 것들이 이미 생기를 넘어서 푸르고 푸르던 때.


어떤 푸르름은 인간의 손에서 어떤 그것은 초원에서도 나무들과 함께.


자동차 전용도로에 그만큼씩의 거리로 홀로 있는 가로등에서 시작한 푸르름이, 그 고된


곳에서 철갑에서 식물의 호흡을 끊임없이 내뱉고 들여삼키던 녀석들이, 이제


또 다른 시절에서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호흡들은 머문다 어디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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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깊어지는.


내가 밟고 있는 액셀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북극성에 걸린 것들에게 가는 이 길에서 나는 이미 그곳에 닿았다는 너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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