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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씨 Aug 19. 2024

워싱턴 디씨 걸어서 여행 (1)

1 out of 3. +이해를 돕기 위한 역사 한 꼬집.


워싱턴 디씨는 걸어서 다니기 좋다. 내셔널 몰을 중심으로 볼거리가 밀집해 있다.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넘쳐나 활기차다.


내셔널 몰(National Mall)은 이 도시 중심에 동서로 길게 뻗은 광장이다. 지도상으로는 포토맥강과 가까운 남쪽에 있지만 사실 도시의 중심이다. 백악관도 지척이다. 이곳을 한 바퀴 돌면 한국인도 꽤 알만한 미국의 역사적 문화적 여행지가 가득하다. 입장료는 무료다.


몰의 1열은 국립박물관과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및 미술관, 2열은 대부분 정부 기관들이다. 디씨는 정글 같은 미국에서 치안 걱정 없이 낮에도 밤에도 돌아다닐 수 있다.

(내셔널 몰 잔디 광장)


중심에 솟은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은 대표적 랜드마크다. 미국의 수도가 워싱턴으로 시작해 워싱턴으로 끝남을 체감하게 된다. 타워를 자세히 보면 위아래 색이 좀 다르다. 2011년 발생한 지진으로 금이 갔고 3년에 걸쳐 부분적으로 수리됐다. 새 벽돌의 색이 더 밝다. 152미터 꼭대기의 전망대를 가려면 예약이 필요하다. 고속 엘리베이터로 올라가 모든 방향에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내셔널 몰 동쪽 끝에는 미국회의사당이 있다. 흰 돔형 건물이다. 반대편 서쪽엔 기다란 연못(Reflecting Pool)이 있고 그 끝에 링컨 기념관이 있다. 이 연못은 포레스트 검프에서 히피 여친과 포레스트가 물속을 걸어 재회한 곳이다. 이 연못을 집 삼아 사는 오리가족도 많다.

(워싱턴 기념비와  링컨 기념관)


링컨 기념관 앞 오른쪽엔 한국전쟁, 왼쪽엔 베트남전쟁 기념관이 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 구역에 들어서면 절로 숙연해지고 감사함이 분출한다. Freedom is not free.라는 유명한 문구가 여기에서 시작됐다. 2차 세계대전 기념관도 있다. 이 주변은 잠시 걷는 것만으로도 많은 역사적 순간과 만난다. 제1 세계 대전 기념관은 좀 떨어진 북쪽 P 스트리트에 있고 극히 소박하다. (도로 이름 규칙은 3편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

링컨 동상 앞에 서서 리플렉팅풀을 바라보면 워싱턴 기념탑과 미국회의사당(Capitol)을 한 샷에 담을 수 있다. 링컨 기념관 뒤편엔 포토맥강이 흐르고 알링턴 메모리얼 브리지가 있다. 다리를 건너면 알링턴 국립묘지로 이어진다. 제약 없이 들어갈 수 있다. 넓고 웅장하다. 참전 군인은 사후에 여기에 잠들 수 있다. 타이밍이 맞으면 영화에서 봤던 군인들의 절도 있는 의식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사진은 알링턴 국립묘지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워싱턴 기념탑에서 정북향으로 길 하나와 잔디밭(The Ellipse)을 지나면 백악관이다. 펜스 앞에 바리케이드를 쳐 한참 뒤로 물러나 잘 보이지 않는다. 실망 노노. 미디어에서 보는 모습은 여기가 아니다. 반대편 라파예트 광장(Lafayette Square)에 가면 백악관 정면을 볼 수 있다. 펜스에 찰싹 붙어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백악관 내부 투어는 신청 절차가 까다롭고 일 년 가까이 대기해야 한다. 패씽이다.


The Ellipse는 크리스마스 즈음 밤이 멋지다. 백악관을 배경으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점등식 행사도 한다. 깊은 산에서 모셔 온 10미터가 훌쩍 넘는 나무다. 트리가 서면 밤늦도록 인파가 미어터진다. 그래도 가볼 만하다.

(The Ellipse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구글에서)


포토맥강을 끼고 있는 워싱턴 디씨 지역은 지대가 낮아 범람이 잦았단다. 시내를 흐르는 운하가 한때 중요한 물류 운반 수단이었다. 200년 전 그 운하의 수문을 관리하던 관리인의 집(Lock Keeper‘s House)이 이 잔디밭 부근에 댕그러니 서있다. 작아서 창고겠거니 지나쳐 버리기 쉬운데 박물관이다. 안에 들어가면 운하가 있는 옛 도시 지도를 볼 수 있다. 운하는 포토맥강을 따라 흔적이 남아 있다.(C&O Canal National Historical Park). 뷰가 멋져 산책하기 좋은 곳이고 대학가에 있어 들러볼 만하다. (운하와 대학가 2편 참조)


워싱턴 기념비에서 남쪽으로 800미터가량 가면  인공저수지 타이덜 베이슨(Tidal Basin)이 있다. 자주 범람했던 포토맥강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저수지라기 보단 호수 같은 느낌으로 유명 관광 스팟이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돌면 다음 세 인물을 만나게 된다.


가까운 마틴루터킹 기념관(공원)은 그의 동상이 인상적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늘 북적인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세계 2차 대전기간 무려 4번이나 대통령을 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기념관이 있다. 한반도 분단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지 않나. 저수지 동쪽엔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이 있다. 독립선언문 작성자 중 일인이고 미국 제3대 대통령이다.

(마틴 루터 킹 동상 & 제퍼슨 기념관 내부)


번외인데 버지니아 주 샬롯츠빌이란 산골 마을에 토마스 제퍼슨의 사저가 있다. 몬티첼로라 불린다. 그의 이중적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소다. 그가 독립선언서에 남긴 유명한 문구가 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창조주로부터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를 부여받았다” 한편 그는 평생 600여 명의 노예를 소유하고 남들 못지않게 잔인하게 관리한 농장주였다. 그는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자신의 노예들이 글을 배우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자유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 싫어서였다. 몬티첼로에서 그 흔적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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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디씨를 누가 궁금해한다고. 그럼에도 디씨 이야기는 more to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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