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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씨 Aug 16. 2024

비경

2024.5.28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


아침 첫차를 타러 동서울 터미널에 나갔다. 청송 주왕산행 버스를 예약해 두었다. 저녁에 막차를 타고 돌아올 계획이다. 탑승하려는데 언제 돌아오는지 기사님이 묻는다. 막차를 탈 팀이 서너 팀 되었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회 운행하는 노선이다. 비수기라 승객이 많지 않아 상행 2회 차 3회 차를 버스회사에서 취소해 버렸단다. 돌아오는 차편이 약속되지 않고는 갈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설왕설래 끝에 기사님이 주왕산에서 우리를 기다렸다가 3회 차 시간표에 맞춰 운행하기로 했다. 재미지다 ㅋㅋ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주왕산은 상상하지 못한 비경이었다. 놀라웠다. 대전사 용추협곡 용추폭포 용연폭포 절구폭포로 이어지는 산책길은 걷기에 순하디 순하다. 그래서 더욱 경치에 집중하기 좋다. 모서리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바위들의 풍경은 끊임없이 감탄을 자아냈다.


계곡도 좋다. 발을 담그기엔 살짝 춥지만 등산화를 벗고 괄괄 흐르는 계곡물을 느껴본다. 맑고 상쾌하다.


주왕굴은 산책로에서 조금 비껴 올라가야 한다. 신라시대부터 난리 때마다 은신처로 사용되었다는 동굴이다. 계곡물을 선택하고 아쉽지만 주왕굴을 버렸다. 대신 다시 올 핑계를 얻었다.


정식 명칭은 주왕산 국립공원이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 지형만으로도 특별하다. 산책로 여기저기 노출되어 있는 퇴적암은 돌 잘모르는 나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주왕산국립공원은 지질학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있어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이기도 하다.


주왕산 산책길을 걷는 대신 702미터 고지를 등산하는 사람도 많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등산까지는 어렵다. 무릎 나이가 맘 같지 않다. 둘레길이라도 열심히 다니고 있으니 셀프 칭찬해 본다.


되돌아 나오는 길.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다시 감탄한다. 어떤 방법이 바위를 이렇게 깎고 세우고 산 위에 얹었을까. 비경이란 말이 전혀 과하지 않다.


가을 단풍철엔 꽤나 북적이겠다. 지금 한가로이 걸어 천천히 감상하는 기분. 좋다.


산 아래 대전사는 천년을 훌쩍 뛰어넘는 사찰이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이후 난리 때마다 파괴와 복원이 거듭되어 지금은 조선 후기 모습이라고. 귀경 버스 시간에 맞추려 대전사도 다시 올 핑계가 되었다.


귀경 차편은 예매가 안된다. 버스 정류장에 티켓머신이 있어 바로 구입해 승차한다. 약속대로 기사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아래서 먹은 도토리묵조차 맛있어서 완벽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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