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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Feb 01. 2017

누가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가

해결책을 찾아서, 영화 '내일(Demain)'

* 이 글은 스포일러를 (아주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읽을만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인류를 제외하고 이 세상에 자기 종족의 멸종을 상상할 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요. 여러 좀비 영화와 재난 영화는 그러한 능력(?)의 산물일겁니다. '인류 최후의 날'에 대한 영화는 열에 아홉 인류의 승리 내지는 극복과 같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불 켜진 영화관을 떠나는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습니다. 현실 속 인류는 여전히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절벽을 뛰어내리는 쥐떼를 떠올리게 하니까요.




    프랑스 다큐멘터리 영화 '내일(Demain)'은 조금 다릅니다. 이 영화 끝에는 희망 혹은 기대감이 남습니다. 기존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일겁니다.



감독 멜라니 로랑(왼쪽), 시릴 디옹(오른쪽)






    멜라니 로랑과 시릴 디옹, 두 사람을 움직인 것은 네이쳐(Nature)지에 실린 한 논문이었습니다. "2100년까지 인류의 일부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섬뜻한 결론을 내린 연구. 어쩌면 우리의 아이들에게 '내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들로 하여금 해결책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게 이끌었습니다.





    식량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시작한 여행은 에너지, 경제, 민주주의를 지나 교육에 이르러 마무리 됩니다. 도시 농업으로 되살아나는 디트로이트에서 시작해, 차가 아닌 사람을 위한 도시 코펜하겐을 지나, 지역 화폐로 세금까지 내는 브리스톨, 주민 모두가 참여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마을 쿠탐바캄, 그리고 미래를 위한 교육을 하는 에스푸까지. 이들의 발길이 닿은 곳에는 어디에나 해결책이 있습니다.





    해결책이 있는 곳은 언제나 생기가 넘칩니다. 생명력 넘치는 이 기운은 공업화된 대규모 농업이나, 석유 산업, 초국적 기업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도심 속 공간을 활용해 과일, 허브, 채소를 재배하고 공유하는 '놀라운 먹거리(Incredible Edible)' 운동은 기업들이 떠나 침체되었던 토드모던을 되살렸고, 스위스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비르(Wir) 화폐는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차 대신 사람과 자전거에 초점을 둔 도시계획은 코펜하겐을 더 활기차게 만들었고, 국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의사결정 방식은 부패한 정치로 충격에 빠져 있던 아이슬란드에 희망을 심었습니다. 사료가 될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 숲과 마을을 파괴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지역 경제와 나라가 붕괴되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풍경입니다.



     생존과 가장 가까운 문제에서 가장 먼 (것 같은) 문제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그려냈습니다. 다섯 가지 챕터 사이사이에 내레이션을 통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제 또한 해결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며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모든 문제들은 유기적이라는 것을.



    영화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으로 다이빙 하는 세 소년의 모습으로 끝을 맺습니다. 동시에 흘러나오는 멜라니 로랑의 내레이션은 저 아이들의 순수함과 '내일'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앞서 제시된 수많은 답을 곱씹으면서 말이죠.




   내일을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내일(Demain)'. 이 영화는 당신 또한 함께할 수 있다고, 함께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 방법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달거나, 쓰레기를 유기비료로 만드는 사업에 뛰어들거나, 시골로 내려가 농장을 꾸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음을 아는 것. 그리고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 지역 소상공인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 투명하게 운영되는 시민 단체를 후원하는 것,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과 같은 일상 속 실천이 모두 포함됩니다.



    내일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오늘 이루어집니다.
당신의 내일을 지킬 수 있는 오늘이 되길-




Warmly,

LETTER





P.S. 

1. 이 영화의 묘미 중 하나는 재치있는 사운드 트랙과 편집입니다. 특히 Rufus Wainwright이 부른 'Everybody Knows'와 함께 보여지던 장면들은 잔상이 오래 남았습니다.

2. 아쉽게도, 현재 (17년 2월 1일 기준) '내일(Demain)'을 상영하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플랫폼 C(platformc@naver.com)를 통해 문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자료 제공 : 다큐멘터리 ‘내일’ ⓒ2016 플랫폼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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