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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Dec 19. 2017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 출판사 리뷰

홍콩을 기억하는 당신에게, 그리고 홍콩을 기억할 당신에게


홍콩, 낯선 듯 익숙한 듯


 마천루, 야경, 빽빽한 아파트, 그 사이로 난 좁고 어두운 골목, 창마다 널린 빨래, 이 모든 것들 사이 틈틈이 끼어드는 식도락과 쇼핑몰. 그리고 철 지난 영화들의 흔적, 누아르의 추억. 이 이상 필요한 게 없다는 듯 홍콩은,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이미지 그대로 존재한다. 낯선 듯 익숙하게. 



홍콩을 기억하는 당신에게  


 홍콩을 여러 번 가는 사람들에겐 이미 정해진 동선이 있다. 호텔에 짐을 풀고 홍콩 섬의 소호로 이동해 세계 각국의 요리를 파는 식당 중 한 곳을 찾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6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란퐁윤’에서 밀크티 한 잔을 마신 후, 센트럴의 IFC몰에서 해가 지길 기다리며 실내 산책을 한다. 나중에 몰아서 쇼핑할 아이템을 체크하고는 페리를 타고 주룽 반도로 넘어 온다. 이미 몇 번을 본 빅토리아 하버의 조명 쇼 ‘심포니 오브 라이츠’는 이번에도 건너뛰지 않는다. 넘실거리는 홍콩 섬의 야경을 보며 감상에 젖는 시간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밤이 깊어지면 침사추이의 셀렉트숍을 구경하며 너츠포드 테라스까지 걸어가 온갖 국적의 사람들 사이에서 칵테일을 마신다. 다음 날도 몽콕의 랭함플레이스에서, 하버시티에서, 페닌슐라 호텔 로비나 셩완의 먹자골목, 매일 파티가 열리는 란콰이퐁에서 어제와 같은 일상, 아니 여행을 반복한다. 기억하던 그대로의.


그 모든 동선의 중간에 좁고 낡아빠진 아파트와 목덜미로 물을 떨어트려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에어컨 실외기, 네온이 반짝이는 간판, 웃통을 벗고 일하는 남자들,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어두운 골목을 지난다. 쇼핑 매장의 화려한 불빛과 에어컨 바람이 단숨에 잠시의 불편을 잊게 만들지만,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홍콩의 이면, 속 깊은 내면을.



단편들에 담긴 홍콩의 일면 


 한때 자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에서 사진을 찍고 소설을 쓰며 1년을 보낸 영국인 공학도 카이 브룩스. 6년째 홍콩에 살며 다섯 살 난 딸을 키우는 전업 글쟁이 주부 최경숙. 그리고 6개월 전부터 홍콩 주재 글로벌 기업에서 환경 자문 일을 하게 된 강수진. 이들은 홍콩 시민으로 살고 있으나 결국 외국인일 수밖에 없다. 『홍콩단편 : 어쩌면 익숙한 하루』는 온전히 홍콩인이 되지 못하는 이방인들이 홍콩 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이야기한다. 그 누구도 진짜 홍콩인은 아니지만, 어차피 홍콩이라는 나라에서는 모두가 이방인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게 최선이라는 듯. 


 이들의 홍콩 이야기는 이방인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영역으로 한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시선은 단편斷片, 떨어져 나온 하나의 조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묶여 있는 인연의 종류와 감정의 색깔은 겹치기도 하고 또 생경하기도 하지만, 일면들이 모이면 삶의 입체적인 형태가 보이는 듯도 하다. 


 그리고 여기에 2016년 교보문고 여행에세이 부문 베스트에 선정된 도서 『도쿄적 일상』을 통해 온전한 도쿄도, 온전한 서울도 아닌 현대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를 탐색했던 <여행 매거진 BRICKS>의 이주호 편집장, 그리고 신태진 에디터가 빛과 어둠이 극명한 도시 홍콩으로 날아가 이들을 만났다. 『홍콩단편』이라는 책을 만드는 과정은 홍콩의 이면과 내면의 단편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이어붙이는 과정이었다. 



한 달 살아 보기, 홍콩이라면 


 2017년 최대 여행 이슈는 낯선 도시에서 한 달을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가깝게는 제주에서 멀리는 파리, 런던, 치앙마이까지. 여행과 관광을 분리시키며 생활자와의 경계에서 살아 보는 이들이 늘었다. 그들이 처음 찾은 건 여유였지만, 점차 깊이를 원했고 그러다 마지막엔 다시 익숙함을 그리워했다. 


 홍콩에서라면 어떨까? 생활인들은 홍콩에서의 긴 여행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 도시에서 정말 제대로 살아보자 하면 한 달에 천만 원은 들 걸요. 그러면 어디어디에서 한 달 살기의 취지와 동떨어지는 일이죠” 


 홍콩 6년 거주자 최경숙 씨는 고개를 젓는다. 살인적인 물가로 악명 높은 도시가 한둘은 아니지만, 홍콩의 체류비, 특히 집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괜찮은 도미토리도 있지만, 호스텔은 유럽 배낭여행에나 어울리죠. 항상 사람에 치이는 이 도시에서 한 달 내내 다른 사람과 좁은 방까지 나눠 쓴다는 것은 전혀 여유롭지 않은 일일 거예요.”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홍콩에 장기 체류하며 이 도시의 이면을 들여다 볼 준비가 돼 있냐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를 내세우면서도 홍콩을 자국의 정치와 문화에 완벽히 종속시키려 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그들의 정체성이 홍콩인인지 중국인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험대 위에 올라 있지만, 그런 골치 아픈 고민은 소비와 문화 서비스 속에서 금세 잦아들고 만다.  


 한 달을 살든 십 년을 살든 대도시가 품고 있는 혼란 위에 정치적 갈등까지 얹힌 홍콩에서 여행자일 땐 보지 못했던 이면裏面, 제삼자에겐 낯설기만 한 뒷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매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리고 홍콩을 기억하게 될 당신에게도 


 서양의 영화감독들은 어둡고 음울한 미래 도시를 그릴 때 홍콩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영국과 중국, 그리고 자체의 문화가 뒤섞여 독특한 색채를 발휘하는 홍콩이지만, 이 도시에 산다는 것은 사실 여느 나라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운명과 다르지 않다. 『홍콩단편』은 대도시 홍콩, 소비와 열악한 주거, 명암이 극명한 예술인의 삶, 외국인 노동자, 탈도시를 위한 여가활동, 꺼지지 않는 조명들을 냉소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짚어 나간다. 산다는 건 저 모든 것들을 포용해 가는 것이라는 듯 담담하게. 그리고 야경의 뒤안길, 골목 좌판에 걸린 백열등 아래에서 작은 희망을 밝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공감을 찾는다.  



일러스트로 담은 홍콩 


 『홍콩단편』에는 그 흔한 홍콩 야경 사진 한 장 담겨있지 않다. 홍콩의 야경을 담은 멋진 사진이나 영상은 당장 인터넷을 뒤지면 수천 건이 검색되지만, 홍콩을 그림으로 본다는 건 드문 일이다. 홍콩의 기념품 가게에 가면 전쟁 후의 홍콩, 경제 발전기의 홍콩을 그린 그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그림 속에는 낡은 트램, 커다란 간판 아래를 배회하는 사람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어두운 골목이 등장한다. 소재는 조금씩 다르지만 관광객을 위해 그려진 홍콩의 풍경화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둡고 쓸쓸하다. 


 “사실, 사진 속의 현실도 현실은 아니지요. 화려하고 역동적인 모습만 있을 수가 있겠어요? 비애도 있고 좌절도 있겠지요. 그럴 바엔 차라리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림에서 홍콩이라는 공간을 느껴 보는 게 현실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요?” 


 『홍콩단편』의 일러스트레이터 배일우의 말이다. 만화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는 홍대에서 가장 큰 피규어 회사를 경영하며 거래처가 있는 홍콩, 일본, 대만을 드나들었다. 거리 곳곳의 사진을 찍고 간략한 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이 책은 펜으로 그려진 일러스트를 통해 홍콩을 시각화한다. 구불구불하고 촘촘한 펜선은 그 자체로 독특하기도 하지만, 책 전체에 감도는 감성적 분위기를 때로는 완화시키고 때로는 강화시킨다. 



'도시 단편' 시리즈의 시작


 이 책은 <여행 매거진 BRICKS>에서 발간하는 첫 번째 책이다. 브릭스는 2016년, “여행이 일상이고 일상이 여행”이라는 모토에서 출발한 여행 에세이 매거진이다. 여행자들이 선망하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 필자들이 자신들의 생활 이야기를 싣는 플랫폼으로 보통의 일상도 여행만큼 특별하다는 정서를 공유해 왔다. 브릭스가 추구해 온 것은 단순한 여행 콘텐츠가 아니라 ‘여행 인문학’이었다. 『도쿄적 일상』을 발간하며 처음 여행 인문학이란 콘텐츠를 열었고, 그 기록들은 도시 단편 시리즈로 이어질 것이다. 다음 시리즈는 시인이자 윤동주 시 연구의 권위자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 외 필자들이 참여한 『교토단편 - 동주산책』이다.





<도시 단편> 시리즈를 발간하며


 에세이는 객관 세계의 일면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객관 세계의 일면에다 마음의 상이나 생각을 비춰보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짧은 이야기 - 단편短篇으로 각색되어 갔고,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것도 역시 한때의 기억, 삶의 작은 일부 - 단편斷片들이었다. 우리는 이 단편 속의 단편을 전체 세계인 것처럼, 삶의 보편인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익숙할 리 없는 타인의 경험과 감정이 어쩌면 나의 익숙한 하루와 닮았다 공감해 줄 분들에 당을 수 있기를, 마냥 기다려 본다.


_여행 매거진 BR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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