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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Oct 17. 2016

불과 얼음 위의 사랑앓이, 아이슬란드

지구 속 외계 행성

여행 매거진 BRICKS Trip - 불과 얼음 위의 사랑앓이, 아이슬란드 #1


지구 속 외계행성, 아이슬란드 여행의 시작


 유럽보다 북극이 더 가까운 나라,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ík)에 도착한 것은 오후였지만, 짐을 찾고 나오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3시 30분인데 분위기는 이미 밤처럼 변해 있었다. 게다가 공항에서 출발할 때부터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시내로 들어서자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도시는 이미 한밤중이었고, 시내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북유럽의 활기찬 겨울 풍경을 기대했는데 말이다.



 레이캬비크에서 가장 돋보이는 상징물은 단연 하들그림스키르캬 교회(Hallgrímskirkja church)다. 현대식 콘크리트 건축물인데 건물 전면은 현무암기둥으로 상징화했고, 40년에 걸쳐 지난 1986년에 완공되었다. 겨울에 보는 어두운 분위기의 교회는 더 정감이 갔다. 교회를 둘러싼 조명의 빛이 교회를 밝혀주고 있었다.

 교회 앞에는 레이뷔르 에이릭손 동상이 서 있다. 유럽인 최초로 북미대륙에 발을 디디고 탐험한 사람으로, 아이슬란드 의회인 알싱기의 설립 1,000주년을 기념하여 미국 의회에서 선물한 것이다. 교회 안으로 들어서자 5,273개의 관이 연결된 파이프 오르간이 15m 높이로 서 있다. 힘을 내서 75m 높이의 전망대를 올랐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겨울의 레이캬비크는 어떤 풍경일까?


 추운 날씨이지만 전망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하들그림스키르카 교회의 전망대에서 보니 수도인데도 그 흔한 고층 빌딩 하나 없다. 여름에는 아기자기하고 북유럽스러운 색깔을 입힌 집들을 보았는데, 겨울 동안엔 내려앉은 눈의 하얀 색만 보여주려나 보다. 교회를 나와 거리로 향했다.



 각국에서 몰려드는 여행자들이 찾는 레이캬비크의 첫 번째 먹을거리는 핫도그다. 바이야린스 베즈튀 가게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는데, 세계적인 신문에도 여러 번 실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다행히 밤에도 핫도그를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레이캬비크에 올 때마다 이 핫도그를 먹으러 온다. 변하지 않는 착한 가격이라 더욱 좋다.

 밤 9시, 레이캬비크 최대의 번화가인 라우가베구르 거리는 여전히 북적였다. ‘불금’을 즐기러 나온 주민과 관광객들이 뒤엉켜 카페와 펍은 꽉 차 있었다. 정겨운 분위기다. 표정은 차가워 보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아이슬란드인들을 닮았다. 여름에는 ‘륀튀르’라고 해서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오면 금요일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즐기는 젊은이들의 문화가 있다. 겨울의 불금도 여름 못지않았다.





가슴 벅차게 아름답고 장엄한 광경, 골든 서클을 찾아서


 오늘은 골든 서클이라고 불리는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관광지 세 곳을 보기로 했다. 레이캬비크에서 꼭 찾아야 할 관광지인 이곳들은 아이슬란드의 자연과 문화가 농축된 장소라는 의미에서 골든 서클이라 불린다.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벗어나자마자 드넓은 눈밭이 펼쳐진다. 산 아래 초원에서 눈이 덮인 자연 풍광이 끝없이 나타난다. 레이캬비크에서 약 2시간을 달리면 드디어 골든 서클을 만난다. 오랫동안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끝이 없을 것 같은 도로를 달려왔는데, 골든 서클에 도착하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골든 서클의 첫 타자, 드넓게 펼쳐진 초원과 습지 사이로 강물이 흐르는 싱베들리르 국립공원은 깨끗한 겨울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바위 앞 깃대 위에 아이슬란드의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대서양 한가운데 떠 있는 고립된 섬 아이슬란드의 정체성을 품은 듯 꼿꼿하게. 저 멀리 보이는 싱그베들리르 교회는 1859년에 만들어졌다. 하얀색 속에서 십자가만 보이므로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잘 살펴야 찾을 수 있다.



 골든 서클의 두 번째 경유지는 게이시르다. 아주 오래전, 헤클라 화산 폭발로 간헐천이 생겨났다. 뜨거운 김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사이로 갑자기 솟아오르는 간헐천을 보니 생기발랄한 청춘의 느낌이 든다. 게이시르는 간헐천 한 곳의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간헐천을 통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물의 온도는 섭씨 80~100도씨에 이른다.
  
 게이시르는 예고 없이, 빵! 터진다. 다들 그 놀라운 광경을 포착하려고 사진기에 손을 고정하고 분출의 순간을 기다리지만 분출의 이미지는 쉽게 포획되지 않는다. 분출도 분출이지만 그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분출 이후에는 다들 각자의 사진기를 보며 잘 찍혀있는지 확인한다. 탄식과 환호가 어우러지고, 일단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나면 탄식의 무리들만 남아 다시 사진기를 몸에 고정한다. 보통 5분에 한 번 분출된다고들 하지만, 사실 그건 게이시르 마음이다. 여름철 게이시르는 ‘분노의 물줄기’를 오 분에 한번 꼴로 하늘 높이 뿜어내지만, 겨울에는 추운 날씨 탓인지 높이 솟아오르는 장면은 몇 번에 한 번 정도밖에 없다. 높이 솟는 게이시르를 찍기 위해 한참을 기다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다들 표정은 웃고 있다. 다행히, 이번에는 높이 솟아올랐다. 여름보다 더욱 시원하게 뻥 뚫리는 느낌. 잠시 뒤 나도 환호를 지르며 자리를 떴다.





세계10대 폭포에 이름을 올린 귀들포스

 골든 서클의 마지막은 우렁찬 폭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들포스다. 워낙에 해가 짧다 보니 오후 2시인데도 마음이 불안하다. 날씨가 좋으면 무지개와 함께 귀들포스의 모습을 담을 수 있지만, 겨울에는 구름이 낀 날이 많아 무지개가 뜨는 경우가 드물다. 귀들포스에는 한때 위기의 순간이 있었는데, 민간인 투자자가 수력발전 개발을 위해 경매에 넘겼던 것이다. 한 여성이 귀들포스의 보존 이유를 알리고 서명을 전개하여 정부의 마음을 움직였고, 정부가 귀들포스를 사들이면서 1979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보고 즐길 수 있게 되고, 폭포주변의 자연 환경을 영구적으로 보존될 수 있었던 건 아이슬란드 최초의 환경운동가라 할 수 있는 그녀 덕분이다. 그녀의 노력에 박수를.



 야성적이고 장대한 귀들포스는 세계 10대 폭포 가운데 하나로 아이슬란드에서는 가장 큰 폭포다. 정상의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폭포수가 32m 절벽 아래로 내리꽂히기에 땅 속으로 떨어지는 폭포라고도 불린다. 한여름의 귀들포스는 무더위를 한 순간에 날려버릴 정도로 시원한 매력을 발산하는데, 겨울인 지금은 매서운 바람에 뺨을 감추기 급급하다. 그래도 굉음을 내뿜으며 흘러내리는 귀들포스를 보니 가슴 속 답답했던 것들이 싹 사라지는 것 같다. 모두들 폭포를 보느라 정신이 없고,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는다. 사진으로나마 조금 더 많은 기억을 남겨두기 위해 폭포 가까이 한 발짝 더 다가선다. 한 컷의 순간을 위한 노력이라니, 어떤 풍경이 또 이토록 간절했었단 말인가?





글/사진 라이언(조대현)

54개국, 162개 도시 이상을 여행한 여행 작가.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에 저서 <아이슬란드 링로드>가 소개되기도 했다. 강의와 여행 컨설팅, 여행 칼럼 기고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의 <비지트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다수의 여행 서적을 출간했다.
<아이슬란드 링로드>, <왜 하필 이란이야?>, <산티아고가 어디예요?>, 타고 시리즈 <끄라비>, <라오스>, <크로아티아> 등 출간. / <스페인 왕의 오솔길>, <비지트 호주, 크로아티아, 체코, 베트남 중부> 등 출간 예정.
그의 <비지트 아이슬란드>가 궁금하다면.

http://www.yes24.com/24/goods/29930767?scode=032&OzSra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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