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Oct 18. 2018

우리의 전통춤, 고성오광대

고성 춤은 내 개인적으로는, 경상도 싸나이같은 느낌이다.

여행 매거진 BRICKS Tour

춤추는 세계 #7





 처음 탈춤을 배운 게 대학 다닐 때였다. 그때까지 내가 주로 배운 춤이란 지극히 무대화된, 인위적이고 세련미를 추구하는 것들 밖에 없어서, 자연스러운 춤이란 무엇일까 항상 궁금했었다. 그래서 기층민들의 몸짓이었던 탈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통해 이 땅 위에 발을 딛고 사는 평범한 사람의 진솔한 춤이 무엇이었나 가늠해볼 수 있었다. 이후 여러 해 동안 틈틈이 배우러 다녔다. 정말 재미있게 배우고 췄던 것 같다.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도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중 고성오광대에는 특별한 애정이 있는데, 여러 지역 탈춤들 중 가장 춤 비중이 크기도 하고, 나 역시 고향이 부산이라 영남문화가 친숙하기도 하고, 고성오광대 이수자들로 구성된 창작 연희 단체와 몇 번 작업한 적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3년 전 여름 고성오광대 전수관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고성오광대의 춤들을 배우고, 젊은 전수자들을 위한 작품을 안무하러 갔었다. 학업이나 생계 때문에 늘 춤 출 시간이 부족했던 내가 늘 원했던, 오로지 밥 먹고 춤만 추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루 종일 춤만 추니 몸이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안 나고, 마음이 평온하니 밤마다 전수관 숙소에서 대학 탈춤반 학생들, 일반인들, 전수 조교 선생님들과 함께 마시는 술은 술술 들어갔다. 찌들어 있던 몸과 마음의 독소 다 빼내고, 일주일 그렇게 보내고 나니 가뿐하게 새로 태어난 느낌이었다. 이곳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재미있으시던지, 거의 코미디언 같았다. 20분 거리의 통영까지 드라이브를 하며 구경했던 밤바다, 당항포 앞바다에서 생애 처음 타 본 요트, 앉으면 알아서 계속 안주를 내주는 읍내 ‘목마름 실비집’도 다 즐거운 기억이다. 좋았다. 고성이라는 지역도, 사람도, 춤도.


이윤석 덧배기춤


 고성오광대 하면 일단 이 분의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는데, 바로 이윤석 고성오광대 전수회장님이다. 내가 이 분의 춤을 극장에서 처음 본 것이 이십년 전쯤이었던 것 같은데, 꽤 충격을 받았었다. 웬 180cm가 넘는 훤칠한 훈남 시골 아저씨가 나와서 덧배기춤을 추는데, 어찌나 멋있던지 그야말로 ‘심쿵’해버렸다. 게다가 이렇게 춤 잘 추는 사람 직업이 농부라니! 땅에서 곡식을 일구듯이 자연의 섭리를 따라 일궈 온 몸짓인 것이다. 나처럼 ‘무엇이 되기 위해서’ 춤 춘 사람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풍류’가 저런 것이구나 싶었다. 저렇게 그냥 자연스럽게, 저절로 나와야 되는 거구나.




고성의 탈춤 고성오광대, 자세한 이야기는 도서 『춤추는 세계』에서 만나보세요.


http://www.yes24.com/Product/Goods/76596401?scode=032&OzSrank=1




글 허유미 / 표지사진 고성오광대보존회 홈페이지(http://www.ogwangdae.or.kr)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춤과 관련된 수업과 글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춤들에 관심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 부는 압구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