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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Feb 12. 2019

오늘은 어디로 피크닉 갈까?

모리셔스는 동서남북 바다의 색과 해안의 모습이 서로 다르다.

여행 매거진 BRICKS City

마담 엘리의 모리셔스 이야기 #2




 인생을 여행하듯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여행하듯이 살려면 진짜 여행을 해야 한다.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집이 아닌 곳에서 우리는 영감을 받고 기쁨을 얻고 그 에너지로 평범한 일상을 견디어 낸다. 작은 섬나라에서의 삶은 단조롭고 또 단순하다. 8시 출근에 5시 퇴근. 오후 6시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고 교통편도 모두 끊긴다. 서울처럼 걸어서 가까운 상점에 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퇴근 후면 꼼짝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일주일에 한두 번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게 평일 퇴근 후 하는 유일한 일탈이다. 그래서 더더욱 주말이 기다려지고 주말에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지난 2년간 우리 가족은 근처 명소를 찾아 다녔는데 그중에 가장 좋았던 곳,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을 소개하려 한다.



1) 일로셰프Ile Aux Certx(사슴섬)



 사슴섬이라는 뜻을 가진 일로셰프. 현지인들에게 왜 이름이 사슴섬이냐고 물으니 예전에 사슴이 많이 살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이곳은 신혼여행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모리셔스 동쪽의 선착장에서 셔틀보트나 스피드 보트를 타고 갈 수 있다.


 난 두 번을 갔는데 두 번 모두 스피드 보트를 타고 갔다. 바로 가면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이지만, 중간 중간 아담한 폭포도 구경할 수 있게 멈춰주고 패러세일링을 원하면 가는 도중 패러세일링 장소로 이동했다 갈 수도 있다. 작은 폭포는 정말 작아서 폭포가 볼거리이기 보다는 그 폭포를 둘러싼 숲에 박쥐 떼가 아주 많아서 난 그것이 더 볼거리인 것 같다. 내 평생 박쥐를 한국에서 비둘기 보듯 이렇게 많이 본 것은 여기에서가 첨이다. 과일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모리셔스에는 저녁때만 되면 박쥐가 숱하게 날아다닌다.



 또한 보트를 타고 가는 동안 해안가를 따라 줄줄이 형성되어 있는 리조트들과 해안주택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저런 볼거리 끝에 일로셰프섬에 도착하면 여기에서는 정말 바다 수영을 즐겨야 한다. 이곳 바다색은 단순히 에메랄드빛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그 이상으로 아름답고 수심은 얕아서 아이들과 마음 놓고 물놀이하기에 좋은 곳이다. 너무나 유명한 곳이라서 액티비티를 하거나 무언가를 대여하려면 비싼 가격을 제시하는데, 모르고 간다면 바가지 씌우는 느낌에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이런 것을 피하려면 간단한 음료 및 음식을 준비해가고 비싼 파라솔과 선베드를 이용하는 대신 큰 타월이나 돗자리를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액티비티를 하고 싶으면 무조건 상대방이 혀를 내두를 때까지 깎아야 한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다 보니 가격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기념품은 대형마트에서 사는 것이 제일 저렴하니 관광지에서 사지 말고 대형마트에서 살 것을 추천한다.



2) 일로베니티에르Ile aux benitiers (feat. CRYSTAL ROCK)



 모리셔스는 작은 섬나라인데 이 작은 섬나라 주변은 진짜 작은(무인도라고 하면 떠오를 만한) 섬들이 여러 개 있다. 일로베니티에르는 서쪽에 있는 섬인데 2017년 12월 24일, 블랙리버 선착장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이동했다. 물론 이곳도 10여분정도 밖에 안 걸릴 정도로 가깝다. 모리셔스는 어디를 가도 다 가깝다.


 바로 섬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고 수심이 낮은 곳에 보트가 멈춰서면 스노쿨링도 하고 수영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섬에 가까워질 때쯤에 바다위에 큰 바위 하나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유명한 크리스탈 락이다.


 그냥 큰 바위덩어리가 수심이 얕은 바다 한가운데 덩그러니 솟아 있는데 이것이 꼭 다이아몬트 큐빅 모양이다. 놀라운 것은 가까이 가면 주변 바닷물에 햇빛이 부서지는데 정말 눈이 부시고 아름다워 크리스탈 락을 왜 그렇게 부르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자연이 이뤄낸 색과 풍경 속에서 수영도 하고 스노쿨링도 하고 크리스탈 락을 만져보기도 한다. 우리가 간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기 때문에 크리스탈 락에 꽂혀 있는 나뭇가지에 누군가 어설프게나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해 놓았다.



 그리고 섬에 도착하면 해안가를 따라 기념품을 판매하는 오두막들이 줄지어 있고 또 한쪽으로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작은 나무 오두막들이 있다. 이것뿐이다. NO 화장실, NO 샤워실, NO 레스토랑, NO 휴지통. 보트주인이 각자의 고객들이 먹을 바비큐 재료와 음료, 샐러드를 준비해 오면 섬에 도착하자마자 바비큐를 굽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사이 기념품들을 돌아보고 큰일이 보고 싶지 않음에 감사해 한다. 작은 일이야 그냥 수영하러 바다에 들어가 해결하면 그 뿐이니깐. 나무로 된 오두막에서 즐기는 치킨바비큐 요리는 전혀 고급스럽지 않지만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무인도에서의 피크닉이 묘한 희열을 안겨준다. 일로셰프와은 다르게 관광객도 많지 않아 여유로움이 있다. 밥을 먹고 어느 정도의 자유 시간을 보내다 보트 주인과 약속한 시간이 되면 다시 육지로 나온다. 샤워실이 없어도 햇빛에 입고 있는 수영복은 이미 다 말라있다. 그냥 차속에 타월을 깔고 앉아 떠났던 그 복장 그대로 집으로 들어와 씻는다. 어차피 어디를 가도 1시간 안에 집에 도착하니깐.



 3) 샤마렐 빌리지 (세븐 컬러드 어스7 colored earth와 알렉산드라 폭포)


 모리셔스는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화산섬이다. 세븐 컬러드 어스는 우리말로는 칠색토(?)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름처럼 일곱 가지 색을 띄는 땅이다. 화산섬이기 때문에 높은 산이 없고 주 관광지가 해안가임을 감안하면 샤마렐은 그나마 산이라고 불릴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모리셔스에서는 웅장한 자연을 기대하면 실망하게 되니 아기자기한 자연이 가져다주는 깜찍함을 기대해야 한다. 덤으로 거북이도 만나볼 수 있다. 알렉산드라 폭포는 모리셔스에서 가장 큰 폭포이다. 폭포 아래쪽에서 감상하는 게 아니라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를 감사할 수 있다. 샤마렐 빌리지는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좋다. 너무 더우면 칠색토 쪽에 있는 매점에서 갈아주는 사탕수수 주스를 마시며 더위를 날려 버리면 된다.




4) 내추럴 브리지Natural bridge



 고객 중 한명이 물었다. 본인이 지난주에 내추럴 브리지에 갔다 왔는데 가본 적이 있냐고. 없다고 하니 아주 아름다운 곳이라며 꼭 한번 가보라 했다. 그래서 구글 지도로 검색해 무작정 찾아가 보았다.


 사탕수수 밭을 가로지르는 좁디좁은 비포장도로를 지나 작은 숲 앞에 선다. 알아서 차를 잘 세우고 숲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곳도 NO 화장실, NO 레스토랑, NO 상점이다. 수레에 코코넛 쌓아놓고 파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관광지인줄도 몰랐을 것이다. 숲을 가로지르면 나무 하나 없는 검은 현무암 절벽이 바다와 마주하고 있다. 이곳 분위기는 제주도와 많이 비슷하다. 현무암으로 생겨난 자연 절벽. 그리고 진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돌다리가 있었다. 돌다리 밑으로 파도가 절벽에 부서지는 모습과 급류가 보이는데 처음엔 무서워서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겨우 기어서 다리를 건너고 보니 절벽아래에서 수영을 하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참으로 용기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난 금세 안전지대로 돌아와 망망대해를 바라본다. 섬 전체가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이고 작기까지 하지만 동서남북의 기온이 다르고 그 바다의 색과 해안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그러니 은근히 볼 것이 많고 매력의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렇게 작은 곳에서 배낭 하나 매고 흥미진진한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 이곳이 바로 모리셔스다.





글/사진 정은숙

서울에서 10년간 무역회사에 근무하다 2016년 남편, 딸 아이와 함께 모리셔스로 건너가 작은 사업을 하며 시트콤 삶을 살고 있는 한국아줌마. 영어이름이 Elly라서 이곳에서는 마담 앨리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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