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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Jun 19. 2019

모리셔스의 이모저모

모리셔스를 잘 뜯어 보면 이런 것들도 있다

여행 매거진 BRICKS City

마담 엘리의 모리셔스 이야기 #4





 잠시 여행만 하고 떠나면 놓칠 수도 있는 모리셔스의 이모저모들.


1) 개들이 사는 세상

 모리셔스에는 유난히 개들이 많다. 아파트 문화가 아니라 단독 주택 문화이다 보니 개 한두 마리씩은 꼭 키우는 모양이다. 재미있는 건 이 개들을 풀어 놓는다는 거다. 그래서 개들이 집밖을 돌아다니다 밥 때가 되면 집에 들어오고, 밤이 되어 대문을 잠그면 그때 집을 지킨다. 자유로운 개들의 활동 반경 때문에 번식에 번식을 거듭해 길거리에 떼 지어 다니는 개 무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닷가와 공원은 떠돌이 개들의 아지트이다.


 언젠가 차를 타고 가는데 과일가게 지붕위에서 깜둥개 흰둥개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참을 웃었다. 모리셔스에는 지붕에서 사는 개들이 많다. 높은 곳에서 집을 더 잘 지키라고 그러는 걸까 ? 


쇼핑몰 앞에서 비를 피하는 길거리 개들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대문 앞이나 집 앞 화단에 1.5리터 물병들이 놓여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물주기 편하려고 그런 걸까 아니면 청소를 쉽게 쉽게 하려고 그러는 걸까. 이웃이 답을 알려줬다.


 “그건 개들이 집 앞에 자꾸 똥을 사놔서 똥을 싸지 말라고 그러는 거야”


 세상에나, 그런 깊은 뜻이!


 나도 자꾸 개들이 우리 집 앞과 화단에 똥을 싸놔서 스트레스를 받던 참이었다. 빈 1.5리터 물통에 물을 받아 곳곳에 놓자 정말 개들이 더 이상 똥을 안 싸놓는 게 아닌가. 정말 신비한 삶의 지혜다.



2) 고춧가루 과일

 가끔 고객들이 흰 투명 봉지에 고춧가루가 묻은 무언가를 들고 와 나에게 먹으라고 준다.


 도대체 이게 뭘까 너무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신선한 파인애플 조각에 고춧가루와 소금을 뿌린 것이었다. 망고 철이면 다 익지 않은 파란 망고를 잘라 거기에 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려 팔기도 한다. 그리하면 떫고 신맛이 줄어들어 목 넘김이 쉽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 아니면 망고가 남아돌아 이렇게 나름 새로운 먹거리를 만든 게 아닐까.


 모리셔스는 망고, 파인애플, 파파야, 바나나가 풍부하다. 망고 철은 여름(한국의 겨울)인데 대부분의 집들이 망고 나무를 갖고 있고 가로수마저 망고나무라 망고가 흔하디 흔하다. 미처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망고도 상당하다. 바나나도 그렇다. 10개 이상씩 달려있는 바나나 뭉치를 고객들이 많이 가져 오는데 우리 직원들은 가져가지도 않는다. 버리는 게 아까워 바나나로 전도 부쳐 먹는 등 갖은 노력을 해 보았으나 이 많은 양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입만 먹고 버리는 눈물겨운 호사랄까. 멀리 있는 나의 한국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집집마다 과일이 풍부한데 대형 마트에 가면 내가 버리는 바나나, 파파야, 망고 따위가 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누구를 위한 과일일까? 관광객?


고춧가루에 버무린 구아바


3) 사탕수수

 모리셔스의 주요산업은 리조트 산업과 사탕수수 산업이다. 비행기가 모리셔스 공항에 착륙할 때쯤 섬을 내려다보면 초록초록 곳곳이 사탕수수로 덮여있다. 공항 활주로 옆으로도 온통 사탕수수다. 나는 5월말 겨울이 시작되었을 때 도착했는데, 활주로 옆으로 만발한 사탕수수 꽃을 보고 갈대밭인줄 알았다. 사탕수수 꽃이 피면 갈대밭처럼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파란 하늘에는 뭉게구름, 땅에는 사탕수수 꽃. 내가 사랑하는 모리셔스의 한 장면이다.


 이 많은 사탕수수 나무는 설탕과 럼주가 되어 내수용으로도 쓰이고 수출도 된다. 사용이 끝난 사탕수수대는 리조트의 지붕이 되어 휴양지의 유니크함을 빛내준다. 모리셔스의 사탕수수 설탕과 럼주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독주를 좋아하지 않아 럼주를 마셔보진 못했지만, 난 모리셔스의 사탕수수 설탕만 먹는다. 그 당도와 맛이 한국에서 먹던 정제설탕과는 차원이 다르다. 종류도 입자가 아주 굵은 것 조금 굵은 것, 고운 것, 흑설탕, 갈색설탕, 백설탕… 참으로 다양하고 예쁘기까지 하다.


 한국에 살 때는 일제 강점기 때 하와이로 이주한 한인 노동자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들게 일했다는 역사 정도만 알고 있었지 꽃이 피는지, 설탕과 럼주가 되는지, 그런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겨울(5~7월)에 모리셔스에 온다면 꽃이 만발한 사탕수수 밭에서 사진도 찍고 선물로 설탕과 럼주를 가져가면 어떨까. 



4) 작은 신전

 모리셔스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힌두교를 믿는다. 그래서 집 안팎에 작은 신전을 모시고 산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마당과 신전을 물로 닦고 기도를 드리며, 오후 6시가 되면 기름종지에 불을 붙이고 기도한 후 심지가 다해 불이 저절로 꺼질 때까지 그대로 둔다. 대형마트 계산대에 보면 봉지에 든 저렴한 식용유를 여러 개 사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도할 때 사용하는 기름이다. 또, 신전에 모신 신들의 옷도 철마다 사 입히고 기존의 옷은 태워버린다. 


 내가 보기엔 너무나 번거롭고 귀찮은 이 모든 절차들이 모리셔스에서는 당연한 일상이자, 문화, 그리고 정신이다.





글/사진 정은숙

서울에서 10년간 무역회사에 근무하다 2016년 남편, 딸 아이와 함께 모리셔스로 건너가 작은 사업을 하며 시트콤 삶을 살고 있는 한국아줌마. 영어이름이 Elly라서 이곳에서는 마담 앨리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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