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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Aug 28. 2019

세상은 요지경

왜 아프리카에서 일해요? 어쩌다가 아프리카에 가게 되었나요?

여행 매거진 BRICKS City

탄자니아에서 청춘을 #2





 화장실 물을 내리는데 얼마만큼의 물이 들까? 전기가 없는 게 나을까, 물이 없는 게 나을까? 살면서 전혀 궁금해 할 필요가 없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심지어 걱정을 하며 스트레스까지 받는 곳. 그곳이 바로 “말라위”였다.


 화장실 물은 한번 내리는 데 10리터가 든다. 하루에 2리터의 물을 마신다고 했을 때 무려 5일이나 마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전기보다는 물이 없는 게 경험상 더 나았다. 물이야 어디서든 구해오면 되었고, 평소에 미리 받아두면 되었다. 그런데 전기는 저장해 놓을 수도 없고, 한번 끊겨버리면 들어올 때까지 일을 할 수도 물을 끓일 수도, 가장 중요한 휴대폰(=인터넷)을 충전할 수도 없다. 어떤 세상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곳. 그런 곳에서 나는 일을 한다.


아……, 또 전기 나갔어? 작업하던 거 다 날아갔잖아!! 젠셋(발전기) 틀어주세요 빨리~!


 나라가 조금이라도 잘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보여주는지 나는 이번 “탄자니아” 생활을 통해 하나 하나 발견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온 이후로 물이 오늘은 나올까? 전기는 언제 다시 들어오려나?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 삶의 질이 엄청나게 향상되었다. 물론, 도시와 시골의 격차는 이곳도 매우 심하다. 도시는 상하수도, 전기 등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지만 시골로 가면 길도 비포장에, 사람들은 물을 멀리서 길러오고 화장실도 재래식이거나 아예 없다. 당연히 전기도 없다.


 이곳에 와서 놀란 점은 사람들이 비닐봉지를 그냥 준다는 것이다. 말라위에서는 장을 보면 비닐봉지 값을 받았는데 이곳은 그냥 준다. 그것도 튼튼한 비닐봉지로. 6월 1일자로 탄자니아 정부가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해서 이젠 쓸 수 없게 되었지만. 말라위에서는 플라스틱 물병을 사람들이 사서 되팔았는데, 이곳에서는 그냥 버린다. 말라위에서는 모든 것이 재산이 될 수 있다. 그곳에선 우리에게 쓰레기인 물건들마저 돈이 된다.


물을 길으러 떠나는 마을 사람들. 외국인인 내가 신기한지 시선이 떠나질 않는다.


 왜 아프리카에서 일해요? 어쩌다가 아프리카에 가게 되었나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질문을 들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아프리카 아니고요. 말라위랑 탄자니아에요. 아프리카는 대륙을 지칭하는 것이고요, 어쩌고저쩌고…….” 그 동안 길러진 습관이 무섭다. 여기에 더해진 직업병이란……. 하지만 소위 말하는 설명충 소리를 들을까 싶어 하고픈 말을 접어둔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슬프지만, 그들도 저런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어릴 때부터 나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공부를 하니 이 세상이 얼마나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화가 났다. 부의 불평등 그것의 재분배, 정의와 평등. 내가 뭐 대단한 존재는 아니지만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하고 싶었다.


 『세상이 만약 100명 인구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머리로만 이해되었던 것들을 실제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나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극소수에 속하는 사람이었구나. 혹시 더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도 추천한다.


보건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는 학생들. 열악한 환경에서도 집중력이 대단하다.


 국제개발에서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는 ‘보건’으로, 말라위에서는 트라코마(안질환) 퇴치사업을 담당했고 현재 탄자니아에서는 수인성질환 예방사업을 하고 있다. 두 사업의 공통점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식수 및 위생시설을 건축하고, 보건 교육 및 물품 지원 그리고 현지 역량강화를 통해 질병 퇴치 및 예방을 실현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한국과 같은 나라들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이곳에선 당연한 듯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기본적인 위생만 잘 관리되어도 걸리지 않는 병이라는 뜻이다.


 처음 트라코마 사업을 담당했을 때의 일이다.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질병에 나는 말라위 파견 전 동네 안과를 방문했다. “의사 샘, 트라코마가 뭐에요?” 약 50대이신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답했다. “네? 저도 본적이 없어요. 들어만 봤는데. 잘 몰라요. 한국에서는 없어진 지 반백 년이 지났거든요.”


상상이나 해 본 적 있는가? 학교에 비누가 없다. 애들아 이 비누로 손 깨끗이 잘 씻으렴~


 이렇게 내가 하는 일을 말하면 대게 사람들은 “남 돕는 거 좋아하시나 봐요. 좋은 일 하시네요. 봉사활동 하시는구나.” 하고 반응한다. 나의 응답은 이렇다. “아니요. 저 남 돕는 거 단 1도 관심 없고요^^, 봉사활동은 현금 재산 한 10억 있으면 생각해 보려고요. 저는 그냥 이 요지경 같은 세상에서 변화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글/사진 김정화

인류학을 공부하며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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