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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Mar 22. 2021

보아 노바 레스토랑과 레카 스위밍 풀

알바로 시자의 건축 세계

여행 매거진 BRICKS Trip

88일간의 건축기행  #4





포르투갈에서 며칠만을 남겨둔 날. 이미 리스본과 포르투에 한 달 반을 머무르고 곧 스페인 마드리드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이제 포르투갈에서 가장 아껴둔 곳을 갈 때였다. 바로 알바로 시자가 건축한 보아 노바 레스토랑Boa Nova Restaurant이다. 88일간의 건축 답사에서 가장 많이 보러 간 곳도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이었다. 보아 노바 레스토랑은 알바로 시자가 26살에 만든, 그의 데뷔작이다.




바다 위에 걸쳐진 레스토랑


포르투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해안가 마토지뉴스Matosinhos. 이곳에 보아 노바 레스토랑이 있다. 뭉게구름이 지평선 가까이에 낮게 깔린 3월의 어느 날이었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아도 바다 위에 내리쬐는 직사광선을 직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흐린 날이라 답사하기에 적절했다. 답사의 시작은 주차장에서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는 것부터다. 입구로 올라가는 모든 계단과 벽의 재질은 희미하게 빛나는 아이보리 색이다. 마치 파도의 포말과 닮아있다. 군더더기 없이 직선적인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다 보면, 계단 위에 지평선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알바로 시자의 미니멀리즘은 대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건축이란 본질적으로 홀로 존재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지역과 맥락적 관계를 형성한다. 알바로 시자는 특히 대지의 특성을 건축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시자는 건축 설계 전, 선입견과 의도 없이 대지에 대한 정보를 수용하기 위해 직접 거주자가 되어 대지를 체험하거나, 항상 대지 가까운 곳에서 스케치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니멀리즘한 그의 건축물에 쉽게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보아 노바 레스토랑의 뒤쪽은 대지의 특성이 더 잘 살아나 있다. 레스토랑은 콘크리트 바닥 위에 ‘세워진 게’ 아니라, 암석과 돌이 요동치는 지면 위에 건물이 자연스럽게 ‘걸쳐져’ 있다. 암석이 삐죽삐죽하게 나름의 능선을 만드는 것처럼, 레스토랑의 능선도 종잡을 수 없이 삐죽빼죽이다. 높낮이가 다른 건물, 지붕과 굴뚝의 유연함……. 이 모든 게 어우러져 레스토랑과 바닷가는 하나의 곡선을 이룬다. 보아 노바 레스토랑은 바다 위에 걸쳐진, 지평선과 하나가 되는 레스토랑이다. 기후와 조수, 식물과 암석, 도로와 도시의 관계를 예리하게 고려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풍경이다.


ⓒ보아 노바 레스토랑



뷰파인더에 담기는 로맨틱한 오션뷰


계단을 밟을 때마다 시야가 달라지는 경험은 내부에서도 계속된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자리를 안내받을 때까지 대서양의 강렬한 햇빛이 나를 따라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어떤 곳에서는 햇볕이 내리쬐고, 어떤 곳에서는 은은하게 따라온다.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예측하지 못한 빛이 들어온다. 마치 카메라의 조리개 같다.



그러다 자리에 앉으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바다를 바로 마주한 레스토랑의 메인 홀은 전면 유리로 되어 멋진 오션뷰를 선사한다. 그 모습은 캔버스 같기도 하고, 카메라 뷰파인더 같기도 하다. 거대한 뷰파인더에 광활한 지평선이 담긴다. 지평선은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가상의 선, 사람이 다가가면 뒤로 물러선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평선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식사를 한다는 것은 꽤나 로맨틱한 공간 경험임에 분명하다.



미슐랭 셰프의 완성도 높은 코스 요리는 로맨틱함을 극대화한다. 나는 풀코스에 와인 페어링을 선택했다. 코스에 맞게 추천되는 와인과 음식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풀코스를 선택한 고객은 주방에서 셰프와 인사하고, 포르투 전통 술과 치즈를 시식할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에서 대서양을 보며 포르투갈의 해산물 코스를 먹을 수 있다니. 보아 노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포르투갈 건축 답사를 마무리하는 완벽한 선택이었다.




직선보다 재미있는 미로


이날 답사는 레스토랑에서 끝나지 않았다. 보아 노바 레스토랑에서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알바로 시자의 또 다른 초기작이 있다. 바로 레카 스위밍 풀Leça Swimming Pools 이다. 비록 오픈 시기가 아니라 수영을 하지 못하더라도 가보는걸 추천한다. 만족스러운 파인 다이닝을 즐긴 후 해안도로를 쭉 걸으며 산책하기에 좋다.


ⓒarchdaily


레카 스위밍 풀의 특징은 해수를 사용한 수영장이라는 것이다. 환경과 예산의 제약을 오히려 건축의 주요 요소로 활용해 암석 위에 바다 수영을 할 수 있는 수영장을 만들었다. 독특한 것은 수영장을 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지그재그의 검은 길이다.



하늘이 뚫려있는 검은 콘크리트의 길은 마치 미로 같다. 수영장에 가려면 이 미로를 거쳐야 하는데,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처음 걸을 때는 어둡다. 간간히 발아래에서 파도 소리가 들리고, 희미한 짠내가 맡아진다. 그러다 갑자기 빛이 쏟아진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닫힌 곳에서 열린 곳으로. 마침내 보이는 바닷속 수영장의 풍경은 벅찬 경험을 안겨준다. 바닷바람과 냄새가 오감으로 느껴진다. 레카 스위밍 풀은 두 지점을 연결하는데 직선이 항상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다.



알바로 시자의 두 건축물은 시각, 미각, 청각, 후각, 촉각의 총체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포르투 근교, 마토신호스에 들려 포르투갈의 바다를 오감으로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글/사진 사과집

한때 모범생 증후군과 장녀병에 걸린 ‘공채형 인간’이었으나, 퇴사 후 1년간 동남아와 유럽을 떠도는 여행자가 되었다. 한동안 캐리어 속에 우쿨렐레를 넣고 메콩강을 여행하는 노마드로 지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머물 때는 건축에 빠졌다. 삶과 사람을 예민하게 감각해 자주 소름이 돋는 피부를 갖는 것이 꿈이다. 2019년 첫 에세이 『공채형 인간』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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