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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Aug 22. 2017

럭셔리 리조트, 내 인생 최고의 사치

포시즌스 텐티드 캠프 골든 트라이앵글 타일랜드

여행 매거진 BRICKS Trip - 직딩 여행작가의 여행법 #7


 여행작가로 살다 보면 가끔은 분에 넘치는 행운과 과분한 대접을 받을 때가 있다. 나보다 훨씬 잘나신 분들 앞에서 목에 힘을 주며 내 여행 이야기를 마치 무용담처럼 털어놓을 때도 있고(대기업이나 국가 기관에서 강연을 할 경우에는 주최 측에서 차량을 보내주기도 한다!), 여행업계에서 준비한 특별한 여행에 먼저 초대를 받거나, 특가를 제공받아 여행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포시즌스 텐티드 캠프 호텔의 경우가 그랬다.



 포시즌스 텐티드 캠프 골든 트라이앵글 타일랜드Four Seasons Tented Camp Golden Triangle Thailand는 그 긴 이름을 차근차근 읽어 가다 보면 어떤 호텔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다는 거구나, 어렵지 않게 떠올려 볼 수 있다. 호텔 이름은 당연히 포시즌스. 그리고 텐트다. 지역은 트라이앵글 타일랜드. 학교에 다니던 시절 역사 시간에 배웠던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 지역에 대한 준비와 공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오로지 호텔 안에서만 즐기다 올 계획이었으므로! 하루 세 끼 식사와 액티비티, 수영과 스파, 강을 바라보며 근사한 바에서 즐기는 와인까지 모두 내가 지불한 호텔 비용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Media Rate 특가 요금 안에.


 메콩 강이 내려다보이는 대나무 숲 정글에 열여덟 채의 럭셔리 텐트로 이루어진 이곳은 말 그대로 ‘글램핑 호텔’이다. 물론 호텔에서는 글램핑보다 그 앞에 붙는 ‘럭셔리 프라이빗’이란 말을 강조하지만. 룸 내부는 고급 가죽 시트의 소파, 다양한 수공예품들로 장식되어 있고, 욕조도 있다. 샤워 시설은 야외 오픈 형이라 스릴 있게 정글 숲에서 즐길 수 있다. 룸에 딸린 널찍한 테라스에서는 라오스 산맥과 루왁 강,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갖가지 종류의 새들을 보고 즐길 수 있다. 즐긴다고 해서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른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야 했고, 텐트의 창을 통과해 오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결국 눈을 떠야 했다. 자연의 정적만이 흐르는 그 거대한 정글 한복판에서 이 모든 게 마치 나만을 위해 있는 것인 양 누리고 있었다.



 매일 저녁 해가 질 무렵이 되면, 버마 바에 칵테일이 준비되어 있었다. 일몰과 내가 하나가 되어 정글 어둠 속으로 저물어 갔고, 한지에 그려진 산수화의 풍경처럼 오직 흰 바탕과 검은 형체들만이 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해가 지는 하늘의 색이 어떻든 그저 그 순간 그곳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새삼 모든 것이 감사해지는 기분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진심으로 호사스러운 사치였다.


 술이 부족하다 싶으면 주저 없이 와인 룸으로 걸어갔다. 천장 높은 룸 하나를 가득 메운 이 방은 전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와인들로 가득 차 있고, 이 호텔의 게스트라면 누구나 마음껏 얼마든지 이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원하는 와인을 종류별로 골라 룸의 테라스에서 새벽까지 매일 와인을 마셨다. 경치에 반하고 공기에 먼저 취해서인지 평상시보다 와인을 더 마셨지만 취하거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룸을 벗어날 때가 왔다. 색다른 액티비티에 대한 열망이 생겨났다. 코끼리와의 트레킹이라,   전문 조련사들이 이끄는 코끼리를 타고 강을 건너고 숲길을 걷는 코스라고 하니 일단 이걸 선택해 보기로 한다. 코끼리 등에 앉아 강을 건너다가 코끼리가 코로 내뿜는 물 분수에 온몸이 젖어도 마냥 기분이 좋았다. 코끼리, 혹은 자연과 동화되는 과정을 겪고 나니 아무래도 낮잠은 스파에서 긴장을 풀고 난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숲속 한복판, 동물도 사람도, 그 어떤 인기척도 없을 것 같은 그런 고즈넉한 산중턱에 스파 시설이 있었다. 이런 산중턱에서라면 홀로 누워 산바람을 맞고만 있어도 절로 온몸의 근육들이 풀릴 것 같았지만 기분은 기분이고, 스파를 안 할 수는 없었다.



 주문과 동시에 쉐프가 만들어주는 유기농 코스요리를 하루 세 번 먹어볼 수 있으니, 스파에 언제까지 있어야 할지는 아주 정확하게 정해져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최상급으로만 공수해 온다는 육해공 식재료들과 호텔에서 직접 재배하나 무공해 채소들이 노곤한 시선 앞에 차례차례 놓인다. 채소밭을 구경하고 난 뒤라 오가는 접시들에 열렬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다.



 세상은 넓고 좋은 호텔은 많다. 좋음의 기준을 어느 포인트에 맞출 것인지는 물론 여행자 각자의 몫이다. 이곳은 내게 백 점 만점에 백 점 호텔이었다. 좀 더 여유롭게 즐기지 못하고 현실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짧은 일정만이 두고두고 아쉬웠을 뿐. 귀한 사람과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이곳에 가 보시길. 존중 받고 대접받는 여행이 무엇인지, 진심 어린 서비스란 말이 가능한 때가 언제인지, 머무는 매 순간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글/사진 루꼴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다.

그녀의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이 궁금하다면.

http://www.yes24.com/24/goods/37526188?scode=032&OzSra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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