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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Oct 10. 2020

내가 사랑한 'K패치 된 라틴 팝 사운드'를 소개합니다

WRITER 댕댕군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는 프로듀서 지미 유는 ‘탑100 귀’를 갖고 있다면, 안타깝게도 필자는 대중성보다는 마니아 층이 두터운 곡들만 귀신같이 골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는 ‘마이너 귀’의 보유자다. 하트를 누른 곡들 중 댓글평에 ‘이 노래 언제 떠?’라는 내용과 함께 매니악한 자신의 취향을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일상이다. 필자의 믿고 듣는 케이팝의 서브 장르 중 하나가 바로 라틴 팝 계열의 케이팝이다. 살아오면서 라틴 팝 계열의 케이팝은 남녀노소 모두가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승률 200%의 장르라고 생각했건만,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가수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명곡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소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우선 라틴 팝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라틴 팝은 세계 음악 시장 속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어느덧 메인 스트림 장르로 자리 잡았다. 라틴 음악은 서아프리카 강제 이주민과 이베리아 반도에서 온 유럽 이민자, 그리고 중남미 원주민들의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퓨전 장르다. 여기에 팝적인 요소와 영어 가사가 덧붙여지면서 ‘라틴 팝’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고,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수 증가에 따라 미국을 본거지로 활동하고자 하는 라틴 팝 아티스트들이 데뷔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리키 마틴(Ricky Martin)의 <Livin’ La Vida Loca>,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의 <Let’s Get Loud>, 샤키라(Shakira)의 <Whenever Wherever>와 같이 미국 팝 시장을 겨냥한 라틴 팝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하면서 라틴 팝 붐을 일으켰다. 


라틴 팝 붐은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위 세 곡은 2000년대 국내 예능 방송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어 이 노래!’하고 반응할 정도로, 연예인 패널들의 댄스 배틀 장면에서 꼭 등장하는 BGM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영향을 받아 홍경민의 <흔들린 우정>, 백지영의 <Dash>, 보아의 <Valenti>, 베이비복스의 <우연>처럼 라틴 팝을 접목한 한국 음악이 비슷한 시기에 발매되어 인기몰이했다.


WINGS CONCEPT PHOTO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해외 시장 내 케이팝의 입지 확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 어디서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획사들은 아시아 음악 시장을 넘어 압도적인 인구수를 자랑하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0년대 아이돌을 덕질했던 사람이라면 남미 투어를 개최한다는 기획사의 홍보 기사와 멕시코, 브라질, 칠레에서 개최된 뮤직뱅크 특집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 시기에 탱고 음악에 주로 쓰이는 반도네온이라는 악기의 연주자 고상지가 참여한 엠블랙의 <모나리자>, 라틴 댄스를 접목시킨 슈퍼주니어의 <MAMACITA>, 뭄바톤(하우스 음악과 레게톤을이 혼합된 장르)을 케이팝에 끌고 온 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과 같이 라틴 팝의 영향을 받은 케이팝이 꾸준히 발매되고 있었다. 그리고 2017년 루이스 폰시(Luis Fonsi)와 대디 양키(Daddy Yankee)의 <Despacito>가 빌보드 1위 및 역대 유튜브 조회수 1위를 달성함에 따라, 라틴 팝의 새 역사를 장식했다. 


이를 기점으로 라틴 음악이 다른 장르와 결합되어 탄생한 뭄바톤, 레게톤(최신 라틴 음악의 한 형태로, 미국의 여러 장르와 레게가 혼합된 장르) 등을 차용한 케이팝 곡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미 대중들에게 익히 잘 알려진 곡으로는 슈퍼주니어의 <Lo Siento>, NCT 127의 <Regular>, (여자)아이들의 <Senorita>, 프로듀스48의 경연곡이었던 <Rumor>, SF9의 <오솔레미오>가 그 흐름 속에 발매된 곡이다.


과거 한국의 ‘대중 가요’가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떠오르는 ‘케이팝’으로 거듭나기까지, 라틴 팝을 계승한 음악이 한국에서 꾸준히 발매되어왔기에 라틴 팝은 한국인의 흥 DNA에 깊게 새겨진 장르처럼 보인다. 하지만 놀랍게도 한동안 라틴 팝 붐이 일면서 우후죽순 쏟아져서일까, 대중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 외에는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곡들이 존재한다. 국내 대중에게 미처 알려지지는 못했으나, 반년 넘게 지속되어 오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해 실내에서 무기력하게 있을 당신의 어깨를 둠칫거리게 만들, 라틴 팝 사운드가 녹아든 케이팝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온앤오프 – <별일 아냐 (Yayaya)>

<로드 투 킹덤>이 낳은 최고의 무대 중 하나인 탱고풍 편곡의 <The 사랑하게 될 거야>가 탄생하기 이전, 작곡가 황현이 낳은 미니 3집 《WE MUST LOVE》의 수록곡 <별일 아냐>가 태초에 존재했다. <별일 아냐>는 도입부부터 바이올린 솔로가 청신경을 압도하고, 어쿠스틱한 기타 연주는 라틴 음악 특유의 처량함을 가지고 심장을 자극한다. 동시에 오토튠과 전자 사운드를 첨가해 온앤오프 특유의 SF적인 음악 세계를 담아냄으로써, 해당 곡이 수록된 앨범의 타이틀 곡인 <사랑하게 될 거야>와 음악적으로 유기성을 잇고자 했다. 


페이버릿 – <LOCA> & <또 LIE>

근래 라틴 팝 계열의 케이팝 하면 필자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룹은 페이버릿이다. 2019년 1월, BGM 격으로 음악 방송을 틀어 놓은 채 무념무상으로 핸드폰을 하던 중, <LOCA>의 도입부를 듣고 머리에 쟁반을 맞은 듯 충격을 받고 멍하니 무대를 봤던 기억이 있다. <LOCA>는 강렬한 비트가 라틴음악의 핵심 요소인 Tresillo 리듬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시에 귀를 장악하는 브라스 사운드는 라틴 팝 특유의 정열적인 분위기를 귓속에서 재현한다. 그리고 연이어 발매된 <또 LIE>는 비속어를 연상하는 제목에 당혹스러움을 자아내지만, ‘넌 또 다시 나에게 거짓말만 한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다소 아련한 내용의 곡이다. <LOCA>와는 달리 Tresillo 리듬을 기타 리프와 다소 가벼운 퍼커션 사운드를 통해 <LOCA>보다는 이지 리스닝에 가까운, 대중성 있는 라틴 팝을 선보였다.


슈퍼엠 – <Line ’Em Up>

레게톤 음악을 사랑한다면 이 곡만은 필청하길 바란다.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SM엔터테인먼트의 자본의 향이 스피커에서 새어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Tresillo의 리듬으로 시작하지만, 멤버 태용의 파트와 함께 한 마디에 정박자로 네 번 들어가는 킥 드럼이 얹어지며 레게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뎀 보우(Dem Bow) 리듬을 구성한다. 동시에 중독성 있는 피리 소리는 <Line ’Em Up>의 테마인 ‘피리 부는 사나이’로의 비유를 극대화한다. 멤버 태민, 백현, 텐의 R&B 스타일의 보컬은 라틴 팝이 주는 특유의 섹시함과 잘 어우러져 듣는 이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카드 <밤밤(Bomb Bomb)>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카드의 인기 비결은 그들의 음악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들은 ‘뭄바톤’, ‘댄스홀(자메이카 대중 음악의 한 종류로, 팝 뮤직에 큰 영향을 끼친 장르)’과 같은 중남미 음악에서 비롯된 장르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이들의 곡 중에서 어느 하나 추천하지 않을 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필자의 고막을 치고 들어온 곡은 <밤밤(Bomb Bomb)>이었다. 음원 사이트의 한 이용자는 댓글로 ‘밤밤은 파워 비트를 넘어 비트 폭격기 수준’이라고 이야기했다. 어쿠스틱한 악기처럼 들리는 사운드가 한 개 이상은 있는 위에 언급한 네 곡과는 달리, <밤밤(Bomb Bomb)> 온전히 전자음으로 구성되었다. 카드의 히트곡인 <Oh NaNa>와 <Hola Hola>와 비교했을 때는 과하게 매운 노래처럼 느껴질 수 있겠으나, 강렬하게 들어오는 비트와 멜로디는 해가 쨍쨍 내리쬐는 중남미의 해변을 생각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K패치 라틴팝의 진수를 보여준다.


에이티즈 <THANXX>

라틴 팝이 미국 음악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비(非) 히스패닉인 카디 비(Cardi B), 타이가(Tyga) 등 미국 유명 래퍼가 라틴 팝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를 하거나, 라틴풍의 힙합을 시도한 곡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에이티즈의 <THANXX>도 해외 음악 트렌드에 발맞춰 라틴풍이 기타 라인이 돋보이는 힙합 송을 선보였다. <THANXX>의 뮤직비디오는 해외 라틴 팝 뮤직비디오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특징인 쨍한 햇빛과 자연물, 그리고 화려한 색감의 이국적인 패턴 등을 활용해 곡의 분위기를 배가시키고자 했다. 번외로 에이티즈는 《TREASURE EP.EXTRA : SHIFT THE MAP (Remixx!)》라는 앨범을 통해 기존 에이티즈의 곡인 <Say My Name>과 <Promise>를 라틴풍으로 편곡한 버전을 발매하기도 했다. 국내 집시 기타 연주 1인자로 알려진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편곡에 참여해 이미 훌륭했던 원곡에 라틴 감성을 첨가하여 또 다른 느낌으로 곡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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