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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Oct 20. 2018

7월 4주차 위클리 앨범 리뷰

정세운, 아스트로, 인투잇, 카드, 라붐

1. 정세운 - ANOTHER

 작년 8월, 솔로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던 정세운의 새 앨범이다. 청하와 더불어 프로듀스 101 출신의 솔로 가수로서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준수한 기량과 음악색을 보여줬던 두 개의 프로젝트 앨범 'EVER', 'AFTER'와는 다르게 이번 'ANOTHER'는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야심보다는 수많은 갈래 길을 앞둔 시점의 차별점에 집중한 앨범이다. 훌륭한 구성의 이 앨범은 아이돌 데뷔를 앞에 두었던 보컬 멤버로는 연상하기 어려운 인디 음악으로 가득한데 특히나 멜로망스의 정동환이 작곡한 '20 something'은 부드러운 보컬의 정세운의 가능성을 충실히 선보이는 데에 집중한다. 수록곡 중에서는 'EYE 2 EYE'가 가장 귀를 잡아끄는데 마치 미국의 인디 음악을 듣는 듯한 감상을 자아낸다. 



2. 아스트로 - RISE UP

한동안 보이그룹의 곡들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트렌드를 조율하는 능력을 보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아스트로의 새 앨범 'RISE UP'은 그룹의 브랜드 서사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앨범에 가깝다. 장성하게 올라선 같은 세대의 보이그룹에 비해 아스트로는 탄탄한 시그니처가 다소 아쉬운 그룹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 메이킹에 공을 들였던 초창기에 비해 점차 성숙미의 소울을  흡수하고 있는 모습인데 아직은 온전히 자리잡지 못한 혼란스러움이 엿보이는 편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인 '너잖아' 역시 퓨처 베이스의 트랙이지만 뻔한 구성과 평범한 사운드로 한 발 한 발이 중요한 시점에서 이와 같은 기획을 선보인 이유를 궁금케한다. 



3. 인투잇 - INTO THE NIGHT FEVER

인투잇의 노래를 들어본 건 처음인데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Sorry for my English'는 8090 미국의 디스코음악에 케이팝스러운 요소를 더해 만든 노래 같다. 이전 활동곡인 'snapshot'만 봐도 상당히 직관적인 스타일링을 지향하는 그룹으로 빅스에 이어 컨셉돌 타이틀에 도전하는 것 같은 인상도 있다. 앨범 설명에도 있듯이 디스코에 대한 '재해석'과 '퓨전'이 완성도의 척도가 될듯한데 이를 위한 방식에는 약간 의구심이 드는 편. '곤니찌와 니하오'로 시작하는 도입과 이후 알 수 없는 단어들로 조합된 가사들이 등장하는 맥락이 케이팝스러운 친근함을 유도한 선택이라면 단연 실패다. 'Sorry for my english'가 반복되는 코러스 역시 올드스쿨을 의식해 재현한 작법일테지만 디스코의 쿵짝이는 리듬감에 더해져 단조로운 수준에만 머문다. 펑키 바이브로 주목받은 모모랜드의 '뿜뿜'을 의식했다면 옛 것과 레트로의 배율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만 했다.



4. 카드 - KARD 3rd Mini Album `RIDE ON THE WIND'

역시나 까리한 음악을 들고 온 카드(KARD)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아티스트인 만큼 이번에도 바다 건너온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음악을 들고왔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 이들의 음악이 갖는 기시감은 상당히 큰 편이지만 아직까지는 혼성 그룹이라는 지점이 꽤나 유효한 호흡기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카드는 소화하는 음악에 대한 센스의 코어가 상당히 잘 잡혀 있어서 이로부터 나오는 시니컬한 여유가 음악적으로 점도 높은 흡인력을 만드는데 훌륭했던 'Oh NaNa'와 'Don't Recall'에 비해 갈수록 매력도가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카드의 세 번째 미니 앨범인 'Ride on the wind'는 보컬의 힘을 줄이고 사운드에 집중해 듣기 좋은 여름 음악으로 나쁘지 않은 곡이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카드의 어느 지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감정적인 호소가 가미되었던 'YOU & ME'보다 프로덕션의 무게를 낮추면서 'HOLA HOLA'의 대중성을 연상시키는 일종의 회귀를 선택했지만 과연 이외의 선택이 없었나에 대한 의문은 생긴다. 프리 데뷔부터 놀라운 성과와 음악성을 보여줬던 만큼 아쉬움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5. 라붐 - BETWEEN US


타이틀곡 '체온'을 들으면 명확하게 연상되는 곡이 있다. 지금의 걸스데이를 있게 했던 'Something'과 리듬부터 분위기까지 유사한 포인트가 많은데 '썸띵'이 2014년도 노래임을 고려했을 때 확실히 철 지난 감성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다만 단순히 올드하다고 치부해 넘기기 어려운 건 라붐의 곡들이 대부분 살짝 과거의 히트곡 감성을 변주하는 식의 그룹이라는 점이다. '상상 더하기'나 '두바둡'이 평이한 공식으로 메이킹한 곡이라면 '휘휘'나 '푱푱'과 같은 곡은 조금 더 캐치한 요소들을 더해 변주했다는 정도의 차이다. 멤버인 율희가 탈퇴하고 지엔이 유니티로 활동하고 있는 다소 혼란스러운 시점에서 이들은 일종의 이미지 변신을 해야했고 가장 무난한 관능미를 선택했다. 라붐의 곡답게 귀에 착착 감기는 스무스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지만 얄궂은 퍼포먼스로 이뤄진 초창기 키취함을 좋아했던 팬으로서 옛 모습이 그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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