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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Jan 27. 2021

상장기업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빅히트'칠 수 있을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에 대한 쉽고 간단한 해설: 10문 10답

WRITER 정라리

 일찍이 K-POP 산업의 질서는 '3대 기획사'라고 불리는 YG, SM, JYP엔터테인먼트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이 공고한 삼분지계의 형국에 균열을 일으킬 신흥 세력이 등장하게 되니, 그것이 바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이다.


 JYP 프로듀서 출신인 방시혁이 홀로서기를 하며 설립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어떤 소년들의 등장 이전까지는 혼성 보컬 그룹 8eight(에이트)와 걸그룹 GLAM(글램) 두 팀만을 런칭한 중소 규모의 기획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3년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신인 보이그룹이 가요계에 발을 내딛으며 모든 운명은 바뀌었다. 방탄소년단은 점차 인지도를 획득하며 천천히 팬덤을 넓혀 나가기 시작했고, 2016년 발매된 [WINGS] 앨범을 기점으로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차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빌보드 메인 차트를 무대로 하게 되는 명실상부한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전세계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인기에 힘입어 빅히트 역시 상장엔터3사(YG, SM, JYP)를 가볍게 웃도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최정상 엔터사의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여자친구가 소속된 쏘스뮤직과 세븐틴, 뉴이스트 등이 소속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빅히트 레이블로 편입해 오며 거대한 규모의 공룡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 오피니언뉴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명실공히 K-POP 산업의 새로운 패권을 거머쥔 빅히트의 다음 행보는 코스피 상장이었다. 2020년 5월 28일 빅히트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였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기획사인 만큼 대중, 언론, 증권가 모두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동년 10월 15일 정식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다. 12세의 아미(방탄소년단의 팬덤을 이르는 호칭) 소녀가 부모에게 '방탄소년단의 굿즈(goods)로 빅히트 주식을 사 달라'고 졸랐다는 이색 뉴스도 등장했을 정도로 증권시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 역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빅히트의 행보에 주목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자연스레 다양한 질문이 생겨나게 되었다. '상장이 뭐지? 좋은 거야?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혼란스러울 '주린이' 들을 위하여 빅히트의 상장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쉽고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해 드리는 기획을 준비했다.


* 이 글은 금융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와의 대담과 자문, 검수를 통해 작성된 글이며, 증권시장에 대한 주관적인 견해와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 조선일보


1. 코스피 상장이란 무슨 의미인가요?


상장이란 한국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는 종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일컫는다. 상장을 하지 않으면 그 회사의 주식을 극소수의 사람들만 거래할 수 있지만 상장기업이라면 그 기업의 주식을 누구나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증권시장에 상장을 하게 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거래에 참여하게 되므로 그 회사의 공정한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상장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빅히트의 주식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방탄소년단과 빅히트가 성공하게 되면 그들만의 성공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이제 그들의 성공을 투자자들이 나누어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빅히트 주식을 '굿즈'로 산다는 것이 아예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아미들이 단순히 기뻐하고 마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이익을 얻게 되므로 단순한 팬과 아티스트의 단방향적인 관계를 넘어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므로 충분히 가치 있는 굿즈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2. 빅히트는 왜 증권시장에 상장을 한 건가요?


보통 기업들이 증권시장에 상장을 하는 것은 장기투자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며, 증자를 통해 언제라도 적은 비용으로 추가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 빅히트의 엔터 사업이 더 이상 로컬 산업에서 머무르지 않고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상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3. 업계에서 빅히트에게 이렇게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뭔가요?


대한민국이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는 사업 분야나 제품은 대표적으로 반도체나 핸드폰 등이 있다. 그리고 이제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그 주인공인 방탄소년단은 기념비적인 빌보드 메인 차트 1위를 달성했고, 이를 통해 자신들이 세계 시장에서 최정상의 위치에 올랐음을 입증하였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분야가 얼마나 적은지 생각해 보면, 업계에서 이 성과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빅히트의 성과는 엔터 산업이 국외 확장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권을 장악하며 시장을 개척해 놓은 타 기획사의 선배 아이돌들로부터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 시장인 서구권(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까지 공략해 냈다는 점에서 타 기획사들과 빅히트가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


ⓒ 연합뉴스


4. 빅히트가 증권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인가요?


상장 직후인 2020년 10월 20일 당시 기준으로 빅히트의 시가총액 규모는 42위였는데, 비슷한 순위에 위치해 있던 기업들을 살펴보면 43위가 기업은행, 44위가 KT, 45위가 CJ제일제당이다. 이 정도 규모의 기업들과 빅히트가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가받은 것이다. 대중의 인식과는 달리 빅히트는 훨씬 더 거대한 기업이다. 


이처럼 빅히트가 증권시장에 상장을 해서 시가총액 규모 50위 안에 안착했다는 사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전통적인 금융 산업이나 IT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으로 평가받았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로컬 산업으로만 평가되던 엔터 산업이 이제는 무한에 가까운 확장 가능성이 보장되는 글로벌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5. 빅히트의 잠재적인 경쟁사 혹은 경쟁 산업은 무엇이 될까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엔터사의 경쟁사는 동종업계의 타 엔터사가 아니다. K-POP이 더 이상 한정적인 파이 내에서 여러 회사가 경쟁하는 로컬 산업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더 이상 한 그룹의 인기가 많아진다고 해서 다른 그룹의 인기가 그만큼 내려간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제 K-POP은 세계 음악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산업이 되었고 잠재적 고객은 무궁무진하다. K-POP의 위상이 높아질 수록 K-POP 아티스트들의 위치는 동반 상승할 것이니 빅히트의 경쟁사를 YG, SM, JYP 등 다른 엔터사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빅히트의 고민은 자신의 컨텐츠를 전세계로 알릴 플랫폼일 것이다. 빅히트는 신생기획사 시절 전통적인 주류 플랫폼인 방송매체의 홀대로 방탄소년단을 알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그때 돌파구로 찾은 유튜브, 브이앱 등의 서브 플랫폼은 당시에는 궁여지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온라인 시대로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이처럼 앞으로 어떤 플랫폼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엔터 업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카카오가 그러하였듯, 이용자 수가 많은 플랫폼은 사업 기회가 많아진다. 빅히트는 이 점을 간파하고 거대한 팬덤을 지닌 방탄소년단을 통해 위버스(Weverse)라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했다. 그 결과, 현재 가입자는 무려 1347만 명에 이른다. 이렇게 다수의 충성스러운 사용자가 확실히 보장된 플랫폼을 구축하면 더 이상 방송국과 같은 타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생겨난다. 정확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방시혁 대표가 빅히트를 단순한 엔터사가 아니라 IT기업이라고 소개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6. 상장 후 '거품이 꺼졌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차지했음에도 끊이지 않는 주가 하락세 때문에 혹자는 빅히트에 대한 주식시장의 기대가 완전한 오류였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세계를 뒤덮은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해 예전과 같은 공연 및 투어가 불가능해 매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주가 하락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또한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곧 상품인 엔터주 특징상 상대적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불안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오르내림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하락세 탓으로 빅히트의 미래까지 어둡게 전망하기에는 그 근거가 충분치 않다. 


7. 왜 자꾸 다른 기획사들을 인수하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상장기업은 기업의 영속성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빅히트의 가장 큰 히트 상품인 방탄소년단이라는 브랜드 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약속할 수 없다. 계속 새롭게 1위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갤럭시 핸드폰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쏟아내듯 말이다. 빅히트도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엔하이픈 같은 신인 그룹들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인 그룹들은 아직 성장주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래의 성공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세븐틴이나 여자친구처럼 '이미 완성된' 제품을 데려오는 것이다. 즉 플레디스나 쏘스뮤직 등 다른 기획사를 계속 인수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매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상장 조건을 만족하기 때문에 그 포트폴리오를 마련하기 위한 리스크헤징(risk-hedging, 위험제거전략)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 코리아해럴드


8. 빅히트의 향후 전망은 어떠한가요? 


무엇이든 어떤 사업의 향후 전망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허나 앞서 언급한 바 있듯 지금 일시적으로 주가가 낮아진다고 해서 빅히트의 미래를 마냥 비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로 인해 방탄소년단이 온전히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현 시점이 빅히트의 최고 주가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2020년의 악조건 속에서도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팬덤을 더욱 키워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 코로나만 종식된다면 반등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투어의 재개 여부, TXT나 엔하이픈의 성장 추이 등에 주목해 보자.


9. 빅히트 같은 기업이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영원할 것만 같던 3대 기획사의 아성이 무너졌듯, 결코 영원한 1위는 없다. 당연히 빅히트 같은 기업이 언젠가 또다시 출현할 것이고 업계 1위의 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다. 어떻게 이보다 더 성공한 엔터사가 나오겠나 싶겠지만, 한국인이 빌보드 1위와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쥐는 시점에서 이미 불가능이란 단어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K-POP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고 세계 문화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미래 경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로서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이미 입증된 K-POP 시장의 확장 한계를 쉽사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10. 빅히트는 앞으로 무슨 활동들을 해 나갈까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일지 모르지만, 빅히트의 향후 과제는 방탄소년단이라는 브랜드를 오랫동안 유지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 등 방탄소년단 IP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방탄소년단의 후속 주자 역시 찾아야 하는데, 1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한 위버스라는 플랫폼을 보유한 이상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후계자를 키워낼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상장 과정을 거쳐 빅히트는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언어 교육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주)빅히트에듀를 설립하는 등 단순한 엔터사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 KBS NEWS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디까지나 베이스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이 단순한 인기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 데에는 대중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빼어난 성취를 이룬 음악의 역할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전세계인이 '아미'가 된 이유도 바로 언어와 국경을 초월하는 음악의 힘에 있다. 즉 방탄소년단과 빅히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모토는 결국 '돌고 돌아서 결론은 음악'이다. 본질을 잊지 않고 초심을 지켜 나간다면 빅히트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향후 다양한 사업으로 인해 얻은 수익을 허투루 쓰지 않고 탄탄한 음악과 프로듀싱, 그리고 아티스트 케어에 투자하는 뚝심 있는 행보를 보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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