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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Oct 21. 2022

엔믹스와 믹스팝

아이돌 시장의 ‘빅 웨이브’가 될 수 있을까

*WRITER. 어니언씨

‘엔믹스 체인지 업’ 엔믹스 ‘DICE’의 노래 가사다. 멤버 지니를 필두로 하는 이 가사가 나오기 시작하면 가사처럼 곡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그렇다. 오늘은 아이돌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시도를 하는 엔믹스와 그들의 믹스팝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다.


그래서 믹스팝이 뭔데?


흑백 영화에 나올 것만 같은 재즈 연주,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주는 몽환적인 트랩 비트, 팝 멜로디… 엔믹스가 지난 9월 19일 낸 ‘DICE’에 섞인 다양한 음악 장르들이다. 변화무쌍한 리듬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따라가다 보면 3분가량의 음악은 어느새 끝나있다. 데뷔곡인 ‘O.O’ 또한 마찬가지로 베일리 펑크와 틴에이지 팝 락 장르를 넘나드는 믹스팝 장르의 노래이다. 이렇게 엔믹스는 두 개 이상의 장르를 섞은 ‘믹스팝’을 주장르로 내세운다.

출처: 엔믹스 'DICE' 뮤직비디오

아이돌 시장에서 믹스팝을 선보인 것은 엔믹스가 처음은 아니다. 믹스팝으로 가장 유명한 아이돌 노래를 뽑으라 하면 아마 소녀시대의 ‘I GOT A BOY’라 답해야 하지 않을까. ‘I GOT A BOY’는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클래식과 모던 R&B, 1980년대 풍 뉴웨이브 등 다양한 장르가 섞인 곡으로 소녀시대가 시도했던 가장 실험적인 곡이자 가장 호불호가 갈렸던 곡이다. 하지만, 이런 ‘I GOT A BOY’조차 엔믹스에 비하면 대중적이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엔믹스의 믹스팝은 대중들의 반응을 쉽게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실험이자 성장


이렇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장르를 엔믹스의 대표적인 색으로 밀면서 실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엔믹스의 소속사 JYP 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명가’라고 불릴 정도로 걸출한 그룹들을 배출하며 대중적인 노래들을 선보여왔기에 엔믹스의 실험은 더더욱 의아하게 느껴진다. 이에 대한 이유는 선배 그룹 ‘ITZY’를 생각하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 JYP

ITZY에게 데뷔곡 ‘달라달라’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폭발적인 데뷔 이후 ‘달라달라’와 유사하게 ‘당당한 나’를 자랑하는 ‘ICY’와 ‘WANNABE’를 발매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다음 앨범부터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러한 반응을 인식한 것인지 ‘WANNABE’ 이후 들고 온 ‘마.피.아. IN THE MORNING’와 ‘LOCO’는 ‘달라달라’나 ‘ICY’의 통통 튀는 밝은 비트와 달리 무거운 베이스와 빠른 비트를 사용해 전 곡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무색하게 발매 이후 데뷔 시절의 ITZY가 보고 싶다는 평을 받으며 끊임없이 ‘달라달라’와 비교당한다. 특히 ‘마.피.아. IN THE MORNING’은 ITZY의 정체성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시도라는 평을 들으며 대중들의 외면을 받는다. 색다름을 원한다길래 들고 왔더니 이건 아니라며 돌려보내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JYP 엔터테인먼트는 엔믹스의 데뷔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엔믹스의 실험은 철저한 분석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멤버들의 능력과 매력을 최대로 보여주면서 단계적인 성장에 집중한 것이다.


엔믹스가 일으킬 빅 웨이브


앞에서도 계속해서 이야기했듯 엔믹스의 노래는 호불호가 갈린다. ‘O.O’로 데뷔했을 때는 ‘난해하다’는 평가를, ‘DICE’로 컴백했을 때는 ‘이런 노래 부르려고 데뷔 한 건 아닐텐데’라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집중할 점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리고 빠른 시간 내에 믹스팝의 매력에 빠졌다는 점이다. 데뷔 초 아이돌 시장에서 자주 보이지 않던 낯선 장르에 거리감을 느끼던 대중들도 ‘DICE’에 와서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보내기 시작한다. “딱 다섯 번만 들어보세요, 중독될 테니까”라며 자신감 있게 말한 멤버 설윤의 말이 사실이 된 것이다. 물론 불호의 목소리가 완전히 작아진 것은 아니지만, 데뷔 후 첫 컴백으로 이룬 성과라는 걸 고려한다면 성공적인 실험 결과이다.


이러한 변화는 노래의, 멤버 각각의 능력치는 물론 숏폼이나 자체 콘텐츠 등으로 보여준 매력적인 이미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O.O'가 엔믹스표 믹스팝 장르가 무엇인지 확고하게 각인시키겠다는 듯 작정하고 과감한 믹스를 선보였다면 'DICE’는 본격 서사에 돌입한 세계관에 걸맞게 보다 극적이고, 격정적인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 편의 서커스의 막을 올리는 듯한 화려한 재즈 사운드의 인트로에 이어, 곧바로 강렬한 트랩, 힙합 비트가 이어져 몰입도를 높인다. 격정적인 전개의 후렴구를 지나 믹스 구간 진입 전후의 전개 또한 ‘O.O’의 변화 구간보다 한결 유려하게 느껴진다.


“7보컬, 7댄스, 7비주얼 멤버로 구성된 7-7-7 전원 에이스 그룹”이라고 소개한 JYP 엔터테인먼트의 말처럼 엔믹스 멤버들은 트와이스 이후 이를 갈고 나왔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실력 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다. ‘천년돌’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비주얼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DICE’에서 4단 고음을 보여주는 설윤, 막내임에도 완벽한 실력을 갖춘 규진, 슈퍼스타케이 출신의 메인보컬 릴리. 적지는 않았지만, 지우, 베이, 해원, 지니 모두 ‘7-7-7 에이스 그룹’ 답게 4세대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을 자랑한다. 특히 여러 커뮤니티에 칭찬의 글이 꾸준하게 올라올 정도로 많은 사람이 놀랐던 2022년 드림콘서트 라이브는 엔믹스의 실력을 완벽하게 입증해낸다.

출처 : TV리포트

또한, 자체 콘텐츠나 숏폼을 통해 보여주는 엔믹스 멤버들의 즐겁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대중들로 하여금 그들의 음악에 관심을 끌게 만드는 부분이다. 해원의 ‘사람이 어떻게 농담곰’과 ‘세븐틴 부승관을 이을 K-POP 고인물’, 규진의 ‘빅 웨이브, 피하지방’, ‘맑은 눈의 광인’ 베이, 청순한 이미지와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여자’ 설윤, ‘아방수’ 지니 등 일곱 멤버 모두 각기 다른 무한 가지 매력을 지니고 있다던 해원의 말처럼, 첫인상과는 다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멤버들의 모습에 대중들은 환호한다.

출처 : 유튜브 채널 '또 오해원'(왼), 엔믹스 유튜브 채널(오)

여기가 바로 엔믹스가 늘 숙제처럼 따라붙던 ‘대중성’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나아갈 방향이다. 추구하는 믹스팝은 유지하되, 더 좋은 음악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멤버 각각의 능력과 매력을 기반으로 그룹의 파이를 키워가야 한다. 어느 가요 기획자 관계자는 “JYP 엔터테인먼트 역시 가요계를 이끄는 대형 기획사로서 ‘무리한 실험’보다는 ‘대중의 기호’에 초점을 맞춰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대중의 기호가 반드시 정답인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ITZY’는 대중이 원하는 반응을 맞춰 가다가 잠시 길을 잃은 경우이기도 하다. 아이돌 시장, 특히 걸그룹 시장에서 엔믹스 그리고 그들의 추구하는 믹스팝과 같은 실험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아직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그룹의 대열에 끼기에는 무리가 있는 엔믹스지만,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하고 실험을 이어간다면 성장은 계속될 것이며 아이돌 시장의 ‘빅 웨이브’를 가져올 그룹이 되리라 생각한다.


참고
[1] “실험에도 계획이 있다” 엔믹스, 脫 JYP의 서막 | 디스패치 | 뉴스는 팩트다! - https://www.dispatch.co.kr/2190788#_DYAD
[2] [Y초점] 엔믹스(NMIXX), 실력엔 의심 無…난해한 콘텐츠는 숙제 | YTN - https://www.ytn.co.kr/_sn/0117_202203071800013163#return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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