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어니언씨
최근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장르를 넓히고 있는 아이돌이 늘어났다. 수록곡은 물론 타이틀곡 혹은 앨범 전체를 록 장르로 채워 넣는 아이돌이 나오면서 K-POP 아이돌은 음악적 변신은 물론 대중의 반응까지 끌어내며 스펙트럼을 넓히는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WOODZ, 아이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라는 세 아티스트를 소개하며 이들이 펼쳐 나가는 록과 추천곡을 소개하려 한다.
WOODZ의 [COLORFUL TRAUMA]
앨범마다 프로듀싱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구축해 나가는 WOODZ는 [COLORFUL TRAUMA]를 통해 록 장르에 도전한다. 앨범 안에서 하드 록, 얼터너티브 록, 팝 펑크 등 다양한 록을 선보인 WOODZ는 쇼케이스 자리에서 록 장르를 선보인 이유에 대해 “밴드 사운드를 좋아했고 공연을 하며 세션에 매력을 느꼈다. 최근, 에이블리 라빈, YB, 체리필터 음악에 매료돼 영감을 많이 받았다”라고 전한다.
[COLORFUL TRAUMA]의 하이라이트 메들리가 나온 날, 트위터에는 ‘롹스타의 귀환’, ‘베이비 롹스타’ 등 뜨거운 반응의 트윗들이 쏟아진다. 팬들의 흔한 주접인 줄 알았던 트윗은 록 팬들의 칭찬까지 얻으며 [COLORFUL TRAUMA]는 많은 기대 속에서 발매된다. 특히 ‘무슨 아이돌이 록페스티벌에 나오냐’라는 반응이 나오던 부산록페스티벌에 참가할 때는 기대 없던 반응을 모두 깨고 ‘외계인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를 찢는 아티스트’라는 평을 받으며 WOODZ는 성공적으로 록 시장에 발을 들인다.
에디터의 [COLORFUL TRAUMA] 속 추천곡은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Dirt on my leather’이다. 곡의 장르는 ‘Hard rock, Blues rock’ 즉 정통파 록이다. 앨범의 정체성 그 자체인 노래로 강렬한 일렉 기타 사운드와 샤우팅으로 시작돼 ‘두려움 따윈 뚫고 지나가자. 내 가죽 재킷에 묻은 먼지 털털 듯’라는 곡 설명처럼 거침이 없다. 하드 록의 특성상 평범한 실력으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장르이지만, WOODZ는 소화해낸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장르를 시도하는 만큼 첫 번째 트랙에서 ‘나 이런 노래 할 정도로 실력 있고, 뒷 트랙부터 나의 음악을 보여줄게’라고 말하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록 음악은 무대를 봐야 진가가 드러나는 법. 세팅되지 않은 푸스스한 머리, 누구보다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Dirt on my leather’ 무대 직캠을 살포시 두고 간다.
https://www.youtube.com/watch?v=cJ8MGd2_xwI
아이들의 [I NEVER DIE]
반항적이고 당당한 콘셉트를 내세운 ‘TOMBOY’는 거친 일렉 기타 소리와 중독성 있는 훅으로 강렬한 느낌을 준다. ‘TOMBOY’의 장르이자 록 음악 부활에 한 축을 담당하는 중인 얼터너티브 록은 기존 헤비메탈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대안적 장르로 솔직함과 불안함을 노래함과 동시에 직설적이고 저항적이다. “디즈니 아역 스타가 죽어가는 장르의 희망이 되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근 10년 만에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록 음악인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good 4 you’는 ‘잘됐네, 나 없이도 잘 지내는 거 같아서. 이 미친 소시오패스야’라고 외치며 여과 없이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TOMBOY’ 또한 ‘넌 못 감당해 날’로 시작해 ‘미친년’까지 나오며 세상이 정의한 여성성에 갇히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편견에 맞서 싸우는 저돌적인 반항 정신을 드러낸다.
[I NEVER DIE]는 1년이 넘는 긴 공백기 이후의 완벽한 컴백이었을 뿐만 아니라 2022년 록 음악 시장의 짜릿한 한방이기도 하다. 이전부터 록과 아이돌의 만남은 많았으나, [I NEVER DIE]의 타이틀곡 ‘TOMBOY’처럼 직관적으로 대중의 인식에 깊이 침투한 적은 없다. ‘I NEVER DIE’라는 앨범 제목은 아이들의 극복 서사를 관통함과 동시에 ‘ROCK NEVER DIE’를 나타내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추천곡은 [I NEVER DIE]의 ‘말리지 마’이다. 에이블리 라빈의 팝 펑크 노래를 좋아한다면 듣자마자 심장이 떨릴 곡이다. 강한 밴드 사운드를 바탕으로 아이들만의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살고 싶은 대로 살 거다. 후회도 내 몫이다’라는 곡 소개 문장은 ‘말리지 마’를 관통하는 메시지이자 [I NEVER DIE]을 통해 대중에게 한 번 더 말하고 싶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펑키 스타일의 ‘헤메코’와 함께 록 하면 빠질 수 없는 핸드 마이크를 함께 볼 수 있는 라이브 클립은 속절없이 아이들과 ‘말리지 마’라는 노래에 빠져들게 만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SuMnpTc8zoU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Happy Death Day]와 [Hello, world]
JYP 하면 뭐다? 바로 ‘공기 반 소리 반’이다. JYP의 아티스트들은 ‘공기 반 소리 반’으로 불리는 담백한 창법을 고수하며 소속사만의 색채를 굳힌다. 일반 리스너들도 즐겨 부를만한 대중성을 갖춘 곡들 또한, JYP 고유의 이미지일 것이다. 미스에이, 2PM, 트와이스, JYP에서 처음으로 런칭한 밴드인 데이식스까지 그룹마다 고유의 컨셉은 다르지만, JYP의 음악적 범주 내에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해 데뷔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앞에서 말한 JYP 표 아티스트에 대한 통념이자 편견을 완전히 깨트린다.
데뷔 쇼케이스 당시 기존 밴드와의 차별점으로 ‘다크하고 강렬한 콘셉트’를 꼽으며 솔직하고 당당한 표현을 예고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호러틱을 베이스로 날카롭고 기묘한 분위기의 ‘Happy Death Day’을 선보인다. ‘트랄랄랄랄랄라랄라라 하하’라는 찢어지는 듯한 기괴한 도입부로 시작하는 곡은 몽환적인 구간을 지나 바로 강렬한 후반부로 직진한다. 절규라고 말할 정도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보컬과 무대는 그 동안의 K-POP 밴드들과 확실히 다르다. 과거 K-POP 밴드들이 선보인 모던록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기괴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곡이지만, 낯섦을 통해 파생되는 신선함이 자꾸만 시선을 사로잡는다.
에디터의 추천곡은 [Hello, world]의 ‘Strawberry Cake’이다. [Hello, world] 앨범 중 가장 강렬한 힘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운드를 바탕으로 곡이 전개된다. 록은 비판과 풍자를 바탕으로 하는 장르라고 말할 수 있는데 ‘Strawberry Cake’ 또한 마찬가지이다. 멋대로 평가하고 가르치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꼭두각시처럼 만들지 말라고 외치는 ‘Strawberry Cake’는 오랜만에 아이돌에게서 진짜 록의 향기를 느끼게 만든다. 앞에서 말했듯 록은 라이브 무대를 봐야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록하면 떠오르는 헤어 스타일이 무엇일까? 바로 장발이다. 그래서 멤버 주연의 직캠을 두고 간다. 덕후라면 단정한 착장과 록의 조합에 반드시 빠지게 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O72gzshgSU
1020 사이에서는 기성세대와 자신을 구분 지으며 새로운 가치를 강조하는 아티스트들이 인기를 끈다. 10년간 힙합이 구분 짓는 역할을 했다면 최근은 록이 그 역할을 하는 중이다. 이러한 추세에 K-POP 아이돌은 떠오르는 록 시장에 불을 지피는 존재이다. 록 장르 덕후로서 더 많은 아이돌의 록 음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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