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노아
케이팝 팬들에게 더보이즈를 봤을 때 떠오르는 키워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아마 대부분은 ‘퍼포먼스’라는 키워드를 떠올릴 것이다. 더보이즈는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로드 투 킹덤>과 <킹덤>에서 파워풀하고 독창적인 퍼포먼스를 특징으로 한 무대를 펼치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단숨에 4세대 대표 남자 아이돌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더보이즈 역시도 그간 자신들의 강점을 ‘퍼포먼스’로 꼽아왔고, 지난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는 베스트 퍼포먼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무대 위에서의 멋있는 모습도 덕후들의 입덕을 유발하기에는 충분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퍼포먼스를 보고 한번 향한 눈길을 단번에 잡아 끌어서 코어 팬으로 만드는 데에는 또 다른 매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보이즈가 다른 그룹과 차별화될 수 있는, 그들만의 ‘또 다른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무대에서 벗어난, 새롭고 솔직한 모습을 담아낸 영상물이다. 오늘은 더보이즈가 지난 5년 동안 공개한 영상 컨텐츠 중 프로필 필름, 아이덴티티 필름, 그리고 트레일러 필름 세 가지를 소개하여 무엇이 더보이즈를 특별한 ‘단 하나의 소년’으로 만들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더보이즈(THE BOYZ) X DAZED PROFILE FILM’은 더보이즈가 공식적으로 데뷔하기 전, 국내 패션&컬쳐 매거진 ‘데이즈드&컨퓨즈드 코리아’와의 협업으로 진행한 데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필 필름은 더보이즈의 첫번째 공식 영상인 만큼, 그 어떤 영상보다도 그룹의 정체성과 포부를 가장 잘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아트 디렉팅을 맡은 데이즈드 이현범 편집장은 “첫째, 무엇보다 신선할 것. 둘째, ‘소년다운 美’를 강조할 것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4일에 걸쳐 공개된 12개의 프로필 필름은, 멤버들이 지닌 각각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처음 연예계에 발을 내딛는 이들과 대중을 이어주는 매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소년들의 앳된 모습은 아직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어딘가 어색하고 투박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어색함은 모두 때묻지 않은 소년미라는 이름으로 수렴된다. 자칫하면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습조차도, 그들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처럼 작용하며 그룹의 정체성인 ‘소년’을 오히려 확고하게 해주는 요소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GENERATION Z
2020년, 더보이즈가 데뷔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난 해다. <로드 투 킹덤>에 출연하며 한창 화제성을 올리고 있던 그때, 더보이즈는 기습적으로 하나의 영상을 공개한다. 이름은 ‘GENERATION Z’. Z세대로서 더보이즈가 갖는 감성을 가감없이 보여준 아이덴티티 필름이다. ‘GENERATION Z’는 멤버들 개개인의 속마음이 담긴 인터뷰 영상 11개와, 그 인터뷰를 기반으로 설정된 콘셉트 11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필름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3분 남짓의 영상에서 펼쳐지는 멤버들의 다양한 변신은 나레이션으로 깔리는 멤버들의 인터뷰와 어우러져 그들의 개성과 솔직함을 부담 없이 대중에게 전한다.
이 영상은 공개된 직후 케이팝 계에 하나의 파란을 일으켰다 해도 과언이 없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특히, 맨 처음 등장하는 노란색 람보르기니를 탄 주연의 모습은 과장을 조금 보태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더보이즈는 이 영상에서 마치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듯 보다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자유롭게 드러낸다. 이를 통해 화려한 퍼포먼스로 그룹 전체에게 쏟아지던 하나의 스포트라이트는 다시 11개로 나뉘었고, 멤버 개개인의 이미지는 대중들에게 뚜렷하게 각인되었다.
BE YOUR OWN KING
그리고 1년 뒤, 브랜드 필름 ‘BE YOUR OWN KING’이 또 한 번 기습적으로 공개된다. ‘BE YOUR OWN KING’은 더보이즈가 갖던 기존의 이미지를 반대로 뒤집은 리브랜드 필름이다. ‘GENERATION Z’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컨셉이라는 점에서 두 영상을 비교해보는 묘미도 있다. 기획을 맡은 노상윤 감독은 “아이돌이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되면 소모되기 쉽”다며, “그들의 다른 모습을 찾아 입체적 인간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기획 의도를 이후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멤버 각각의 영상이 시작될 때마다 등장하는, ‘MAKE YOUR OWN’ 뒤에 이어지는 ‘AIR’, ‘STEREOTYPE’, ‘STAGE’ 등의 단어는 그 멤버를 상징하는 키워드이다. 11명은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각자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며 ‘GENERATION Z’에서 고정되었던 이미지를 깨부수고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을 스스로 넓혀간다. ‘많은 이들이 타인이 많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고 또 재단하며, 뚜렷한 실체 없는 정답과 인정을 쫓는 오늘날 더보이즈는 틀을 깨고 스스로의 방식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라는 하우스오브 프로덕션 팀의 코멘트를 함께 보면, ‘BE YOUR OWN KING’은 단순히 보는 사람들을 위한 컨텐츠를 넘어, 더보이즈라는 그룹 자체가 한계를 넘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컨텐츠라는 느낌까지 든다.
THE STEALER’S TRICKS
THRILL RIDE ANNOUNCEMENT
이와 같은 더보이즈만의 색깔을 담은 영상들은 단순히 오프 더 레코드의 컨텐츠로만 그치지 않고, 앨범 프로모션에도 활용되었다. 많은 트레일러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2020년 9월 발매된 미니 5집 <CHASE>의 트레일러 ‘THE STEALER’S TRICKS’와 2021년 8월 발매된 미니 6집 <THRILL-ING>의 트레일러 ‘THRILL RIDE ANNOUNCEMENT’가 대표적이다. ‘THE STEALER’S TRICKS’는 ‘당신의 마음을 훔친 열한 명의 도둑이 나타났다’라는 앨범 컨셉에 알맞게 멤버 각각이 사람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사용하는 신비한 트릭을 가지고 있다는 스토리를 담은 영상이다. 또, ‘THRILL RIDE ANNOUNCEMENT’는 ‘THRILL RIDE’라는 타이틀곡의 제목에 맞추어 팬들을 ‘스릴 라이드’라는 이름의 놀이기구를 타는 승객으로 전제하고 이들에게 놀이기구 탑승법을 안내하는 컨셉의 영상이다.
이러한 트레일러 영상은 모두 1분 30초 내외의 짧은 분량으로, 팬이 아닌 사람들도 가볍게 보고 넘어가기에 무리가 없어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는다. 또한, 단순히 뮤직비디오의 일부만을 선공개하던 기존의 티저 영상과는 달리, 신박한 형식으로 앨범의 컨셉에 대한 몰입도를 높임으로써 별다른 세계관 없이도 충분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는 효과도 지닌다. 실제로 이러한 트레일러 영상들은 공개된 후 팬덤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였으며, 새로 발매할 앨범에 대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앞서 소개한 영상 외에도 멤버들의 노래나 댄스 커버가 담긴 스페셜 콘텐츠 ‘A to BOYZ’, 씬 전체를 아이폰으로 촬영했다는 하이틴 영화 ‘프롬 파티’ 컨셉의 ‘Christmassy!’ 뮤직비디오 등의 영상에서도 우리는 영상물에서 자신이 가진 매력의 200%를 발휘하는 더보이즈를 느낄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이와 같이 다양한 영상물은 더보이즈가 갖는 차별화된 강점임에 틀림없다. 다른 아이돌 그룹이 주로 세계관을 통해 범접할 수 없는 자신들의 스토리를 구축해나간다면, 더보이즈는 영상물을 통해 ‘인간 더보이즈’로서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팬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기꺼이 끌어들이는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화제를 모았던 대부분의 영상은 필름바이팀의 노상윤 감독이 프로덕션을 맡았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 공개되었던 2022년 트레일러 영상 'Wings Of Desire'의 경우, 기존에 더보이즈가 노상윤 감독의 프로덕션을 거쳐 만들어낸 영상과는 다소 결이 달라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은 더보이즈가 앞으로 만들어갈 영상물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더보이즈가 앞으로도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영상물을 기반으로 한 독보적인 소년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더보이즈, 정식데뷔 전 유명 매거진과 초대형 협업…기대감↑’, MBN
https://star.mbn.co.kr/view.php?year=2017&no=490458&refer=portal
‘K팝 신의 배운 변태, 노상윤 감독이 NCT, 더보이즈를 촬영하는 방식’, COSMOPOLITAN
https://www.cosmopolitan.co.kr/article/72479
하우스오브 팀 인스타그램 (@hausofteam)
https://www.instagram.com/p/CNpqZA0JSl-/?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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