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하이
오마주(hommage)
:프랑스어로 우상에 대한 경의와 존경
‘콘셉트’는 현재 아이돌 산업에서 가장 떠오르는 키워드이다. 방대한 세계관부터 퍼즐조각처럼 세분화된 이야기를 시리즈물로 만드는 것까지 그에 대한 설정은 그룹의 정체성까지 알리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상징성을 가진 영화, 뮤지컬, 타 아티스트들을 오마주 하는 것은 대중적이면서도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오마주 콘셉트 뮤직비디오의 디테일함과 이를 통해 아이돌들이 시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여자)아이들-마릴린 먼로와 뱅크시
1.마릴린 먼로에 대한 경외
최근 직접적인 마릴린 먼로의 오마주를 통해 극찬을 받은 (여자)아이들의 ‘NXDE’ 뮤직비디오이다.
20세기 섹스 심벌이자 ‘멍청하고 예쁜 금발’의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마릴린 먼로는 실상 여성 배우 최초로 독립적인 프로덕션을 설립했을 정도로 진보적이었으며 대중들이 원하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알아 공식석상에서는 일부러 백치미 연기를 하는 등 영리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그는 독서와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커 대학 공개 강좌 수강과 연기 공부를 통해 대중들에 의해 고정된 이미지를 바꾸고자 했다.
특히 그가 1952년, 라이프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잠잘 떄 뭘 입느냐는 질문에 민감한 피부로 인해 나체 수면을 선호하는 그는 ‘샤넬 No.5만 입는다’라고 답해 외설적 표현이라 취급되는 ‘누드’단어를 우아하게 돌려 말해 화제가 되었다. 여전히 샤넬 No.5는 마릴린 먼로의 향수라는 이미지로 남아 스테디셀러로 자리 매김했다.
(여자)아이들은 이번 ‘NXDE’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 속에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와 ‘7년만의 외출’ 등 다양한 오마주 요소들을 선보였다.
첫번째로 소개할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타이틀곡 ‘Diamonds Are Girls Best Friends’는 그 의미가 퇴색되어 마릴린 본인이 굉장히 아쉬워했던 곡이다. 위 곡은 남자의 사랑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들이 선물하는 다이아몬드는 변치 않으니 그들의 사랑을 너무 믿지 말라는 뜻을 내포했으나 ‘물질적인 것을 밝히는 여자’로 받아들여졌다.
두번째로는 아이돌들의 '마릴린 멀로 증후군'으로 인한 고충을 나타내는 장면들이 많았다.
마릴린 멀로 증후군이란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지만 진정으로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 마치 대중 앞에선 아이돌로서의 화려한 외적 모습에는 열광하며 경매하듯 갖고자 하지만 정작 본인의 내적 모습과 같은 깊은 모습을 공유하고자 하면 무관심하거나 비난하는 대중들의 양면성에 대해 비판하고자 했다. 마치 한 때 마릴린 멀로가 책을 좋아하는 지적인 여성임을 대중들이 과도한 컨셉이라며 폄하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2.아이돌 최초의 뱅크시 오마주를 통한 프레임 탈피 이미지
뱅크시는 인적사항이 정체불명인 영국의 화가이자 그래피티 아티스트이다. '그래피티'는 스프레이로 공공장소 벽에 그림이나 낙서를 하는 행위인데 이는 현대사회에서 재산권을 침범하는 행위로 불법행위에 속한다. 뱅크시의 작품은 예술계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반전, 반권위적인 성향도 띄고 있다. 이렇게 기존 예술이나 사회 권위를 비판하는 예술을 지향하는 뱅크시의 그림들이 가치가 더더욱 높아진 사건이 있다.
2018년 10월 경매에 ‘풍선을 든 소녀’라는 그림을 출품 후 104만 2000파운드 (당시 한화 가치 약 15억원) 낙찰되는 순간 몰래 잠입한 뱅크시가 액자에 작동된 분쇄기를 가동시켜 분쇄하게 된다. 위 행위는 ‘돈으로 구매하는 자본적이 된 미술시장이 덧없음’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퍼포먼스였다. 반전은 구매자가 그림이 잘린 상태로 구매했으며 2021년도 다시 출품하게 되었을 때는 낙찰가가 무려 18배 오른 1870만 파운드였다.
위와 같이 아이들 뮤비 속 ‘nude그림’을 반쯤 파쇄하는 장면을 통해 아이들은 두가지 메세지를 전달한다.
1)예술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을 비판하는 작품을 섹시한 이미지로 소비되는 여성의 모습을 투영했다.
2) 분쇄되어 액자 프레임에서 나오는 그림, 가사 중 ‘Think outside the box’라는 가사와 같이 프레임(frame) 즉,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nude(태초의 본질)을 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파괴는 곧 창조’라는 뱅크시의 말과 같이 ‘아이들’의 너를 위한 ‘파괴’가 곧 나를 위한 ‘창조’로 재탄생되었다.
화사’마리아’-영화 ‘말레나’
화사의 ‘마리아’는 그의 자작곡으로 자신의 세례명을 타이틀곡으로 쓰며 자신에게 혹은 다른 마리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
영화 ‘말레나’는 주인공인 말레나가 아름다운 외모로 인해 시기, 질투, 비난, 조롱에 시달리며 겪는 내용이다. 길고 검은 머리를 가졌던 말레나는 그런 시달림을 견디지 못해 머리를 자르고 붉은색으로 염색하게 된다. 그 이후 담배를 문 말레나를 향해 사방에서 라이터와 성냥 불을 건네는 손길을 주며 말레나는 체념과 함께 삶의 영위를 위해 타락한다.
화사 '마리아' 뮤비는 이런 '말레나'의 변화를 통해 대중들에 의해 비판 받으며 상처를 받는 ‘검은’마리아와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 체념하며 미친 ‘붉은’마리아로 묘사했다. ‘붉은’ 마리아가 차린 ‘최후의 만찬’을 오마주한 듯한 식사에는 그의 내장과 같은 신체가 올라와 있다. 사람들은 표정 변화 없이 이를 먹는데 이는 공인을 둘러싼 루머나 악성 댓글들로 인한 고통을 비유한 듯 보인다. 이와 상반되는 ‘라이터’ 씬으로 나를 좋아해주면서 싫어하는 대중들의 ‘위선’ 을 표현하고자 했다.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말레나의 남편이 전쟁으로 살아 돌아오며 그는 ‘검은’ 말레나로 돌아와 자신을 비판한 동네 사람들의 ‘위선’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여전히 짧은 그의 머리를 통해 표면적으로만 치유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화사의 ‘검은’ 마리아는 ‘오 마리아 널 위한 말이야’, ‘뭐 하러 아등바등해, 이미 아름다운데’라는 가사를 통해 자신을 비롯한 다른 ‘마리아’들에게 이미 아름다운데 타인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파먹을 필요 없다는 조언을 해준다.
BTS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ove)’-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2019년 발매한 노래로 미국 유명 솔로 가수인 할시(Halsey)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MAP OF THE SOUL : PERSONA'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이전의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Love yourself’ 시리즈 이후 새로운 시작으로 팬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과 persona; 내 진짜 모습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며 팬들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고전 영화이자 뮤지컬로 여전히 명작으로 인정받는 ‘사랑은 비를 타고’를 오마주한 것임을 포스터를 비춰주며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당시 할리우드의 변화와 고충을 바탕으로 밑 바닥에서 탑 스타까지 올라간 주인공 ‘돈 라우드’와 불투명한 연극배우 ‘캐시 셀든’의 사랑과 성공을 다룬 고전 뮤지컬 영화이다.
영화가 무성영화 업계에서 유성영화로 바뀌며 할리우드의 전환점이었던 것처럼 2년 6개월간의 대장정인 ‘Love yourself’ 앨범의 마무리와 새로운 컨셉, 본격적인 미국을 비롯한 해외차트 진출을 한 BTS의 전환점 같은 곡이다.
뮤직 비디오 속 ‘돈(Don)’은 BTS 멤버들을 의미한다. 주인공 ‘돈’은 가난한 연예인에서 스턴트맨을 거쳐 스타가 된 배우로 유성 영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망할 뻔했지만 무대 시절의 노래와 춤 실력을 살려 유성 영화 뮤지컬 배우로 재기에 성공하는 캐릭터이다. BTS 또한 '방탄소년단'이었으며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던 시절과 전세계 모두가 인정하는 톱스타가 된 것, 데뷔 초 고수하던 전통 힙합과 어두운 힙합에서 대중 음악으로 다시 그들만의 가치관, 장점을 녹여낸 컨셉의 변화를 통해 자기 발전을 한 것이 ‘돈’과 같다.
그럼 ‘캐시’는 누구일까? 표면적으로는 뮤직비디오 속 ‘할시’이지만 그녀는 ‘아미’를 의미한다.
배우 지망생인 ‘캐시’는 비록 다른 사람의 대역 배우였으나 주인공 ‘돈’을 사랑하며 그의 재기를 도운 영화의 히로인이다. 차후 그녀 또한 돈의 도움으로 대역이 아닌 ‘자기자신’을 드러내며 성공을 할 수 있게 된다.
‘저 하늘을 높이 날고 있어(그때 네가 내게 줬던 두 날개로)’ 가사를 통해 ‘돈’을 도운 '캐시'처럼 자신들을 정상에 올라가게끔 도와준 팬들을 암시한다. 또 ‘니가 준 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이 아닌 너에게로 Let me fly’를 통해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조 날개로 태양에 닿고자 하여 추락하게 된 ‘이카루스’에 비유하여 자신들은 과도한 욕심 대신 자신들을 사랑해준 ‘아미’ 에게로 날아가 눈 맞추며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한다.
(1)RM이 ‘돈 라우드’와 같이 페도라와 우산을 든 장면은 ‘돈’의 솔로 무대를, (2)소파로 달려가는 장면은 ‘돈’이 배우에서 뮤지컬로 바꾸는 전향점의 시발점인 ‘Good Morning’을, (3)슈가의 랩파트에서 피아노 타일, (4)대표 곡인 ‘Singing in the rain’에서의 전봇대를 잡고 턴하는 동작, 탭댄스를 하듯 발을 구르는 안무 등등 오마주한 장면들이 많이 포착된다.
앞으로도 대중 문화로서 작품 오마주가 폭 넓게 사용되어 '뮤비'가 '무비'처럼 느껴질 정도로 발전되길 바란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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