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RITER. 어니언씨
군백기. 군대와 활동 공백기를 합친 말로 언제나 팬들을 마음을 아프게 했던 존재였다. 외국 팬들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멤버를 보지 못한다는 소식에 6∙25 전쟁 시기까지 올라가 한국의 역사를 공부한다. 비단 한국인을 좋아하는 외국 팬만이 아니다. 태국인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은 태국 군대의 특별한 입대 방식인 뽑기에서 입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는 검은색 공을 뽑기를 바라며 SNS를 온통 검은색 하트으로 도배하기도 한다.
활동의 전성기인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에 걸친 10년이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 시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기에 군대는 아이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잠깐의 휴식만으로도 정상에서 내려오게 될 수도 있는 아이돌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7년으로 규정된 계약 또한 마찬가지이다. 데뷔 후 7년이라는 시간은 더 이상 입대를 미룰 수 없는 나이대에 진입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군백기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좋아하려고 해도 좋아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랬던 군백기가 변했다. 달라진 상황의 주인공은 이전 그룹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군백기를 보내는 아이돌들이다. 10월 ‘계룡군문화엑스포’에서 선보인 뉴진스의 ‘Hype Boy’ 커버 댄스로 화제를 모은 ‘온앤오프’와 KBS2 <불후의 명곡>에서 부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로 인기를 끌었던 ‘데이식스’가 대표적이다.
먼저 온앤오프이다. 온앤오프는 지난해 말 아이돌 그룹 최초로 일본인 멤버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전원 동반 입대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복무 도중 스페셜 앨범인 [Storage of ONF]를 발매하며 군백기를 버티는 팬들에게 단비 같은 선물을 선사하기도 한 온앤오프는 지난 10월 ‘2022년 계룡 세계 군문화엑스포’에서 전우들과 함께한 ‘Hype Boy’ 커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군복을 입고 각 잡힌 안무를 선보이는 온앤오프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SNS에서 2,000만 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해외 언론에도 소개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foWHg8i4bU
특히 멤버 승준은 ‘Hype Boy’에서 방긋 웃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며 ‘스마일리 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Hype Boy’ 커버는 물론 ‘Beautiful Beautiful’, ‘춤춰(Ugly Dance)’ 등 자신들의 노래를 선보였다. 공연을 본 사람들의 입에서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일본인 멤버 유가 오히려 군대에 간 기분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유 또한 유튜브, 위버스 등을 통해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동반 입대의 이점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온앤오프에 팬들은 아낌없는 호응과 응원을 보내는 중이다.
지난 9월 만기 전역한 성진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군 복무 중인 데이식스도 알찬 군백기를 보내고 있다. 데이식스는 온앤오프와 마찬가지로 입대 이후 ‘해변의 달링’이라는 노래를 발매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또한, 데이식스는 지난 10월 국군의 날 특집으로 꾸며진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자신들의 노래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로 무대를 꾸몄다. 카투사, 해군, 군악대 각기 다른 군복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라는 청춘을 이야기하는 노래와 잘 어우러지며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이들의 모습을 담아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음악 잘하는 군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인스타그램 릴스는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Q-ycwRrM8U
방송과 릴스 이후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 당일 멜론 일간 차트 295위를 기록했고,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더니 11월 17일에는 140위에 올랐다. 이에 그룹의 리더 성진은 라디오 방송에서 “사실 난 ‘예뻤어’와 마찬가지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역주행할 줄 알았다.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왔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다 여러분 덕분이다. 고맙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온앤오프와 데이식스뿐만이 아니다. 아이돌의 군백기는 끊임없이 변화 중이다. 지금은 업로드가 중지되었지만, 입대 전 복무 기간인 1년 9개월 동안 매달 올릴 수 있는 양의 영상을 촬영해 풀어주던 엑소 백현의 유튜브나 엑소의 시우민, 빅스 엔, SF9의 인성 등 많은 아이돌이 참여한 군 뮤지컬이 그 예이다. ‘신흥무관학교’에는 인피니트 성규, 2AM 조권 등이 출연했으며, ‘귀환’에는 빅스 엔, 샤이니 온유, 엑소 시우민과 디오, 워너원 출신 윤지성 등이 출연했다. 이어진 ‘블루헬멧 : 메이사의 노래’에는 엑소 찬열, 인피니트 엘, 온앤오프 효진과 제이어스, SF9 인성이 출연했다. 군 뮤지컬을 통해 뮤지컬에 처음 발을 담그게 된 이들 중 뮤지컬 장르에 매력을 느끼는 일도 있다. ‘귀환’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을 접한 시우민은 제대 후 ‘하데스타운’에 참여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 조심스러운 부분은 존재한다. 의무를 다하는 기간과 사적인 아이돌 활동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하지만,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가 ‘짧지 않은 군 복무 기간을 인생의 의미 없는 공백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건 아이돌이어도, 아이돌이 아니어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아이돌과 팬 모두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행사, 방송, 뮤지컬, 유튜브, SNS 등 많은 아이돌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군백기를 보내는 지금, 변화를 통해 어떠한 아이돌 그룹이 똑똑한 군백기를 보낼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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