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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Dec 19. 2022

EKO: K-POP, 이젠 환경도 생각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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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서는 앨범 몇 장을 사야 할까? 또 포토카드 드래곤볼(앨범과 함께 발행된 포토카드를 전부 모으는 것)을 위해선 몇 장의 앨범이 필요할까? 그럼 팬 사인회에 당첨되자는, 또 포토카드를 전부 모으자는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구매했던 수많은 앨범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후위기 시대의 케이팝, 이대로도 괜찮은가?


  케이팝 산업은 갈수록 환경에 유해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날이 늘어가는 앨범과 포토카드의 종류, 시상식 또는 음악방송에서 상을 받기 위한 과도한 스트리밍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의 양. 모두 기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앨범을 한 장만 사면 되지 않아? 스트리밍 횟수도 줄이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번 글에선 케이팝 산업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 환경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출처=사운드웨이브

  앨범 한 장은 팬 사인회 응모권 한 장을 의미한다. 즉, 앨범을 다량 구매할수록 갖게 되는 팬 사인회 응모권 또한 많아지고, 팬 사인회에 당첨될 확률도 증가하는 것이다. 인기가 많은 그룹일수록 앨범을 많이 구매해야 팬 사인회 당첨 확률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소리다. 현재보다 앨범과 포토카드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던 2018년, 한 팬이 자신의 SNS 계정에 ‘워너원 팬사인회 213장 응모했는데 탈락했어요’라는 글을 업로드해 화제가 되었다. 또 2021년엔 에이티즈의 팬 사인회를 진행한 모 사이트가 당첨자 명단을 업로드하며 각 당첨자들이 구매한 앨범의 수량 또한 함께 공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이 구매한 앨범 수는 최소 71장에서 최대 250장이었다. 아이돌 팬 사인회가 한 번 개최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앨범들이 소비되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팬 사인회 당첨 여부에 상관없이 이렇게 대량으로 구매한 앨범은 결국 처치곤란한 애물단지가 되기 마련이다. 몇몇 팬들은 오로지 팬 사인회 응모를 위해 앨범을 구매하기 때문에 앨범을 손에 넣고도 포장을 뜯지 않는데, 이렇게 미개봉 상태로 보관해둔 앨범을 지역 복지관과 같은 사회시설이나 학교에 기부하기도 한다. ‘그럼 기부도 하고 앨범도 처리하고 좋은 일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으나 여러 시설들이 앨범 기증을 꺼려하는 추세다. 자신이 복지센터 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모 사이트에 ‘앨범을 사놓고 처리가 어려우니 복지관에 선행인 척 쓰레기를 떠넘기는 것. 복지관에서 앨범 버리려고 사는 쓰레기봉투 비용 등이 전부 복지관 운영자금에서 나가는데, 그만큼 복지관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 써야 할 돈이 줄어든다’며 이러한 행위를 비판하기도 했다.


  앨범 대량 구매 및 대량 폐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앨범은 여러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 통째로 폐기할 시 재활용과 재생이 어렵고, 특히 앨범 포장 시 사용되는 투명 폴리염화비닐(PVC)는 소각 시 유독성이 강한 염화수소가스를 발생시킨다. 다방면적으로 처치가 곤란해지는 것이다.



/출처=세븐틴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포토카드는 또 어떤가? 최근 수많은 기획사들이 앨범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포토카드의 종류를 늘리고 있다. 세븐틴은 지난 5월, 정규 4집 ‘Face the Sun’을 발매하며 총 260종의 포토카드를 발행하여 화제가 됐다. 물론 앨범 한 장당 4종의 포토카드가 동봉되었지만, 포토카드 드래곤볼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앨범을 한 장 구매하는 것은 턱도 없는 소리였다. 포토카드를 앨범 구매의 주된 목적으로 삼는 이들에겐 결국 나머지 앨범 구성품들이 필요 없기 마련이다. 그럼 나머지 구성품들은 어떻게 되는가? 앞에서 서술한 것과 같이 처치곤란 신세로 전락되고 만다.



/출처=비즈니스워치

  온라인으로 음원을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하는 과정에서도 환경에 유해한 물질인 탄소가 배출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스트리밍은 인터넷을 통해 음원을 재생하는 것이기에, 음원사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요구된다. 음원 서비스 시장 점유율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멜론은 지난 2021년 총 37억 시간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즉 멜론에서만 20만 톤 가량의 탄소가 발생되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벅스, 바이브, 지니, 플로 등 국내 음원사들은 모두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스트리밍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스트리밍은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튠즈와 애플뮤직은 스트리밍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친환경 스트리밍을 위한 방안을 고안했고, 2018년부터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43개국의 모든 시설을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하여 운영하고 있다.  


  물론 국내 음원사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플로는 데이터센터를 아마존 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이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나머지 음원사들 또한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운영방식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계획이 너무나도 불투명하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엔 계획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이쯤 되면 음원 스트리밍이 케이팝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할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음원 스트리밍과 케이팝 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 그룹이 컴백을 하면 팬들은 차트 상위권을 모두 해당 앨범에 수록된 음원으로 채우는 행위인 일명 ‘음원 줄 세우기’를 위해 한 시도 빠짐없는 스트리밍을 시작한다. 음원 청취 여부에 상관없이 음원을 계속해 스트리밍하는 것이다. 스트리밍이 관련 있는 것은 음원 차트 석권뿐만이 아니다. 음악방송 <뮤직뱅크>는 수상곡을 결정할 때 디지털 음원 점수(스트리밍)을 60%나 반영하고, <쇼! 음악중심>은 50%, <인기가요>와 <엠카운트다운>은 음원 점수를 각각 55%, 45% 반영한다. 음악방송에서의 수상 여부가 음원 스트리밍 지수로 인해 결정되니, 팬들은 음원 스트리밍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음원 스트리밍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계속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출처=케이팝포플래닛

  이러한 케이팝 산업의 행태를 비판하고, 변혁을 촉구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케이팝포플래닛(KPOP 4 PLANET)이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항하기 위해 케이팝 팬들이 조직한 단체로, 2021년 출범 이후 인도네시아 최고 전자상거래 회사 토코피디아(Tokopedia)부터 한국의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권력자들에게 책임감 있는 기후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하이브 — 하이브는 지난해 최대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기획사다 — 의 용산구 사옥 앞에서 ‘NO KPOP ON A DEAD PLANET(죽은 지구엔 케이팝은 없다) 캠페인을 벌였다. 케이팝포플래닛은 하이브뿐만 아니라 한 달간 모은 약 8,000여 장의 음반을 각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에 전달했는데, 생산자인 이들이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또 이들은 국내 음원사들의 탄소 배출 없는 스트리밍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6월 잠실에서 개최된 제28회 드림콘서트 현장에서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드콘네컷(드림콘서트+인생네컷)’ 이벤트를 진행했다. ‘드콘네컷’은 멜론 앱스토어에 ‘탄소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 100% 부탁해요’라는 메시지를 남긴 후, 이를 스태프에게 보여주면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캠페인을 통해 음원사의 재생에너지로의 100% 전환을 촉구하는 동시에 드림콘서트에서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발한 방식으로 많은 팬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다. 



  물론 모든 기획사들이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NCT 드림은 정규 2집 리패키지 ‘비트박스’의 앨범 내지를 친환경 소재 용지로 제작했으며, 자연분해가 쉬운 콩기름 잉크를 활용하기도 했다. 위너의 송민호는 솔로 정규 3집 ‘투 인피니티’ 내지를 저탄소 용지 및 수성 코팅으로 제작했다. 또 빅톤은 미니 7집 ‘카오스’에 재활용이 힘든 CD를 빼고 포토카드만 동봉한 플랫폼 앨범(핸드폰으로 청취 가능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수의 기획사만이 환경을 고려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이들의 참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본인의 소비 행태, 평소 행동을 재고해 보는 ‘잠시 멈춤’을 행할 때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대. 우리 한 번만 같이 환경에 미치는 케이팝 산업의 악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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