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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연예인을 ‘덕질’하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주변을 둘러만 봐도 연예인을 덕질하는 사람들은 매우 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예인이 연예인을 덕질하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단순히 좋아하는 연예인의 음악을 듣거나, 말로만 ‘팬심’을 드러내는 등의 가벼운 마음이 아닌, 정말로 그들의 팬덤의 일원이 되어 깊은 덕질을 하는 연예인들. 이들과 같이 그 진심 어린 마음을 드러내는 연예인은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렇기에 관심을 끄는 일은 어떻게 보면 당연지사다.
이번 글에서는 어떠한 대상을 열렬히 좋아하는, ‘오타쿠’ 연예인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BAE173 도하
2021년, 브이앱 도중 ‘명탐정 코난’과 ‘나루토’에 대한 마음을 드러낸 도하. 애니메이션 이름과 대표적인 캐릭터만 언급하고 지나간다면 그다지 오타쿠 같지는 않았겠으나, 그는 달랐다. 함께 방송을 하는 멤버 한결에게 ‘형은 누구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지극히 일반인스럽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한결이 위의 질문에 ‘나는 브라운 박사님. 너무 약간 친근한 느낌이야.’라는 대답을 하자 조금 당황한 듯 웃음을 보이며 ‘괴도키드 진짜 멋있었는데’라고 발언, 급기야 명탐정 코난의 덕후가 아니라면 잘 알 수 없는 정보인 괴도키드의 ‘KID’의 유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또 도하는 ‘저 카페 이런 거 다 갔어요. 코난 추리 카페 이런 거 있었거든요 옛날에.’라고 말하며 명탐정 코난에 대한 팬심을 표출했다.
또 그는 ‘나루토’의 팬이기도 하다. ‘누구 좋아해요? 저는 이타치 좋아해요’라는 발언까지는 평범하나 ‘저는 물론 나루토도 좋아하지만, 저는 약간 주연보다 조연을 좋아하는 그게 있어요. 그런 분들 진짜 많아요. 주인공 안 좋아하시고 서브캐를 좋아하시는…’이라고 말하며 진정한 ‘오타쿠력’을 뽐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로맨스 판타지 웹툰 버블로도 유명하다. 그 이유인즉슨 팬들에게 로맨스 판타지 웹툰을 추천해준다며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도 방대했기 때문이다. 메시지가 한 번에 다 표시되지 못해 밑에 ‘전체 보기’ 버튼이 생길 정도이니, 추천하는 웹툰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이 메시지를 보내며 ‘저 진짜 웹툰 다 보는데 일부만 알려줄게요’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이게 일부라면 과연 그는 얼마나 많은 로맨스 판타지 웹툰을 챙겨보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2. 더보이즈(THE BOYZ) 케빈
평소에도 미국 여성 팝가수 비욘세에 대한 팬심을 숨기지 않는 더보이즈 케빈. 지난 6월 월드 투어 ‘THE BOYZ WORLD TOUR: THE B-ZONE’의 파리 공연을 위해 파리에 머무는 도중 비욘세와 똑같은 포즈를 취한 본인의 모습을 비욘세의 사진과 합성해 트위터에 업로드했다. 이것뿐이었다면 케빈의 마음은 그저 비욘세에 대한 동경으로 끝날 수 있었으나 그는 데뷔 초 인터뷰에서도 ‘롤모델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다른 멤버들이 지코, 방탄소년단 V(뷔) 등 국내 남성 연예인을 언급할 때 홀로 ‘비욘세’라는 답변을 내놓는 등 꿋꿋한 팬심을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인터뷰에서도 ‘노래방 가면 부르는 노래는’이라는 질문에 ‘저는 비욘세의 ‘LISTEN’. 자주 불러요’라는 답변을 하고, 비욘세의 코첼라 무대를 보며 울었던 일을 얘기하고, 자신의 연관검색어로 비욘세가 떴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심지어 ‘비욘세가 얼마나 좋은지 1에서 10 사이로 말해보라’는 질문에 다른 멤버가 ‘1부터 10까지는 진짜 아니다. 케빈 형은 1부터 2,000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대신 답변하는 등 케빈은 유구하게 비욘세를 공개적으로 덕질해왔다.
3. 방탄소년단 RM
덕질의 대상이 어떠한 인물이 아닌 사물인 연예인도 있다. 바로 그룹 BTS의 리더 RM. 그의 취미 생활 중 하나는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이다. 그는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수집하는 것은 물론 LACMA(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뮤지엄)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기획전에 오디오 도슨트(전시해설)로 참여해 직접 주요 작품 10점을 선정하여 영어, 한국어 총 두 가지 버전으로 전시해설을 녹음하는 등 재능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미술에 웬만한 관심이 없으면 생소할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과 메닐 컬렉션(The Menil Collection),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현대 미술관 더 브로드(The Broad)에 방문하여 전시를 구경하기도 했고, 국내 미술계와 문화재의 보존을 위해 거액을 기부하는 등 진정한 ‘미술품 덕후’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본인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이 소장한, 또는 감상한 미술작품들의 사진을 업로드하며 이를 설명하기도 하고, 유명한 미술가들이 아닌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도 폭넓은 관심을 보이며 진정한 ‘미술품 덕후’의 면모를 입증했다.
4. 박서함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의 엄청난 덕후로 유명한 배우 박서함. 그는 그룹 크나큰 시절 릴레이 라디오 브이앱을 진행했는데, 이때 재생한 첫 번째 곡은 디지몬 어드벤처 OST 중 한 곡인 ‘타겟 ~붉은 충격~(ターゲット~赤い衝撃~)’이었다. 그는 이 곡을 소개하며 쑥스러운 듯 웃으면서도 설명을 끝까지 꿋꿋이 해내는데, 이 모습에서 그가 엄청난 ‘오타쿠’인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또 그 당시 신작이었던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이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사이트인 ‘라프텔’에서 선공개되었다며 이를 시청했다고 말했는데, 사실 ‘라프텔’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잘 알 수 없는 사이트이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애니메이션이 ‘선공개’되었다는 정보는 그 작품에 어지간한 관심이 있지 않고서는 잘 알 수 없는 정보인데, 박서함은 이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가 엄청난 ‘디지몬 어드벤처 오타쿠’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그는 본인의 술버릇은 디지몬 어드벤처의 OST를 계속해서 부르는 것이며 아이돌 그룹 헤일로의 멤버 김재용과 술을 마실 때마다 디지몬 이름 릴레이 말하기 게임을 한다고 발언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도 디지몬 어드벤처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 또 그는 위에서 언급한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을 보면서 ‘이 영화가 내 어린 시절을 총정리해줬구나’ 싶어 오열했다고 밝혔는데, 이 발언을 하며 중간중간 넣는 한숨, 감탄사 등의 추임새가 그가 오타쿠임을 증명해준다.
5. NMIXX 설윤
그룹 STAYC(스테이씨)의 멤버 아이사의 열렬한 팬인 설윤. 설윤은 일반인이라면 잘 알지 못하는 용어인 ‘예절샷(본인이 먹는 음식과 본인의 최애 포토카드를 함께 촬영하는 행위)’을 언급하며 ‘오타쿠’임을 인증했다. 또 설윤은 주로 오타쿠들이 많이 모이는 마라탕 가게, 훠궈 가게에서 예절샷을 주로 촬영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설윤이 예절샷 촬영 시 사용한 포토카드는 아이사의 미공포(회사 측에서 영상통화 팬사인회나 기타 행사의 특전으로 제공하는 미공개 포토카드)인데, 이는 구하기 매우 어려울뿐더러 구한다고 해도 그 가격대가 매우 높다. 웬만한 덕후가 아니고서는 잘 구할 수 없거나 구입하지 않는 포토카드인 것이다. 또 설윤은 포토카드를 거래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준등기’를 많이 받아봤면서 포토카드의 하자 여부를 검사할 때 주로 사용되는 방식인 ‘빛 비춰보기’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모두 오타쿠가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연예인들이 누군가를 덕질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그들도 사람이구나 하고 느끼게 해준다.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덕질하는 연예인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확신하는 것은, 자신의 덕질을 공개하지 않는 것뿐 ‘오타쿠’인 연예인들은 굉장히 많을 것이라는 것. 앞으로도 더 많은 오타쿠 연예인들이 본인이 ‘오타쿠’임을 밝혀주었으면 하며 글을 마친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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