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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Aug 24. 2023

내가 쓰는 2023 K-POP 상반기 결산


WRITER 러트



무더위가 기승인 8월, 모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올 한 해도 벌써 절반이 지나고, 어느새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상반기는 어떻게 모두가 잘 지냈는지, 바라던 하루였는지. 또, 다들 K-POP은 열심히 하셨는지. 필자는 본인이 6월까지 줄창 즐긴 K-POP을 보고 겸 공유하는 차원에서 <내가 쓰는 2023 K-POP 상반기 결산>이라는 것을 진행해 보려 한다. 비록 지금은 상반기를 두 달쯤 지나온 8월이지만, 필자의 느린 손을 탓하며 지나치기엔 6달 간 나를 행복하게 했던 명곡들이 너무 많았다. 단순히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많은 명곡들을 들을 기회조차 박탈당한 불특정다수를 위해 글을 쓰고 싶기도 했다. (이 글은 공익 목적으로 게시된 글입니다.) <내가 쓰는 2023 K-POP 상반기 결산>의 노미네이트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음반 전체가 아닌 곡만으로 선발할 것

2. 일상 생활에서 아무 이유 없이 흥얼거리고, 자주 생각나고, 끝내 자의로 스트리밍하는 행위까지 이어질 것

3. 인지도가 부족해 비교적 저평가 된 곡


그럼, 이제 지금까지 몰랐던 시간이 아까울 상위 6곡을 살펴 보자. 남자 아이돌과 여자 아이돌, 두 부문으로 나누어 이야기할 예정이다.




남자 아이돌 부문



  

  영광의 1위는 2023년 4월 26일 발매된 C9엔터테인먼트 소속 EPEX의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다. 독자적인 색을 가지고 활동중인 8인조 보이그룹 EPEX는 어두운 컨셉의 ‘불안의 서’와 밝은 컨셉의 ‘사랑의 서’, 두 컨셉을 번갈아 보여주며 그룹의 한계 없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미니 2집 타이틀곡 <여우가 시집가는 날>은 ‘여우를 사랑한 구름이 여우가 시집가자 슬퍼서 흘린 눈물’이라는 여우비 미신을 차용한 이별 곡으로, 여름 곡에 주로 쓰이는 Brass(관악기) 사운드와 펑키한 기타 사운드가 만나 시원한 청량감과 귀여움을 덧댄다. 이전 곡 <DO 4 ME>를 통해 신흥 청량 강자로 떠오른 이펙스는 청량 매니아층의 취향을 연속 관통하며 팬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지금의 계절감과도 꼭 맞는 <여우가 시집가는 날> 추천하면서, 앞으로 만날 여우비가 반가워지길 바란다.




  2위는 2023년 5월 30일 데뷔한 KOZ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BOYNEXTDOOR의 데뷔곡, <One and Only>이다. 솔로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ZICO가 야심차게 내놓은 6인조 보이그룹 BOYNEXTDOOR는 화려하고 야망 넘치는 남자 아이돌 사이에서 사랑과 우정, 그것이 전부를 이루는 단순하고도 귀여운 청춘 6명의 모습을 그린다. 들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BOYNEXTDOOR의 <One and Only>에는 메인 프로듀서 ZICO의 색깔이 듬뿍 담겨 있다. 중독성 있는 훅, 재치 있는 가사, 힙합 특유의 자유분방함 등 멜론 차트 TOP 100에서 자주 듣던 익숙함을 고스란히 가져 왔다. 혹자는 그 익숙함이 뻔히 보인다는 이유로 BOYNEXTDOOR를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매우 대단한 착각임을 알려드린다. ZICO의 강점인 이지리스닝 힙합은 6명의 신선함과 뛰어난 재능으로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곡을 탄생시켰다. 아직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BOYNEXTDOOR의 음악을 들어보기 바란다. 거기 너, 나와 함께 걸넥도가 돼라.




  마지막 3위는 조금 의아할 수도 있겠다. 23년 3월 13일 발매된 카이의 <Rover>이다. 우즈의 <Drowning>과 많이 고민을 했으나, 선발 기준 2번에 더 가까운 곡으로 선택했다. 3번과도 어긋나지 않냐는 의문에는 <Rover>가 알려진 짧은 챌린지 구간 만이 전부가 아니기에 비교적 덜 알려진 완곡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대답을 전한다. <Rover>의 매력은 반복되는 후렴구에도 있겠지만, 필자는 카이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극대화되는 도입부를 매우 좋아한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인트로와 귀를 확 집중시키는 카이의 도입부가 지나면 서서히 후렴에 치닫는 벌스의 흐름 또한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도입부가 듣고 싶어 재생을 하면 나도 모르게 후렴에 다다라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처럼 카이의 보컬에 집중해서 듣는다면 후렴 외에도 <Rover>라는 곡 전체의 무게와 분위기에 스며들어 있는 본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실 필자는 카이의 솔로 곡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Rover>는 나에게 솔로 아티스트 카이의 또다른 발견이기도 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주는 카이의 색깔을 완벽히 이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애착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여자아이돌 부문




  여자 부문 1위는 2023년 3월 29일 발매된 첫사랑의 <빛을 따라서>이다. 작곡가 윤상이 프로듀싱한 첫사랑은 05년생 동갑내기 7인으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멤버 구성을 가졌다. 팀 명에 걸맞게 열일곱 소녀들이 겪는 첫사랑을 노래하던 이들은 지난 <러브티콘 (♡TiCON)>을 마지막으로 사랑 이야기를 끝내고, 앞으로 이어질 첫사랑의 여정을 기대하는 <빛을 따라서>를 발매했다. 우연찮은 계기로 이 곡을 접하게 된 필자는 그 길로 첫사랑이라는 팀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게 어느 정도였냐 하면, 첫사랑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당장이라도 발벗고 나서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기에 이 결산은 <빛을 따라서>를 위해, <빛을 따라서>에 의해, <빛을 따라서> 때문에 시작된 글이나 다름이 없다.

적당한 완급조절로 시작하는 인트로는 처음 멜로디가 시작되면서부터 오타쿠의 심금을 울린다. 곡의 진행이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벅차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빛을 따라서>는 퍼포먼스와 멤버 개개인의 역량, 그리고 그룹이 주는 에너지까지 다 보았을 때 온전히 곡을 즐겼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본 모든 독자가 부디 <빛을 따라서> 음악방송을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특히, 멤버 유나의 퍼포먼스가 주는 에너지는 그야말로 ‘빛’ 그 자체다. <빛을 따라서>가 취향에 맞다면 첫사랑의 다른 타이틀 곡인 <러브티콘 (♡TiCON)>과 <첫사랑 (Pop? Pop!)>도 추천한다. 필자가 첫사랑에 죽고 못 살게 된 이유를 단번에 깨달을 것이다.




  2위는 트리플에스의 <Rising>이다. <Rising>은 유닛 체제로 운영되는 트리플에스가 처음 선보인 단체곡으로, 2023년 2월 13일 발매됐다. 방과후 설렘 출신 김유연과 독특한 그룹 운영 방식, 이달의 소녀를 프로듀싱 했던 메인 프로듀서 제이든 정 등 공개되자마자 이목을 끌었던 트리플에스는 첫 유닛부터 독특한 음악색으로 K-POP 매니아층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이들의 첫 단체 곡인 <Rising>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비트와 중독적인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Rising>에 대한 개인적 감상을 말해보자면 ‘들으면 들을 수록 듣고 싶어지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트리플에스의 전체적인 곡이 극적인 흐름을 가지기보다는 오묘한 텐션을 끌고 간다는 특징이 있는데, <Rising>의 경우 그 위에다 공격적인 비트를 한 스푼 얹은 느낌이다. 실제로 가사 또한 다른 유닛 곡들에 비해 공격적인 편이기도 하다. 그 점이 이 노래를 듣고 싶게 하는 가장 큰 포인트인 것 같다. 귀가 피곤할 만큼 시끄럽지도, K-POP과 거리가 생길 만큼 잔잔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후렴의 멜로디가 정말이지, 너무 중독성 있다. 입에 착착 붙는 탓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들리는 대로 따라 부르게 되는 가사와 리듬감은 덤이다.




  마지막 3위는 피프티피프티의 <CUPID>다. 23년 2월 24일 발매된 피프티피프티의 <CUPID>는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곡임을 모두가 알 것이다. 그럼에도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CUPID>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많은 애착을 가졌던 곡이기 때문이다. 디깅 중에 발견한 피프티피프티의 <CUPID>는 당시 매니아층 사이에서 살짝 입소문 난 정도였다. 평소에도 종종 좋은 음악이라며 추천 받았던 터라 호기심에 피프티피프티의 전곡을 재생했다. 그리고는 매일 아침 피프티피프티의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지리스닝 유행을 적중한 <CUPID>는 곡 자체의 진입장벽이 낮기도 하지만, 아티스트의 재능이 워낙 좋고 곡과의 궁합이 좋아 큰 흥행을 이끈 것 같다. 이외에 부가적인 소개가 필요할까. <CUPID>의 성적과 서사가 상반기 결산에서는 꼭 다루고픈, 또는 다뤄야 할 만한 곡이라는 증명을 해 주고 있다. <CUPID> 외에 데뷔 앨범인 <THE FIFTY>도 명반이니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꼭 들어보길 바란다.




  늦게나마 2023년 상반기 결산을 해 보았다. 쟁쟁한 경쟁곡들 사이에 피어난 명곡이니 만큼, 이 글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면 플레이리스트에 한 번 넣어 보기를 매우 추천한다. 대중음악의 최전방이던 K-POP이 일부 곡을 제외하고는 매니아층, 아는 사람만 아는 장르가 된 것에 매우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 한정적인 지원 속에서 조금이라도 그룹을 알려보려는 중소형 아이돌 그룹에게는 각박한 실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차별점을 두어 좋은 곡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아이돌과 기획자의 노력을 알기에, 이렇게 언급함으로써 대중이 한 번이라도 더 찾아 듣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지나온 두 달을 포함한 하반기 6개월 간에 얼마나 많은 명곡이 발매될지 기대하며, 이번 <내가 쓰는 2023 상반기 결산>을 마친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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