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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Jan 09. 2024

내가 쓰는 2023 K-POP 하반기 결산

- 걸그룹 편

WRITER 러트


5달 전에 왔던 케이팝 결산,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미래도시가 건설되어 있을 것만 같던 2024년도 벌써 9일이나 지났다. 어떻게 지난 한 해도 잘 보내셨는지, 다들 마무리는 잘 하셨는지. K-POP도 열심히 하셨죠? 이번 결산 또한 K-POP 외길 인생을 걸어온 필자가 플레이리스트에 담은 하반기 K-POP 명곡을 공유하기 위해 돌아왔다. 지난 상반기 결산은 잘 알려지지 못한 곡을 선정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면, 이번 하반기에는 정말 좋아하는 곡만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선정 기준을 살짝 바꿔보았으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다음 <내가 쓰는 2023 K-POP 하반기 결산>의 노미네이트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음반 전체가 아닌 곡으로만 선발할 것.

2. 일상 생활에서 아무 이유 없이 흥얼거리고, 자주 생각나고, 끝내 자의로 스트리밍하는 행위까지 이어질 것.


  새로워진 점이 또 한 가지 있다. 이번 하반기 결산에서는 보이그룹의 곡을 다루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필자가 남자아이돌 노래를 듣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 자리를 빌려 뭇 남돌러버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유리(JO YURI) - <TAXI>



  <내가 쓰는 2023 K-POP 하반기 결산> 영광의 1위는 8월 9일 발매된 조유리의 <TAXI>다. 평소에 <GLASSY>, <러브 쉿!> 등 조유리의 곡을 즐겨 듣던 리스너였기에 이번 티저가 뜰 때만 해도 발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곡이 발매되고 나니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더라. 하반기 결산을 준비하는 중에야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곡이었다. 몰랐던 시간이 무색하게도, 필자는 두 달 간 거의 모든 외출을 <TAXI>와 함께 했다. 필자의 말로 <TAXI>를 소개하자면, <러브 쉿!>의 청량감에 ‘조유리’라는 가수의 성숙함이 한 스푼 더해진 게 별미인 곡이다. 지난 활동인 <러브 쉿!>과 수록곡 <Rolla Skates>에서는 조유리의 동화 속 주인공 같은 보컬과 감정선이 두드러졌다면, 이번 곡에서는 조금 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조유리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조유리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설렘’도 포함해서 말이다. 가사에서 느껴지는 두근거림과 ‘TAXI’라는 매개체를 이용한 저돌적인 고백이 만나 선사하는 시원한 청량감은 <TAXI>를 가장 많이 듣게 한 매력 포인트이자, 앞으로 조유리의 음악 세계가 기대되는 성장 포인트이기도 하다.




비비지(VIVIZ) - MANIAC



  2위는 최근 ‘팝유어옹동’ 챌린지로 큰 화제성을 얻은 비비지(VIVIZ)의 <MANIAC>이다. 11월 2일 발매된 <MANIAC>은 이전 <PULL UP>에 이어서 비비지(VIVIZ)만의 음악색을 확실히 하는 ‘굳히기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앨리스 <DANCE ON>, 이달의소녀 <목소리> 등 자칭 ‘레트로 호소인’인 필자는 최근 비비지(VIVIZ)의 행보가 굉장히 반갑다. 개인적으로 느껴온 시티팝을 향한 케이팝 오타쿠의 갈증이 해소된 느낌이랄까. 이들이 가진 ‘짬’과 레트로가 만나 선보이는 음악은 시티팝 장르의 매력인 ‘화려한 쓸쓸함’을 느끼게끔 한다. 이를테면 ‘화려한 이 Tragic 이거 사랑 맞지?’ 같은 부분이라든지. 또, 비비지(VIVIZ)가 이번 활동을 통해 유달리 주목을 받은 이유에는 섬세한 가사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급격히 늘은 영어 가사의 비중으로 인해 일부 국내 팬층•리스너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어로 표현된 여러 가슴 아린 가사가 인상 깊다. 사랑에 대한 쓸쓸함을 한국 대중이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한 일등공신이지 않나.




KISS OF LIFE(키스오브라이프) - BAD NEWS



  공동 3위는 강렬한 밴드 사운드 인트로가 인상적인 KISS OF LIFE(키스오브라이프)의 <BAD NEWS>다. KISS OF LIFE(키스오브라이프)는 데뷔 초부터 20세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눈에 띠게 주목을 받은 팀이다. 지난 11월 9일 발매된 KISS OF LIFE 2nd Mini Album [Born to be XX]의 타이틀 <BAD NEWS>는 논란(‘BAD NEWS’)을 향한 KISS OF LIFE(키스오브라이프)의 저항이 묵직한 비트, 거침없는 가사와 함께 담겨 있다. 다소 올드한 컨셉 탓에 ‘가사가 촌스럽게 느껴진다’는 반응도 종종 있으나, 멤버들의 뛰어난 실력과 그들을 아우르는 조화로운 기획이 이를 촌스러움이 아닌 감각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4명의 멤버가 각자 1인분 이상의 몫을 해내며 보컬, 랩, 퍼포먼스, 모든 방면에서 ‘차력쇼’를 펼치는 <BAD NEWS>는 거대한 ‘도파밍’ 시대를 겨냥한 도파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QWER - Discord(디스코드)



  ‘이게 K-POP인가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스트리머라면 아예 문외한인 필자가 QWER이라는 밴드에게 가진 첫인상은 이러하다. ‘아, 밴드아이돌이 하도 유행이니까 여성 밴드 아이돌도 쏟아져 나오는구나.’ 그런 QWER의 <Discord>를 공동 3위에까지 올리게 된 것은 이들의 말마따나 밀어내기도, 미워하기도 쉽지 않아서였다. 크리에이터 ‘김계란’이 운영하는 타마고 프로덕션의 밴드 아이돌 QWER는 인기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일본 아이돌 출신 4명으로 구성된 돌연변이스러운 팀이다. 일부는 위와 같은 이유로 이들에게 큰 진입장벽을 느낄 것이다. 이색 밴드에 거리감을 둘 수도 있고, 뭔가 이상하다며 꺼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의 음악 취향이 오타쿠스럽다면, 케이팝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스러운 노래만 찾아 듣는 사람이라면, 당장 재생해 보셔야 합니다. 자신있게 추천드립니다.




ICHILLIN'(아이칠린) - KICK-START



  마지막 4위는 7월 19일 발매된 ICHILLIN'(아이칠린)의 <KICK-START>다. 얼핏 들으면 에이브릴 라빈의 <Girlfriend>나, 앨리스(ALICE)의 <POW POW(파우파우)>가 떠오르기도 하는 ICHILLIN'(아이칠린)의 <KICK-START>는 하이틴 락 장르의 특징을 명확하게 띠고 있다. 그 말인 즉슨, 하이틴과 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은 먹고 들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사실 <KICK-START>는 이번 기사를 위한 디깅 중에 발견한 곡이었다. 신기한 건, 분명 처음 듣는 곡임에도 곡의 구성이 귀에 익더라. 전주는 꼭 <POW POW(파우파우)>의 나레이션 깔린 기타 사운드 같았고, 신나는 후렴은 <Girlfriend>의 하이틴 락스러웠다. 미소녀가 말아주는 하이틴 락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필자가 끝까지 노미네이트를 고민했던 곡이니 한 번 듣고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




  5곡과 함께 <내가 쓰는 2023 K-POP 하반기 결산>을 진행해 보았다. 필자에게 지난 하반기는 좋아하는 곡만 반복해서 들은 시기였다. 신곡이 나와도 굳이 찾아듣지 않았다. 이런 습관은 노미네이트 된 5곡에 몇 가지 곡(에스파의 <Better Things>, <Drama>, 태연의 <To. X> 등)을 더해 반복재생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반 년 간 들어본 신곡이라고는 끽해야 10곡 내외인 것이다. 이는 위 5선이 쉽게 질리는 곡이 아니라는 증거이자, 필자의 매우 좁은 바운더리를 공개하는 것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그룹의 하반기 컴백이 부재한 탓도 있을 것이다. 첫사랑이나, 트라이비(TRI.BE), 위키미키(Weki Meki) 같은 팀들 말이다. 다음에는 조금 더 강력하게 추천하는 곡을 들고 올 수 있기 바라며 모두 행복한 2024년, K-POP 열심히 하는 2024년 되시길 바란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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