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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Jun 30. 2024

슈퍼주니어가 부르는 ‘Starry Night‘

Writter. 담다디 


출처: SMTOWN 공식 네이버 포스트

 사람에게는 누구나 첫사랑이 있듯이, 케이팝에서도 덕후들은 첫사랑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슈퍼주니어가 나에게는 첫사랑이다. 중학교 2학년, 내 마음속에 갑자기 들어온 슈퍼주니어는 나의 중학교 시절을 찬란하게 비춰주었다. 지방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내던 내가 대학교는 무조건 서울로 오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계기도 슈퍼주니어였다. ‘언젠간 꼭 슈퍼주니어 콘서트를 직접 가봐야지.’ 그 소원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교에 오게 되면서 차츰 잊히는 듯했다. 친구의 티켓팅을 도와주려 멜론티켓에 우연히 들어가기 전까지 말이다. 


 SUPER SHOW(이하 슈퍼쇼)는 2008년부터 시작된 슈퍼주니어 콘서트의 명칭으로 16년이 넘은 지금까지 슈퍼주니어의 모든 콘서트는 슈퍼쇼라는 이름 아래 열리고 있다. 그렇기에 슈퍼주니어에게도, 그리고 엘프들에게도 슈퍼쇼는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 열린 <SUPER SHOW SPIN-OFF: Half Time>은 곧 20주년을 맞는 슈퍼주니어가 팬미팅을 대신해 연 콘서트로, 스핀오프라는 타이틀처럼 그동안 열렸던 슈퍼쇼의 형식을 깨고 다양한 형식, 조합의 무대를 선보인다고 선전한 바 있었다. 물론, 멜론티켓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이 소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슈퍼주니어가 아직도 신곡을 꾸준히 내는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멜론티켓에서 슈퍼쇼 콘서트 포스터를 마주치자 문득 생각이 났다. ‘맞다, 슈퍼쇼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지?’ 실행에 옮기는 건 금방이었다. 슈퍼쇼 티켓팅을 위해 해당 날짜에 알람을 맞춰두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엘프들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이 가지 않았기에 그래도 2층은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동아리 회의 당일, 팀원들의 양해를 구하고 (우리 동아리는 감사하게도 티켓팅, 팝업 스토어 예매 등의 이유를 말하면 회의 중에도 그 사람을 배려해 준다. 잡으면 축하까지 해준다. 정말 좋은 동아리다) 휴대폰을 켜 티켓팅 시작 시각까지 기다렸다. 8시 정각이 되자마자 나에게 보였던 화면은... 만 번대가 넘어가는 대기 번호였다. 


 이전에 우리 동아리에서 엘프 출신인 팀원의 말이 떠올랐다. ‘슈퍼쇼는 정말 굳건하게 매진되더라, 티켓 잡기 쉽지 않아...’ 그 말이 옳았다. 만 번대의 대기를 뚫고 티켓 예매 창에 들어갔을 때, 나는 모든 좌석이 새하얀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흔들리려는 멘탈을 붙잡고 서둘러 2층 사이드 구역을 찾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많으면 다섯 자리가 남은 걸 보면서, 내가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내 생각에도 불구하고 검지는 본능적으로 포도알을 누르기 시작했다. 이선좌, 그리고 또 이선좌... 이걸 5분쯤 반복했을까, 문득 잡은 자리에서 다음을 눌렀는데 화면이 넘어갔다. 결제창으로 넘어갔다는 건, 내가 이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얼른 결제를 끝내고서 예매 완료가 떴을 때,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비록 공연장의 가장 높은 자리이긴 했어도 상관없었다. 내 눈으로 슈퍼쇼의 위엄을 체감할 기회가 생겼다. 


 엘프 언니에게 슈퍼봉을 빌리고 슈퍼주니어의 노래를 챙겨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나 곡이 많은지, 전체 곡을 들으려면 일주일도 부족할 것 같았다. 그사이에 아르바이트, 동아리, 교회 등 여러 일들이 많았기에 모든 곡을 들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다행이었던 건, 슈퍼주니어의 타이틀곡은 마치 어제 들었던 것처럼 응원법까지 생생히 기억났다. 슈퍼주니어 곡 중 꽤 알려진 수록곡들도 전부 따라 부를 수 있었다. 특히 [Mr. Simple]과 [MAMACITA] 앨범 안의 수록곡들은 아직도 내가 즐겨 듣는 곡들이었다. 대충 콘서트에 나올 것 같은 곡들을 선정해 일상에서 즐겨들은 나는 어느덧 콘서트 당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전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급하게 짐을 챙겨 KSPO DOME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가본 콘서트장은 블루스퀘어와 고척돔, 장충체육관, 그리고 K-아레나 요코하마가 전부였다. (왜 이리 극단적인 콘서트장만 다녔는진 나도 잘 모르겠다) 지하철역에서 공연장까지 거리가 꽤 멀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따라 앞으로 걸어가니 공연장이 단숨에 보였다. 슈퍼쇼 배너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전까지는 실감 나지 않았던 콘서트가 그제야 실감 나기 시작했다. 번외로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정말 놀랐던 점은, 엘프들의 연령대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렸다는 것이다. 내 또래로 보이는 엘프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은 물론, 미성년자인 엘프들도 몇몇 보였다. 아직도 슈퍼주니어 팬덤은 굳건하구나, 잠시 생각에 잠겼다. 


 SM 공식 앱을 깔아 응원봉을 연동하고, 카드 티켓을 찍어 콘서트 선물까지 받은 뒤 공연장 안으로 입장했다. 내가 앉은 자리는 그야말로 천국석이나 다름없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너무 높은 자리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무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고척돔이나 K-아레나 요코하마에 비하면 그리 높은 좌석도 아니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사진에 담고서 콘서트 시작 전 흘러나오는 슈퍼주니어의 곡들을 들으니 저절로 내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익숙한 노래들을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 당시 비가 와 10여 분 정도가 지나고서 콘서트는 막을 올렸다.



 시작부터 끝까지, 내가 처음으로 본 슈퍼쇼는 정말 열정과 환희 그 자체였다. 이번에 나온 신곡 <Show Time>을 시작으로 여러 수록곡 무대를 선보이더니, 멤버별로 유닛을 짜 곡을 선보이는가 하면 멤버들의 솔로곡을 단체 버전으로 개편해 감동적인 발라드 무대를 선사했다. 이후 타 아이돌 곡 커버 무대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세대를 불문하고 명곡으로 꼽히는 타이틀곡, 수록곡 무대까지. 어느 하나 눈을 뗄 수 없는 무대가 없었다. 그렇다면 멤버들의 비주얼은? 정말 30, 40대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티비에서 보는 것보다 슈퍼주니어는 잘생겼다. 다른 말이 아닌, 그저 잘생겼다는 말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나의 최애 예성과 려욱을 보는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중학교 때 처음 슈퍼주니어에 입덕한 그날처럼, 사랑에 빠져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내가 가장 재밌게 즐겼던 무대는 <SPY>와 <OPERA>였다. 간만에 듣게 된 슈퍼주니어의 컨셉츄얼한 곡들로, 무대가 빨갛게 장식되면서 라이브로 음원을 들을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화려한 퍼포먼스에 저절로 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쉴 새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열렬히 소리 지르기만 바빴다. 지금도 슈퍼쇼에서 봤던 <SPY>와 <OPERA> 무대는 다시 한 번 직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앵콜 무대까지 모두 끝난 뒤, 인사를 끝으로 슈퍼쇼 첫콘은 막을 내렸다. 슈퍼쇼 공연이 끝날 때까지도 나는 여운에 잠겨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멤버들의 굉장한 라이브 실력부터 19년의 내공이 쌓인 무대들의 향연에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다음 연도 슈퍼쇼를 예고하는 VCR이 뜨면서, ‘슈퍼쇼를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 나는 다음 20주년 슈퍼쇼도 꼭 갈 것이다. 


 휴학을 결정한 2024년 동안 내게는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 같았던 컨디션이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했고, 인간관계와 커리어에 있어 딜레마가 너무나도 많이 생겼다. 초반부터 몰아쳤던 케이팝 사건, 사고는 오직 케이팝만 바라보는 나를 지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그런 복잡한 감정들을 가지고 관람했던 슈퍼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든 이유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 콘서트였다. “오늘 슈퍼쇼에서 평소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전부 떨치고 가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멤버들의 말처럼 그간 있었던 스트레스를 모두 콘서트에 맡기고 갈 수 있었다. 콘서트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비가 내렸다. 우산을 챙기지 않아 비를 전부 맞으면서 걸어갔지만, 기분만큼은 매우 홀가분했다. 내 마음속 한구석에 존재했던 슈퍼주니어라는 존재가 이때껏 지내면서 있었던 모든 불안과 걱정을 한 번에 덜어줬기 때문이었다. 이래서 첫사랑은 영원히 잊지 못하는구나, 생각에 잠겼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많은 케이팝 팬이 케이팝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면서 나와 같은 위안, 위로를 얻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묵묵히 길을 걸어왔던 슈퍼주니어와 그의 팬 엘프들까지도, 슈퍼주니어라는 존재가 일상 속 우리들의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다. ‘함께 걷는 길이 비록 험난할지라도 결국 슈퍼주니어 The Last Man Standing!’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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