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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Jul 19. 2024

우리 사랑은 무한한 우주에 뜨거운 태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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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공식 X(구 트위터)

  레드벨벳(Red Velvet)이 지난해 11월 정규 3집 [Chill Kill]을 발매한 이후 7개월 만에 미니앨범 [Cosmic]으로 돌아왔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Cosmic>을 포함해 총 6곡으로 구성된 이 앨범은 레드벨벳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것이기도 하다.


  ‘외딴 별이던 내게 불시착한 여행자 ‘너’와 운명처럼 만나 우주처럼 무한한 사랑을 배우는 동화 같은 스토리를 그렸다’는 공식 설명처럼 <Cosmic>의 가사는 호기심과 사랑, 그리고 애절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방인이자 여행자로 구사된 레드벨벳의 팬덤 ‘레베럽(ReVeluv)’과 이를 놀려주고 싶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알고 싶어 하는 화자로 등장하는 레드벨벳이 나누는 독특하면서도 따뜻한 사랑의 형태는 이 곡을 통해 선명히 드러난다. “너를 만난 별난 사건”, “몇 번째 은하를 건너 멋대로 불시착한”이라는 가사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 중 레드벨벳에 정착한 낯선 이방인에 대한 궁금한 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네가 궁금해져 밤새 질문할 수도 있어”라는 가사는 자신에게 오기까지 어떠한 여정을 거쳐왔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보여주고, “조금 더 머무르면 어때? 나의 별이 조금 외롭대 아껴둔 노래를 들려줄게 Love is Cosmic”이라는 코러스는 넓게 펼쳐진 우주처럼 자신들의 사랑은 무한하니 자신과 같이 외로운 별을 떠나가지 말아 달라는 레드벨벳의 염원이 나타난다. “이런 감정 처음이라 곰곰이 생각해 봐도 물음표야”라는 가사는 팬과 가수가 나누는 독특한 형태의 사랑을 반추하고, “너는 성큼 다가와 그을린 손 내밀며 함께 떠나자 해 보지 못한 것들 찾자 해 I just can’t say goodnight”이라는 가사는 레드벨벳의 곁에서 언제나 힘이 되어주었던 레베럽의 따뜻한 사랑과 그에 대한 레드벨벳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오늘 밤 떠나 숨겨진 별 찾아 이름 붙일 거야”라는 가사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레드벨벳과 레베럽이 나눠온 시간과 추억을 그만큼 아끼고 애정하는 마음이 보인다.


/=레드벨벳 공식 X(구 트위터)

  앨범명이 [Cosmic], 즉 우주인 것에 걸맞게 타이틀곡 <Cosmic>뿐만 아니라 기타 수록곡 모두 우주와 관련된 가사를 갖고 있다. 또한 10주년 기념 앨범이라는 설명에 어울리게 모든 곡의 가사가 사랑과 연관된 내용을 품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도 레드벨벳은 노래를 통해 사랑한다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가사를 살펴보면 2번 트랙 <Sunflower>의 “사랑한단 의미 같아 네가 모든 시간 속에 있어 Around”라는 가사와 6번 트랙 <Night Drive>의 “별처럼 빼곡해진 추억 그 위에 Kiss 말해 셀 수 없이 사랑한다고(사랑해 널 Baby)”라는 가사를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부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사랑한다는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서도 전달한다는 점이 이 앨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팬덤 레베럽에게 있어서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Cosmic> 뮤직비디오 또한 낯선 우주 속 이방인에 대한 사랑을 잘 담아냈다. 한 행성에 불시착하는, 즉 높은 상공에서 떨어지는 여행자의 모습으로 영상은 시작된다. 슬기는 이를 포착하고 웃음 지으며 같은 행성에 존재하는 다른 이들에게 누군가가 우리 행성에 도착했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후 행성 거주민들은 여행자에게 화관을 씌운 뒤 가마를 태워 자신들의 마을로 데려오고, 끈으로 이를 묶어 도망가지 못하도록 가둬둔다. 그러나 이어지는 레드벨벳 멤버들의 독특한 행동과 기이한 마을의 모습에 겁을 먹은 여행자는 탈출을 꿈꾸고, 숲으로 내달리며 힘껏 도망치지만 결국 아이린에 의해 기절하고 만다. 이어 나오는 레드벨벳 멤버들과 함께 꽃으로 만들어진 장식품을 머리에 쓰고 위를 바라보는 장면과 화려한 여름 축제에 참가하여 이를 같이 즐기는 여행자의 모습은 여행자가 레드벨벳이라는 행성을 영영 떠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암시한다.


/=레드벨벳 공식 유튜브

  아마 영상 도입부에 나오는 고대 벽화처럼 생긴 그림과 한낮에 펼쳐지는 여름 축제라는 설정에서 <Cosmic> 뮤직비디오가 어떠한 영화에서부터 영감을 얻었는지 알아챈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지 못했더라도, 뮤직비디오 끝부분에 나오는 문구를 발견했다면 이 문제의 정답을 알 수 있다. 바로 <미드소마(Midsommar, 2019)>다. 공포 영화이자 고어 영화로 유명한 <미드소마>가 레드벨벳 <Cosmic> 뮤직비디오의 모티프가 됐다는 점은 꽤나 아이러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언급했듯 <Cosmic>의 전반적인 내용은 ‘우주처럼 무한한 사랑’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드소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영화의 여주인공 대니는 평소 조울증을 앓던 자신의 남동생으로부터 자살을 암시하는 메일을 받는다. 남동생이 걱정된 대니는 자신의 부모님과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하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자 직접 남동생의 집을 찾아간다. 찾아간 집에서 대니는 남동생과 부모님 모두 사망한 것을 알게 된다. 이후 남자친구가 자신과 아무런 상의 없이 친구들과 함께 스웨덴으로 한 달 넘게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니는 서운함을 느끼고, 이에 대니의 남자친구는 사실 서프라이즈 선물로 숨기고 있던 것이라고 거짓말하며 대니를 해당 여행에 초대한다. 이후 남자친구,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 함께 스웨덴으로 여행을 떠난 대니는 ‘호르가’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의 장로는 이들에게 다음 날 ‘미드소마’라는 축제가 열리니 참여할 것을 권유했고, 대니와 그 일행은 이를 수락한다. 그러나 축제라는 이름과 달리 잔인한 일들이 계속해 벌어지자 이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이어 대니는 5월의 여왕을 뽑는 경연에 참여한다. 모두가 지쳐 나가떨어져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기다란 솟대 주위를 둘러싼 채로 춤을 계속 추는 것이 경연 방식이었다. 여기서 대니는 5월의 여왕으로 선정된다. 대니는 그렇게 화관을 쓰고 마을 주민들이 태워주는 가마에 들려 만찬 자리로 향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일들이 계속해 벌어지는 가운데 ‘미드소마’라는 축제는 외지인 4명, 마을 주민 4명, 5월의 여왕이 선정한 1명, 총 9명을 제물로 희생시키기 위해 열리는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자신의 남자친구를 제물로 선택한 대니는 이들이 희생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웃는다. 그렇게 영화는 마무리된다.


/=(좌)영화 미드소마 (우)레드벨벳 공식 유튜브

  위 줄거리만 봐도 <Cosmic> 뮤직비디오 내 상당 부분이 <미드소마>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레드벨벳 멤버들이 그려진 고대 벽화는 <미드소마> 도입부에 등장하는 고대 벽화와 그 화풍이 유사하다. 이어 여행자에게 화관을 씌우고 가마에 태워 마을로 이동시키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대니가 5월의 여왕으로 선정된 뒤 마을 사람들에 의해 만찬 자리로 옮겨지는 장면과 흡사하다. 레드벨벳 멤버들이 옷을 고르는 모습을 문에 뚫린 구멍 너머로 지켜보는 여행자의 모습은 마을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열쇠 구멍을 통해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하는 대니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나오는, 여행자와 레드벨벳 멤버들, 그리고 주민들이 높은 솟대를 둘러싸고 춤을 추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대니가 5월의 여왕으로 선정되기 위해 참여한 경연과 그 모습이 같다.



/=레드벨벳 공식 X(구 트위터)

  잔인하고 그만큼 충격적인 영화라 평이 자자했던 <미드소마>의 몇몇 장면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무한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아낸 레드벨벳의 <Cosmic> 뮤직비디오는 가히 아름다운 영상이라고 칭찬할 만하다. 영화 내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거나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던 장면들이 레드벨벳이라는 행성을 벗어날 수 없는 레베럽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소재가 되다니.


  레드벨벳은 <Cosmic> 이전에도 여러 미디어 소스를 오마주한 뮤직비디오를 많이 내놓았다. 예를 들어 <Feel My Rhythm> 뮤직비디오는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등 수많은 명화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Psycho> 뮤직비디오는 2010년 개봉한 스릴러 영화 <블랙 스완(Black Swan)>을 오마주했고, <RBB (Really Bad Boy)> 뮤직비디오는 최초의 장편 흡혈귀 영화 <노스페라투(Nosferatu, 1922)>와 스티븐 킹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샤이닝(The Shining, 1980)>을 오마주했다. 물론 다른 미디어 소스의 내용을 상당 부분 차용하여 독창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를 레드벨벳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장면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높게 살만하다.


  고어 영화로 유명한 <미드소마>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창조해낸 레드벨벳의 <Cosmic> 뮤직비디오. 앞으로는 어떠한 미디어 소스를 원천으로 하여 우리에게 모티프가 된 장면을 찾는 재미를 선사하고, 또 레드벨벳만의 감정을 표현해낼지 궁금해진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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