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담다디
테디(TEDDY)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케이팝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 프로듀서 중 한 명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YG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투애니원(2NE1)과 블랙핑크(BLACK PINK)의 성공을 이끌었던 테디는 더블랙레이블을 새롭게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테디 표 아이돌 그룹을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2024년 테디표 걸그룹 미야오(MEOVV)가 출범했다. 그와 동시에 Mnet에서 방영한 <I-LAND: N/a>는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해당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여자 아이돌 그룹을 테디가 전담해 프로듀싱할 것이라고 미리 선전포고했다. 두 팬덤에서는 자칫 한 그룹에 치우쳐 프로듀싱 면모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룹이 탄생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도 지난 9월 데뷔한 미야오와 이번 11월에 데뷔한 <I-LAND2: N/a>의 걸그룹 이즈나(IZNA)는 테디의 프로듀싱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주며 세상에 등장했다. 같은 프로듀서의 손에서 탄생했으나 다른 매력을 가진 두 그룹,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지 각각의 앨범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야오의 데뷔곡 <MEOW>는 케이팝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고양이 소리를 연상시키는 도입부부터 난해한 가사, 그리고 자칫 저예산의 느낌이 나는 뮤직비디오까지 미야오의 화려한 데뷔를 기다리던 팬들은 더블랙레이블에 실망감을 표출했다. 재벌, 금수저 이미지를 내세우고 기대감을 키운 언론 홍보와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그러나 첫 컴백은 달랐다. 기존 데뷔곡에서 작사만 참여했던 테디가 미야오의 첫 싱글 앨범 [TOXIC]에서 더블 타이틀 모두 작곡에 참여하면서 뛰어난 음악적 감각을 보여준 것은 물론, 비주얼이나 퍼포먼스적인 면에서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미야오가 비로소 고양이 같은 매력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었던 앨범으로 보인다.
더블 타이틀 곡 중 가장 먼저 무대를 선보인 <TOXIC>은 미야오 멤버들의 보컬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 말할 수 있다. POP R&B 장르로 세련된 멜로디에 멤버들의 음색을 더한 <TOXIC>은 곡 전체의 가사가 영어로 되어 있어 팝송의 느낌을 청자에게 전달한다. 서정적인 음악과 뮤직비디오가 이전에 발매된 블랙핑크의 <STAY>를 떠올리게 해주는 것 같다. 반면, 동일 앨범의 또 다른 타이틀곡인 <BODY>는 멤버들의 음색을 부각한 것이 아닌 퍼포먼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인트로 없이 휘몰아치는 벌스부터 강한 비트, 그리고 중독성 있는 후렴구는 미야오의 강렬한 에너지를 드러낸다. 이에 걸맞게 더블랙레이블은 <BODY>의 뮤직 비디오가 아닌 퍼포먼스 비디오를 공개해 멤버들의 댄스 퍼포먼스를 공개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댄스 브레이크 부분과 멤버들의 힘이 적절히 실린 춤 선의 비디오는 미야오의 진가를 세상에 드러내기에 충분했다고 보인다.
그렇다고 데뷔 앨범이 걸그룹 미야오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에 부족했나 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데뷔 앨범 [MEOW]는 표지와 앨범 제목, 그리고 타이틀곡에서 미야오의 아이덴티티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다. 처음엔 음악이 난해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몇 번 곡을 듣다 보면 미야오에 감기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안무, 뮤직비디오에 쉴 새 없이 나오는 오브제인 고양이는 팀의 매력과 앞으로의 색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칫 투애니원, 블랙핑크의 색깔에 가려 개성을 잃을 뻔한 미야오의 아이덴티티를 테디는 데뷔곡을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특이하지만 본래의 테디 색을 찾은 미야오,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그룹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결성된 이즈나는 프로그램 방영부터 데뷔까지, 끝없이 자신과 그룹을 증명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었다. 프로그램명에도 포함된 이즈나의 데뷔 앨범명 ‘N/a’는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무엇이든 ‘나’로 정의된다는 이즈나의 정체성 그 자체를 드러내고 있다. 테디는 이즈나에게 그 무엇보다 그룹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음악을 제공했다. 이즈나의 소속사인 웨이크원도 지금까지 택했던 걸그룹 프로듀싱 방법을 버리고 테디의 방식을 따랐다. 웨이크원에서 시크하고, 트렌디한 느낌의 걸그룹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데뷔 앨범 [N/a]에서는 이즈나의 시작점을 어떻게 선사하고 있을까? 프로그램부터 지금까지, 많은 팬이 오랜 시간 동안 고대하던 이즈나의 데뷔 앨범을 가볍게 뜯어보고자 한다.
이번 데뷔 앨범의 소개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이즈나의 이름으로 선보이는 데뷔 미니 앨범 “N/a”는 무한의 가능성을 지닌 소녀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두려움을 깨고 새로운 세상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테디는 이즈나의 데뷔 앨범을 통해 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고양이 같은 매력을 데뷔부터 완전히 특정한 미야오와는 다른 행보이다. 또한 중독성 강한 인트로 사운드가 돋보였던 <MEOW>와는 달리 이즈나의 데뷔 타이틀곡 <IZNA>는 ‘is 나’라는 말을 팀명에 대입해 귀에 감기면서도 트렌디한 음악을 선보였다. 미니멀한 멜로디는 청자가 곡을 듣기 편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2024 MAMA 무대에서 타이틀곡과 함께 선보인 앨범의 새로운 수록곡 <TIME BOMB>은 최근 계속 열풍을 이어오고 있는 이지리스닝을 동반함과 동시에 아련하고 청량한 분위기를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즈나의 데뷔 앨범에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면, 새로운 수록곡이 많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에 데뷔한 제로베이스원의 경우 데뷔 앨범의 모든 수록곡이 새롭게 공개된 곡이었던 반면에 이즈나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은 <TIME BOMB>을 제외하고서 <I-LAND2: N/a>의 경연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당 경연곡들도 모두 작사, 작곡 과정에 테디가 참여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테마가 ‘나를 증명하는 것’인 만큼 세련되면서도 톡톡 튀는 신스팝 장르를 많이 사용하였고, 그룹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해당 곡들을 통해 회상시키면서 팬들이 이즈나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도록 만든다. 당차게 새로운 세상에 도전한 이즈나, 이번 데뷔 앨범을 통해 그들의 자신감과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이즈나가 그들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봐도 좋을 것 같다.
계속해서 대한민국에 걸그룹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그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테디의 존재는 각 그룹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 두 그룹 다 분명한 것은, 걸그룹의 컨셉과 음악 스타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각각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야오는 고양이 같은 도도하면서 시크한 이미지를 현 컴백까지 이어오고, 이즈나는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을 데뷔로 제시한다. 미야오는 더블랙레이블에서 처음으로 출범한 아이돌 그룹으로서 새로운 정통성을 써 내려갔고, 이즈나는 지금까지 귀엽고 예쁜 컨셉을 주로 세운 웨이크원의 기획 방침을 깨뜨리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테디가 같은 시기에 두 걸그룹을 프로듀싱하게 되면서 자칫 두 그룹의 색이 결국 똑같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두 그룹을 철저히 분리해 프로듀싱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동일한 시기에 각기 다른 그룹을 프로듀싱하는 것은 배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컨셉과 기획이 등장하면 소속사와 팬은 서로 갈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타 그룹 표절, 짜깁기 논란이 가득한 현 상황에서 같은 프로듀서의 프로듀싱을 받는다고 그룹의 색이 비슷해지지 않길 바란다. 미야오는 지금의 시크하면서도 도도한, 카리스마 있는 고양이의 매력을, 이즈나는 나를 증명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보여주길 바란다. 테디의 트렌디한 프로듀싱 아래 두 그룹은 케이팝 안에서 또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라 믿는다.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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